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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대표이사 사장 

‘한국판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출발과 남은 과제들 

신윤애 기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이하 인스파이어). 이 리조트가 주목받는 건 단지 새로운 숙박 시설이어서가 아니다. 역대급 규모의 시설에 국내 최대 카지노, 국내 최초의 아레나 등 전에 없던 즐길 거리, 볼거리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고의 게이밍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되겠다는 포부로 인천에 상륙한 인스파이어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첸 시 인스파이어 대표는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에 인스파이어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그다음 과제”라고 말했다.
8년의 시간과 16억 달러(한화 약 2조원)가 투입됐다. 전체 부지는 436만㎡(131만8900평)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1.5배다. 여기에 19년 만에 정부 허가를 받은 국내 최대 카지노와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아레나(공연장)까지 갖췄다. 역대급 기록과 시설을 보유한 ‘한국판 라스베이거스’ 인스파이어가 지난 3월 5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개장 이후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인스파이어의 첸 시(Chen Si)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지난 4월 12일 인천 영종도로 향했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지나 차로 10여 분 달리니 차창 밖으로 붉은색 리조트 단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보아야만 한눈에 담길 법한 큰 규모에서 압도적인 오라와 존재감이 느껴진다.

소문대로 인스파이어는 평일에도 방문객으로 가득했다. 연인, 가족 단위의 국내 방문객은 물론 외국인 여행객들이 곳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50m에 달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에서는 천장에 펼쳐지는 미디어 쇼를 보기 위해 하나같이 고개를 젖혔고, 사방에서 불빛을 뿜어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거리의 디지털아트 앞에선 인증 숏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호텔, 리조트보다는 거대한 놀이공원에서 즐기는 듯한 표정과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난 3월 그랜드 오픈을 통해 공개한 구역은 총부지의 10분의 1규모로 전체 개발 단계 중 1-A단계에 해당합니다. 첫선을 보이기까지 위기가 많았는데 오픈 이후 브랜드가 빠르게 알려지고 자리 잡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카지노 VIP 라운지에서 만난 첸 시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스파이어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브랜드다. 인스파이어의 개발·운영사는 미국 동부의 최대 카지노 리조트인 ‘모히건 선’을 개발·운영하는 *모히건사(모히건 게이밍&엔터테인먼트, MGE)인데, 그동안 미국에서만 사업을 전개해왔다. 미국에서는 나이아가라, 뉴저지, 네바다, 코네티컷 등에서 7개 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따라서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가 모히건사의 8번째 프로젝트이자 최초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그 시작은 9년 전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히건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계획 공모(RFP)’에 참여했고, 이듬해 사업자로 선정되며 수십 년간 진행될 인스파이어 프로젝트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웅장한 모습으로 한국에 데뷔하기까지 인스파이어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KCC와 추진하던 공동 개발이 무산되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해 사업계획이 채택된 지 3년이 지나서야 착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듬해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고 말았다. 공사 진행, 구인, 사업비 조달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결국 인스파이어는 1-A 프로젝트의 사업 기한을 1년가량 연기해줄 것을 문체부에 요청했고, 제안이 승인돼 올해 극적으로 그랜드 오프닝을 할 수 있었다. 오픈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남은 숙제가 많다. 인스파이어가 계획한 아시아 최대의 복합리조트 조성 프로젝트는 2040년대 중반이 되어야 끝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으며 인스파이어를 이끄는 이는 첸 시 대표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미국 맥킨지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한 경영 전문가다. 이후 그는 미국의 카지노 리조트 디벨로퍼인 라스베이거스 샌즈로 자리를 옮겨 게이밍 비즈니스에 첫 발을 디뎠고, 복합리조트의 개발부터 운영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경험하며 이 분야 전문가로 성장했다. 2년째 모히건사의 첫 해외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첸 시 대표에게 인스파이어가 겪은 위기와 극복 과정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첫 번째 해외 프로젝트로 인천 영종도를 선택한 이유는.


▎지난 3월 아레나에서 열린 마룬5의 공연 모습. 이틀 동안 약 2만4000명의 관객이 아레나를 찾아 공연을 즐겼다.
오히려 우리가 한국의 선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RFP 당시 사업계획을 발표할 때 우리는 그간 축적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개발, 운영 저력을 내세웠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쇼를 진행하는 기업이 바로 모히건사이기 때문이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라는 콘셉트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K컬처, K팝과 잘 결합될 것이고, 방문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경쟁력을 높이 평가받아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반대로 우리가 한국의 RFP에 참여한 이유는 한국을 아주 안정적인 선진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규제나 정책적인 면에서 해외투자자들이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 중이다. 인천 영종도라는 입지적인 조건도 공항과 매우 가깝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지금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여행객은 연 7000만 명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1억 명이 넘을 것이다. 모두 우리의 잠재적인 고객이 되는 셈 아닌가. 해외 고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허브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인스파이어의 개발 단계는 총 4단계로, 2040년 중반쯤 되어야 모든 계획이 완료된다고 알려져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

알려진 대로 현재는 1-A 단계까지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한국 정부와 한국에서 계속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도 꾸준히 준비해갈 생각이다. 코로나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겨 1-A 단계를 마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우선은 1-A 단계를 잘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B와 관련한 계획은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 한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계속해서 여러 파트너와 다양한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할 것이다. 정확히 누구와 어떤 비즈니스를 펼친다고 밝힐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1-A에서 선보였던 경험을 좀 더 향상하는 수준의 어메니티와 시설,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통 환경 등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건설업과 관광업이 힘들었는데, 당시 인스파이어도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인스파이어에 합류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동료들에게 전해 들은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보겠다. 처음에는 파이낸싱 부문에서 위기가 있었다. 국경이 폐쇄된 상황에서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지지해주었고 현지 파트너와 은행 쪽 파트너들이 힘을 보태주어 2021년 말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모히건사가 6600억원을 직접 출자했고, PF 대주단을 모집해 총 1조8000억원을 모았다고 알려져 있다.) 다음은 인력 부문이다. 코로나로 관광 관련 학교들은 문을 닫았고 업계 종사자들이 속속 떠나가는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숙련된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우선 한국에 있는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호스피탈리티산업과 관광·인터내셔널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소개받아 인스파이어 직원으로 채용하고 직접 트레이닝을 시켰다. 그래서 우리 인력의 60% 정도가 이제 막 졸업한 젊은 직원들이다.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는 결과를 내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리조트 운영은 처음인데, 초대형 리조트의 전반적인 운영체계가 궁금하다.

실질적인 운영과 서비스는 직접 하고 있다. 초기엔 모히건사 관계자들이 한국에 와서 미국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전수했다. 현재는 훈련이 모두 끝났고, 한국에서 채용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현지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국 관광업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보유했고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해준다. 경영진이 긴밀하게 협업해 리조트의 운영 부문을 최적화해나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미단시티 카지노 사업자 RFKR(중국 푸리그룹 한국법인)이 신청한 사업 기간 연장을 불승인하며 카지노 사업이 좌초됐다. 반면 인스파이어는 지난 2월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유일하게 한국 정부의 카지노 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카지노는 한한령, 코로나 등 여러 이슈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카지노를 어떻게 운영해갈 계획인가.

한국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카지노는 코로나로 침체를 겪은 사업이지만 우리는 다행히 타이밍이 좋았다. 지난해부터 해외여행이 활발해졌고 이제는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한국 카지노의 인지도를 높이는 대의적인 역할을 먼저 하고 싶다. 한국이 아시아에서만큼은 최고의 게이밍 데스티네이션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말이다. 한국의 다른 카지노 업장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고 아레나처럼 한국에 없었던 다양한 하드웨어와 시설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더 놀고 싶고 오고 싶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예정이다.

오픈 이후 기대 이상인 부분과 기대 이하인 부분이 있다면.

긍정적인 얘기부터 해보자면 아주 빠르게 잘 알려졌다는 점이다. 인스파이어의 마케팅, 서비스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리조트를 돌아다니면서 고객들을 매일 마주치는데 ‘다른 호텔과 다르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간다’는 후기를 들려줄 때가 많다. 기분 좋은 피드백이다. 개선의 여지는 모든 곳에 두루 있는 게 사실이다. 두 가지를 짚어보자면 체크인 딜레이 문제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 체크인 시간이 지체돼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시간 단축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또 레스토랑의 경우 한국인이 선호하는 메뉴나 인테리어와 맞지 않는 곳들이 있어 보인다. 이 부분을 조율해갈 생각이다.

아레나는 국내 다른 공연장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라이브 공연, 음악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장소여서 건물을 지을 때부터 사운드 시스템에 신경을 썼다. 다른 공연장은 음악보다는 스포츠 행사를 중심으로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운드나 어쿠스틱 부분에서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우리는 모든 부분에 ‘모히건 선’의 아레나를 운영하고 디자인했던 경험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녹여내고 최적화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감히 자랑할 수 있다. 다음은 팬들의 경험이다. 관람석이 무대와 매우 가까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완전히 교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공연 전에 인스파이어 시설을 경험하며 (날씨와 상관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국의 다른 공연장들은 보통 아티스트가 예약하면 대관을 해주는 형식의 비즈니스를 취한다. 반면 우리는 선제적으로 콘서트를 기획해서 고객을 모집한다. 이번에 진행한 마룬 5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다. 마룬 5에게 한국 콘서트를 제안하고 관람객을 모아 공연을 개최했다. 단순한 공연 장소가 아니라 공연 기획과 운영을 같이 하는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시설은.

몰입형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거리 ‘오로라’다. 오로라에서는 평화로운 숲속을 거닐며 힐링할 수도 있고, 역동적인 바다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언더 더 블루랜드’를 감상하며 일상을 위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나 역시 다른 방문객들과 마찬가지로 오로라를 거닐 때면 뛰어난 영상에 감탄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한다. 오로라에 대한 호평을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콘텐트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방문했더라도 이전과 다른 디지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로라를 감상하는 고객들의 표정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영상에 몰입하며 우리가 준비한 시설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하고 기쁘다.

인스파이어 대장정이 이제 시작 단계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이 막중할 텐데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가 뭔가.

걱정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기 어렵다.(웃음)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고, 덕분에 한국에서 ‘프리미엄 데스티네이션’이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잘 정립된 것 같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지역, 특히 일본이나 중국 시장으로 우리 브랜드를 확장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이는 카지노 사업과 연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게이밍, 레저 데스티네이션으로 아주 좋은 곳이라는 인지도를 일본과 중국에서도 만들어내는 것이 현재 가장 큰 고민이다. 이 목표가 실현돼야 우리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모히건사는 미국 연방정부가 공식 인정한 코네티컷주의 아메리칸 원주민 모히건 부족이 설립한 기업이다. 1996년 코네티컷에서 ‘모히건 선 리조트’를 개발,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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