와인은 이제 특별한 날에 마시는 술이 아니라 하루의 끝에 곁들이는 일상이 됐다. 일찌감치 와인 시장의 잠재력을 예견한 나라셀라는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1호 와인 상장사가 됐다. 단순히 와인을 공급하는 수입사를 넘어 와인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와인 문화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나라셀라의 마승철 회장.

코로나19 이후 ‘혼술’과 ‘홈술’이 트렌드가 되면서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약 8000억원이었던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조원까지 성장했다. 코로나19 전에는 와인 소비량이 1인당 0.8병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인당 2병으로 늘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와인 수입량이 2019년 4만3595톤에서 지난해 7만1020톤까지 증가했다.

나라셀라는 국내 와인 시장의 잠재력을 예견했다. 합리적인 데일리 와인부터 한정된 수량만 제조돼 희소성을 갖는 프리미엄 와인에 이르기까지 점점 세분화되는 소비자의 구미를 충족할 수 있도록 신경 썼고, ‘국민 와인’으로 불리는 칠레의 ‘몬테스 알파’를 비롯해 120여 개 브랜드, 1000여 종으로 밸런스 있는 와인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나라셀라를 이끄는 마승철 회장은 1984년 두산그룹 두산씨그램에 입사한 뒤 국내 1위 위스키 수입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주류 전문가다. 그는 2015년 당시 매출 300억원 대였던 나라셀라를 인수해 지난해 매출 1072억원, 영업이익 120억원대 회사로 성장시켰다. 올해도 전년 대비 10%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 6월 2일, 와인 관련 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닥에 신규 상장했다. 국내 1호 와인 상장사가 된 나라셀라는 국내 최고의 와인 유통사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와인 문화 선도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6월 5일, 신사동 도운빌딩에 마련된 와인 복합문화공간에서 마승철 회장을 만났다. 네모반듯한 세련된 건물에 코스닥 상장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세련된 공간에서 나라셀라가 꿈꾸는 미래를 미리 엿보았다.

▎1. 나라셀라를 대표하는 몬테스의 아이코닉 와인 컬렉션. / 2. 뛰어난 품질과 균형미로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머스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

와인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소감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상장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라는 기대감이 큰 반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자본력과 신뢰로 이뤄진다. 매출 1000억원을 이룬 지금, 자본력과 신뢰도를 높여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상장이라는 발판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300억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1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워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능가할 만한 마케팅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마케팅의 일반론을 따르는 편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공급하고, 공급한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 혼란을 없애 신뢰받을 수 있는 거래를 하는 것을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는다.

여러 가지 마케팅 활동 중 ‘나라셀라 디스커버리’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년에 한 번 B2B 거래처 관계자들을 초대해 우리가 수입하는 다양한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해볼 수 있는 행사다. 미국 와인들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2017년, 미국의 좋은 와인들을 발굴해 소개했는데 시음 후 가치를 인정받은 케이머스와 덕혼, 그 외에 몇몇 마니아층만 알던 귀한 제품들이 시장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나파밸리의 와이너리와 독점 공급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상장 공모 자금의 활용 계획도 궁금하다.

와인 종합 온라인 플랫폼에서 우리만의 유통 구조를 만들어 새로운 주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

우선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도심형 물류센터를 구축할 생각이다. 빛과 온도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한 와인의 특성상 적정 온도 유지 등 최적화된 보관 환경을 확보하고, 주문 받은 와인을 즉각 배송해 수도권 내에서는 당일배송을 실현할 예정이다.

현재 ‘1KMWINE’이라는 기존 소매점을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는 MFC(Micro Fullfillment Center) 전략 기반의 스마트오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실시간 재고 관리시스템으로 와인 소매점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고, 물류센터를 와인 소매점의 재고 창고로 활용해 물류비 절감을 도와 소비자가 다양한 와인을 더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이다.

상장사로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신규 와이너리를 발굴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주류 전자상거래 규제 완화에 대비해 새로운 유통 채널을 발굴하는 데도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다.

와인 복합문화공간도 구축했다.

이곳 신사동에 총 9개 층(지하 2층, 지상 7층)으로 완공된 건물인데, 빌딩 전체를 와인 판매, 체험·교육 공간 등 와인 문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6월 말 정도면 모든 콘텐트가 다 들어올 예정이다. 단순히 와인을 수입하고 유통하는 기업을 넘어서 다양한 와인의 문화적 가치를 전파하고 바람직한 와인 문화 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결의를 담은 공간이다.

지하는 와인 스토리지와 와인 스토어로 사용하고, 지금 인터뷰 중인 1층은 카페와 와인을 다양하게 테이스팅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2층은 와인 문화 체험과 교육을 위한 공간이고, 4층과 5층엔 와인을 기반으로 마리아쥬 메뉴를 제공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오픈한다. 6층엔 개인별 대관을 통해 파티나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오픈키친이 들어선다. 7층에는 젊은 층이 와인과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바(BAR)가 들어설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와인의 가치를 공유하고 와인의 멋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나라셀라만의 경쟁력은.

유명 와인을 들여오기 위해 파인 와이너리와 관계를 쌓고, 독점계약을 체결해 브랜드를 선점한다. 국내 와인 시장이 커지면서 신규 수입사가 늘었지만, 좋은 와인 점유율은 미미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국내로 와인을 들여오기 전 해당 와이너리를 방문해 직접 계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입사로서는 이례적인 일인 듯한데.

특정 와인을 국내 시장에 독점 공급하려면 와이너리와 지속적으로 신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수입사 수장으로서 직접 와이너리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테이스팅을 해본 후 와인을 들여온다. 나라셀라와 와이너리 간 신뢰는 독점계약 인정 서한으로 증명하는데, 와인 업계에서 독점 공급자의 지위를 문서로 남기는 일은 지극히 예외적이라고 알고 있다. 현재 몬테스를 포함해 총 10개 브랜드의 22개 제품에 대한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다.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특성상 미국 내에서 자체 소비하기에도 양이 많지 않아 수출량도 극히 적다. 나파밸리 브랜드의 프리미엄 와인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와이너리를 지속적으로 방문해 관계자들을 설득했고, 지금은 45여 개 나파밸리 브랜드를 공급받고 있다.

와이너리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유대 관계를 쌓게 되니 그들도 한국 시장에 더욱 관심을 갖고 종종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6월 2일에 열린 상장 기념식에 몬테스 회장인 아우렐리오 몬테스가 참석해 함께 축배를 들기도 했다.

그렇게 들여온 와인은 가격 일원화 정책을 고수해 해당 와인의 브랜드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쓴다. 덕분에 와이너리들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얻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최초 누적 판매 1000만 병을 돌파하며 ‘국민 와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몬테스 알파’의 수입사로 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 ‘몬테스 알파’의 뒤를 이를 와인이 있나.

와인 수입 초창기여서 가능한 일이었지 사실 와인 하나가 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몬테스 알파에 근접한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으로는 와그너 패밀리 와인 그룹이 생산하는 케이머스, 미국 캘리포니아 덕혼 와인 컴퍼니의 덕혼 브랜드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 같다.

손님 접대나 선물용으로 선호하는 와인을 공개해달라.

접대나 선물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주로 몬테스 알파 M과 케이머스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을 선호한다. 뛰어난 품질과 완벽한 균형미를 두루 갖춰 대한민국 어떤 분이 마셔도 실망하지 않을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의 끼안티 와인, 프랑스 브루고뉴 피노누아 와인을 즐겨 마신다.

오랜 기간 주류업체에 몸담고 있는 와인 전문가다. 국내 와인 시장을 전망한다면.

국내 와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6~2017년쯤 1인당 연간 0.8병 정도 와인을 마셨는데, 지난해엔 약 2병 정도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일본(4병)뿐 아니라 OECD 평균 소비량(23병)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와인은 소비력이 증가할수록 고가 와인 소비로 이어지는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지금처럼 생활 속 트렌드로 자리 잡은 와인이 맥주와 소주의 자리를 서서히 대체해나간다면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인기를 얻었던 칠레 와인 대신 미국과 프랑스 와인이 계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위스키를 수입하는 직장을 거쳐 와인을 수입하고 있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주류를 수입해서 파는 일을 주로 해왔다. 이제는 한국적인 특성을 살린 술을 개발해 외국에 수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오랜 시간 주류 수입에 종사하며 프랑스, 일본, 미국 등에 주류 판매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이미 다 구축해놓았다. 이제껏 해외에서 수입만 해왔으니, 우리 고유의 술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나라셀라의 비전은 ‘공감’과 ‘풍요’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와인을 마시는 동안 서로 공감하고, 와인을 통해 삶이 더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좋은 와인을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와인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전파하고 싶다. 더 나아가 와인이 우리 일상에 친숙하게 자리잡아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