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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메타가 메타했다 – 퀘스트 3세대 언박싱 

올여름 발표된 메타 퀘스트 3세대 헤드셋이 드디어 일반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1. 퀘스트 3세대는 메타에서 혼합현실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인 헤드셋이다. 앞면에 내장된 카메라로 헤드셋 밖 세상을 컬러로 볼 수 있어 가상과 현실 세계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 2. 혼합현실을 소개하는 시연용 앱으로 헤드셋에 설치되어 있는 First Encounters부터 시도해보기를 권장한다. / 3. 집과 가상 공간이 서로 스며드는 듯한 효과가 인상적이다. 어디서부터 가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 4. 이렇게 열리게 된 포털을 통해 귀여운 외계인들이 집으로 난입하기 시작한다. 게임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외계인의 침입을 막는 것.
미국에서 299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메타 퀘스트 2세대보다 거의 70%나 오른 3세대 499달러 가격표가 가끔 사용할 기기를 사기엔 부담이 된다는 사람이 많다. 물론, 최근 출시된 아이폰 15 프로 맥스의 가격대는 1000달러를 훌쩍 넘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그리 비싼 건 아닐 수 있으나 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렵게 된 사회에서 전화기에 들어가는 돈은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 2세대와 비교해 뭐가 달라졌길래 3세대는 이렇게 비싸진 걸까?

퀘스트 헤드셋은 오큘러스사에서 판매했던 1세대 기기부터 가상현실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무선 올인원 헤드셋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2세대를 거치면서 무선 헤드셋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다양한 트래킹 기술들을 완성해왔고, 이번에 출시된 3세대에서는 획기적인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2세대에서는 선명하지 않아 활용도가 낮았던 패스스루(passthrough) 기능이 대폭 향상되면서 현실과 가상현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미래가 한층 더 가까워진 듯하다.

중량만으로 따지면 기존의 2세대 기기보다 3세대 기기가 미세하게 무겁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3세대 디자인은 무게 배분이 더 잘되어 있어서 착용감이 좀 더 편안하다. 엘리트 스트랩 없이 2세대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3세대는 굳이 엘리트 스트랩을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동공중심 간 거리(interpupillary distance)를 좀 더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다이얼을 탑재해 초점 맞추기가 훨씬 쉬워졌다. 내장된 칩의 기능이 더 좋아지면서 앱로딩이 더욱 빨라진 느낌이다. 2세대 퀘스트를 사용하면서 사이버멀미를 호소하는 유저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3세대 퀘스트부터는 콘텐트 디자인의 실패 외에는 멀미감 때문에 가상 세계를 경험하기 힘들어하는 유저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실제 중량도 그렇지만, 사용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세팅 과정도 전보다 많이 단순해진 느낌이다. 필자의 센터에서 보유한 헤드셋 70~80대를 세팅할 때마다 10~15분가량 걸려 곤혹스러웠던 적이 많았는데, 3세대는 박스에서 꺼내고 스마트폰의 메타 앱을 이용해 2~3분 내에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일반 유저들의 접근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 듯하다. 링크 하나, 버튼 하나면 바로 화상통화가 가능한 Zoom이나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2~3분은 여전히 메타버스로 진입하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전에 비해 월등히 쉽고 직관적으로 세팅이 완료됐다.

3세대 출시와 함께 메타에서 내세운 신기술은 혼합 현실 기능이다. 메타는 퀘스트3에 대해서 ‘세계 최초의 일반 소비자용 혼합현실 기기(world’s first massmarket mixed reality headset)’라고 설명하며, 단순히 2세대의 기능을 좀 더 개선한 헤드셋이 아니라, 혼합현실이라는 혁신 기술을 선보인 새로운 도전이라고 밝혔다. 앞쪽에 있는 세 개의 세로 홈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헤드셋을 벗지 않고 외부 환경을 볼 수 있는 패스스루 기능이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었고, 외부 환경을 스캐닝해 주변 사물도 인지할 수 있게 됐다. 패스스루 영상의 퀄리티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통해 제법 글자를 읽을 수 있어, 헤드셋 활용 중에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거나 전화를 받아야 할 때 유용할 것 같다.

혼합현실(Mixed Reality) - 뭘 섞은 건가요?

현실과 가상현실을 0과 1 같은 이분법의 개념으로 보기보다, 가상성(virtuality)이라는 연결선상의 양쪽 끝에 위치한 기준점으로 생각해보자. 그 사이 여러 종류의 매개된 현실이 존재하고, 가상성의 정도에 따라 다른 종류의 현실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혼합현실을 이해하기 훨씬 쉽다. 혼합현실은 현실과 가상현실의 요소들이 여러 형태로 혼합되어 있는 상태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보다 훨씬 먼저 논의돼온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현실에 디지털 요소들이 덧입혀진 상태이고, 혼합현실은 증강현실보다 현실과 가상 요소들의 결합이 유기적인 상태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의 개념이 유사하거나 미묘하게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나 활용도 면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완전한 가상의 세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이 모두 가상 환경에 존재하기 때문에 유저는 현실과 완전히 단절·분리된 상태로 가상의 장소에 진입하게 된다.

•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현실 세계에 가상 요소들을 덧입힌 상태. 가상과 현실 세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유저가 가상의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고 해도 현실 세계는 변하지 않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현실과 가상의 세계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유저가 가상의 요소를 작용하면 현실 세계에서 반작용이 발생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연용 앱으로 내장된 First Encounters를 실행해 혼합현실 게임을 해보니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실과 가상의 오브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준다. 패스스루 카메라 스캐닝을 통해 작은 외계인들이 우리 집 천장을 뚫고 침입하는데, 벽이나 가구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해서 유저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다만, 퀘스트 3세대를 경험해본 많은 업계 전문가가 아쉬워하는 부분은 아직 혼합현실 기능을 백분 활용하는 앱의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것인데, 이건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문제다.

풍부한 미디어보다 적절한 미디어

퀘스트 3세대에서 혼합현실 기술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면서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중 하나가 다른 매개된 현실보다 낫다는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오큘러스사 CTO였던 존 카맥(John Carmack)은 퀘스트 3세대가 출시되자 가상현실이야말로 메타버스의 이상향이라며, 혼합현실에 집중하고 있는 메타의 전략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기업 실무자들은 증강현실이나 혼합현실의 형태가 아닌 메타버스는 일상에서 실용성이 거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실 이 다양한 형태의 매개된 현실들은 유저의 목적에 따라 효용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딱 한 가지 형태의 몰입형 매체가 다른 유형의 매체보다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몰입형 매체를 통해 현실을 확장하여 어떤 목적이나 결과를 원하는지에 따라 그에 적절한 미디어를 찾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유저가 가상 환경에 완벽하게 몰입해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가상현실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문화예술 쪽이나 관광 등의 산업에 효과적이고, 현실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회사나 교육 등의 산업에서는 증강현실이나 혼합현실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안선주 - 조지아대 첨단 컴퓨터-인간 생태계 센터(Center for Advanced Computer-Human ecosystems) 센터장이며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뉴미디어와 이용자 행동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 소비자심리학, 교육과 연계한 가상현실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화형 디지털 미디어에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2022년 초 TED talks에서 ‘일상생활에 가상현실 통합’이란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202311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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