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NEW YEAR ESSAY 2024] 다시, 초심(36) 홍대선 새울토피아 회장 

절망, 절박, 절실 그리고 감사(感謝) 


▎홍대선 새울토피아 회장
말 못 할 사연을 꺼내는 것은 매우 쑥스러운 일이지만 내 지나온 삶의 순서를 매겨보라고 하면 첫 번째 절망(切望), 두 번째 절박(切迫), 세 번째 절실(切實)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나이 스물이 되기 전까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내 삶에서 가장 절망(切望)적인 시기였는데,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다행히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주절주절 써놓았던 글을 치우고 자리를 급히 정리했으나 그 현장을 한 사람이 목격했다. 절망의 끝에 잘못된 선택을 시도했던 암흑의 시간이었다.

이후 생각을 고쳐먹었다. ‘주어진 삶을 피하지 말고 헤쳐가보자’며 치열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선 돈을 벌어야 했고, 이를 악물었다. 사글세를 전전했던 시절, ‘우리 집’을 마련하기 위해 군 제대 후 어린 나이에 중동에 가서 막노동을 했다. 삶에 절박(切迫)한 시기였다.

중동에서 돌아와 작지만 우리 집을 마련할 수 있었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작은 밑천으로 1979년 아버지와 같이 청소용품 가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더 큰 우리 집을 갖기 위해 절실(切實)한 시도가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고 납품도 늘면서 은행 통장잔고도 쌓여갔다. 이때부터 내 입가엔 ‘감사(感謝)’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손님께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는 것은 나의 슬로건이 됐다. 이때부터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서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고, 그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가난이라는 구렁텅이 속에서 절망과 절박, 절실함의 과정을 겪으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게 된 것이다. ‘티뷰크사회복지재단’은 그렇게 탄생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이름으로 승용차를 소유한 적이 없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걸으려 노력한다. 또 하루 두 끼 식사에 만족한다. ‘검소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독한 노랭이’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망백(望百, 91세)이 지난 모친께서는 그런 아들한테 바보라고 말씀하신다. “고생한 네가 왜 그렇게 사느냐, 남만 배려하려고 하지 말고 너 자신을 위해 실컷 써라.” 어머니의 자식 생각이다.

티뷰크사회복지재단은 궁동복지관, 구로복지관, 금천누리복지관, 외국인근로자센터 등을 위탁운영하며 우리 사회에 작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삶의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또 20년 넘게 매주 전국의 산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노란 조끼 입은 사람들, ‘우리산 지킴이’를 후원하고 있다. 봉사자들과 밑반찬을 만들어 홀몸노인 가정에 나누고 있으며,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어느덧 혜택을 받은 집이 700호를 달성했다. 연 2회 진행하는 다문화 합동결혼식은 10년이 넘었고, 1년에 3차례 4000~7000여 가구에 김치를 나눈 지도 15년이 되었다. 이 모두가 절망 속에서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작업복과 안전화를 생산한다. 슬로건은 “산업체에서 입는 작업복, 신는 안전화 꼭 비싸야 합니까”이다. ‘High Quality, Low Price’를 유지해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초심의 기업인’으로 남고 싶다. 생각해보니 나는 ‘최고로 행복한 사나이’다.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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