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관련된 역사적인 도시들을 찾아 떠난 미국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는 뉴올리언스이다. ‘달콤함과 농밀함의 술’이라고 알려진 버번위스키의 기원을 직접 확인하고자 이 도시를 찾았다. 이곳은 재즈와 함께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미덕인 도시이자 사제락 칵테일의 고향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건물이 스페인 식민지 시절 발코니와 중정이 있는 스페인풍으로 지어진 뉴올리언스의 프렌치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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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요란한 굉음에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항공기는 어느새 미시시피강의 삼각주가 시야에 가득 찬 곳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델타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창 아래는 시야를 가득 메운 다채로운 진흙 색의 거대한 삼각주 뿐이였다. 꽤 생경스럽고 아름답지 않은 광경이었다. 한여름 소금꽃이 활짝 핀 염전처럼 어지럽게 불규칙적으로 뻗어나간 미시시피 델타의 자투리들과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거대한 미시시피 강줄기가 마치 똬리를 튼 듯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해주었다. 이윽고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황량한 뉴올리언스 공항에 도착한 델타 1680편은 마치 달 표면에라도 내리듯 미시시피 삼각주의 한가운데로 그대로 미끄러지며 착륙했다. 사실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공항에서 이곳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을 때만 해도, 마디 그라 축제가 막 끝난 일요일 오후의 뉴올리언스에 도착해 끈적한 욕망의 흔적들만 그저 덤덤히 들여다볼 것으로 상상했다.이곳 뉴올리언스를 무대로 인간 군상의 욕망을 가감없이 스크린으로 옮겨낸 엘리아 카잔의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속 비비안 리의 슬픈 결말처럼 나도 이곳에서 욕망의 끝자락을 조금은 맛보고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마디 그라 이후의 흥미진진한 4일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기에, 날것 그대로의 뉴올리언스를 마주하게 되었다.
프렌치쿼터의 아이러니
▎첫날 프렌치쿼터의 페이셔드 바에서 두 번째 칵테일로 주문한 뷰 카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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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애틀랜타 공항을 출발하여 도착한 한가로운 이곳은 그 이름도 거창한 루이암스트롱 국제공항이다. 재즈의 도시답게 위대한 루이 암스트롱의 이름을 딴 공항을 만들었고, 재즈와 함께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미덕인 도시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이 이 도시를 부르는 별명도 ‘Big Easy’로, 한껏 느긋하고 여유롭다. 도착한 첫날 이곳의 명물이라는 포보이를 먹은 레스토랑의 이름은 ‘small easy’였다. 포보이는 여러 가지 재료를 끼워 넣은 루이지애나식 샌드위치인데, 소시지가 들어가면 소시지 포보이가 되는 식이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뉴올리언스를 찾아온 이유는 버번위스키라는 이름의 기원을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많은 이가 미국 버번위스키는 프랑스 부르봉가의 이름을 영어로 발음한 데서 유래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버번이 켄터키의 버번 카운티인지 이곳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의 버번 스트리트인지는 이설이 많기 때문에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대략 짐작은 했지만 그 의문점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그날 밤 프렌치쿼터에서 ‘Peychaud(페이셔드)’라는 바를 우연히 찾아 들어가게 되었고, 뉴올리언스의 대표 칵테일인 사제락을 주문하고 토박이인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궁금했던 버번위스키 이름의 유래에 대해 물어보니, 바텐더는 “그건 켄터키 버번 카운티가 맞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곳은 미시시피강을 거쳐 운반된 버번위스키의 대량 소비처이자 수출의 통로일 뿐이고, 프랑스령이었기에 버번 스트리트가 있는 것뿐”이라며 버번위스키의 유래는 켄터키가 맞다며 손을 들어주었다. 싱겁게 숙제를 마친 나는 남은 4일간 부담 없이 뉴올리언스를 즐기기로 했다. 참고로 페이셔드는 사제락 칵테일을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으로, 그가 만든 페이셔드 비터가 들어가야 사제락 칵테일이 된다. 지금은 사제락 컴퍼니의 브랜드 중 하나가 되어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뉴올리언스를 가로질러 흐르는 거대한 미시시피강의 풍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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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는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스트리트처럼 커낼 스트리트를 경계로 남북으로 나뉜다. 잔뜩 기대하고 프렌치쿼터에 접어드는 순간 무언가 좀 색깔이 다른 듯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모든 건물이 발코니와 중정이 있는 스페인풍 건물이 아닌가? 사실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건물이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스페인풍으로 지어져 그냥 스페니시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이 물러간 이후 프랑스인들이 다시 돌아온 역사의 아이러니가 이런 부조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프렌치쿼터의 주인공은 그 한가운데에 있는 잭슨 광장의 그 사람,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다. 독립 이후에도 이어진 영국과의 전쟁에서 뉴올리언스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전쟁 영웅이라 아직도 뉴올리언스 곳곳에 잭슨의 흔적이 있다. 물론 20달러 모델인 잭슨이 10달러 모델인 해밀턴과의 경쟁에서 패하여 20달러 모델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일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잭슨은 그 시대의 영웅이었다. 흔히 포퓰리스트로도 평가되어 그의 공과는 엇갈리지만 사실 민중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낸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그 시절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잭슨 광장 바로 앞에서 유명한 베녜(Beignet)와 커피를 파는 카페두몽드(Café Du Monde)라는 곳을 친구의 추천으로 방문했다. 베녜는 이곳만의 특별한 반죽으로 튀겨낸 쫄깃쫄깃한 일종의 도넛이다. 베녜에 파우더 슈가를 산처럼 뿌려서 치커리 커피와 함께 마시는 것이 뉴올리언스의 아침이다. 물론 잭슨 광장의 길거리 밴드도 아침 시간엔 손님이 많은 카페두몽드 앞에 와서 모닝 재즈 연주를 한다. 그들은 팁을 두둑히 받아 흥겹고, 신나는 타악기와 트럼펫 연주를 보고 듣는 나도 즐거워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니 그야말로 ‘윈윈’이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몰락한 셰프인 주인공이 아들을 이곳에 데리고 와서 인생의 첫 베녜는 한 번밖에 먹을 수 없으니 천천히 즐기며 먹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누구에게나, 무엇에 대해서나 인생의 처음은 있는 법이다. 인생에서 처음 마주하는 것들에 대해 과연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지 자문해보면 자신은 슬며시 없어지지만, 그래도 Carpe Diem!
루스벨트 호텔과 몬텔레온 호텔
▎필자의 이니셜과 같은 PJ’S 카페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포즈를 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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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낼 스트리트를 따라 내려가면 미시시피강이 나온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핀이 신나는 모험을 했던 바로 그곳이고, 가는 길가에 유명한 사제락 하우스가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사제락은 참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뉴올리언스의 공식 칵테일인 사제락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은 처음에는 사제락이라는 코냑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유럽에서 필록세라병으로 포도밭이 멸종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이를 라이 위스키로 대체했다. 이 라이 위스키의 이름도 사제락이다. 그래서 사제락 칵테일은 사제락 코냑을 사용한 오리지널 레시피와 사제락 라이 위스키를 사용한 레시피가 공존한다. 이 외에 압생트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또 위의 모든 것, 즉 사제락 코냑, 사제락 라이 위스키, 페이셔드 비터 등을 만드는 회사 이름도 사제락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제락 컴퍼니는 버번, 테킬라, 보드카, 위스키, 럼, 진, 각종 리큐어 등 450여 개에 이르는 술 브랜드를 보유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주류 회사로 꼽힌다. 아마도 버팔로 트레이스나 파이어볼 같은 위스키를 만드는 회사라고 하면 생각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뉴올리언스에는 사제락 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증류소 겸 뮤지엄인 사제락 하우스가 커낼 스트리트에 있고, 이곳에서 실제 증류 과정을 보고 다양한 칵테일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제락 칵테일이 처음 만들어진 루스벨트 호텔의 바 이름도 사제락이다. 이쯤 되면 입에서 사제락으로 단내가 나기 시작할 테니 이제 루스벨트 호텔의 사제락 바로 들어가보자.
▎사제락 칵테일이 탄생한 루스벨트 호텔 로비 안에 있는 사제락 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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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에서는 사제락 칵테일이 탄생한 루즈벨트 호텔의 더 사제락 바와 뷰 카레 칵테일이 탄생한 몬텔레온 호텔의 더 캐러셀 바를 가보았다. 사제락 칵테일은 뉴올리언스를 무대로 만든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꽤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나온다. 추한 모습의 아기 벤자민을 버린 아버지가 우연히 다시 만난 벤자민이 자신의 아들임을 느끼고, 자신의 단골 바에서 사제락 칵테일을 같이 마신다. 아버지가 사준 이 사제락은 벤자민이 난생처음 마신 술이기도 하다. 바로 그때가 벤자민 인생의 시작임을 중의적으로 나타내고, 세월이 흐른 후 재회한 두 부자가 같은 사제락을 다시 주문하며 아버지의 인생이 곧 끝나가는 것까지도 보여준다. 나는 이때 늙고 병들어가는 아버지가 말한 ‘오래된 습관’이라는 대사가 무척 애처로웠다. 아버지는 그 오래된 습관을 얼마나 오래 지켜갈 수 있을까? 나의 오래된 습관은 무엇이고 나는 또 얼마나 이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커낼 스트리트에 있는 사제락 하우스. 사제락 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증류소 겸 뮤지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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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날 저녁 조금 날이 어두워진 후 뉴올리언스 나이트 라이프 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셨다. 숙소는 커낼 스트리트에 있어서 정확히 두 호텔의 딱 중간 지점이었다. 우선은 루스벨트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는 호텔 로비 안쪽에 있는 더 사제락 바 외에도 더 루스벨트 호텔 바가 길거리에 면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길거리에 면해 있는 루스벨트 호텔 바로 들어가기 마련이라, 나도 무심결에 들어갔다가 뭔가 싸한 느낌이 들어 다시 나왔다. 역시 클래식 바의 장중함과 공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많이 달랐다. 어렵사리 찾아 들어온 사제락 바에서 사제락을 주문했는데 원조의 맛이랄까? 칵테일의 달콤한 맛에 코냑과 어우러진 라이 위스키의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거기에 페이셔드 비터의 임팩트까지 더해지니 전날 밤 페이셔드 바에서 마신 사제락과는 미묘하게 다른 맛이 느껴졌다. 더욱 교조적인 페이셔드 바는 오피셜 레시피를 주장하여 압생트가 아닌 허브생트를 사용한다. 그건 또 그것대로 멋진 칵테일이다. 두 번째 칵테일로 뷰 카레를 주문하니 바텐더가 그건 길 건너 몬텔레온 호텔이 원조이니 그곳에서 마시라고 한다. 사실 사제락과 뷰 카레는 둘 다 같은 사제락 라이 위스키로 만들고 모양도 거의 동일하니, 기왕이면 오늘 밤은 또 다른 칵테일을 마셔보라는 바텐더의 배려였다. 그래서 가장 자신 있는 칵테일을 물어보니 이곳이 원조라는 라모스 진피즈를 추천했다. ‘그래, 어디 얼마나 잘 만드나 한번 보자’며 주문했는데, 잠시 후 나온 것은 달걀흰자가 섞인 단단한 크림이 위에 올라간 근사한 레몬 향의 칵테일이었다. 이곳의 우유는 유지방이 듬뿍 들어서 고봉 모양의 각진 크림이 칵테일을 다 마실 때까지도 무너지지 않아, 맛으로도 모양으로도 역시 원조의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었다.
▎회전목마처럼 바 전체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몬텔레온 호텔의 캐러셀 바에서 마신 뷰 카레 한 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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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호텔의 더 사제락 바에서는 자신들의 사제락이 원조이고 뷰 카레는 그저 크레올 맨해튼이라며 조금 폄하했다. 그래서 다음 날 나와 일행인 C는 그 유명하다는 크레올 맨해튼, 즉 뷰 카레를 마시러 몬텔레온 호텔로 갔다. 이 호텔의 바는 캐러셀(Carousel)인데 말 그대로 회전목마처럼 바 전체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15분 동안 전체 바가 한 바퀴 회전하기 때문에 술이 약한 사람은 여기서 뷰 카레 한잔에 완전히 취해버릴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한다. 워낙 유명한 바라 저녁엔 자리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나와 C는 아예 이른 오후 몬텔레온 호텔로 향했다. 당연히 앉자마자 뷰 카레를 시켰는데 대낮에 마셔서 그런지 크레올 맨해튼이란 소리를 듣고 마셔서 그런지 영 제맛이 안 났다. 역시 칵테일은 마시는 시간과 장소, 동반자까지도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다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조금 오기도 생겼고, 또 유쾌한 바텐더와도 친해져 C와 나는 오후 내내 죽치고 앉아서 각자 5잔을 마셨다. 남자 둘이 대낮에 3시간을 거기서 보냈으니 캐러셀 바를 12바퀴는 족히 돈 셈이다. 술 때문인지 빙글빙글 돌아간 회전목마 때문인지 제 정신이 아닌 채로 호텔로 돌아와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이미 늦은 밤이다. 근사한 재즈카페라도 가려던 계획을 다 포기하고 또다시 버번 스트리트에서 애꿎은 맥주만 축냈다.
▎프렌치쿼터에서 우연히 찾아 들어간 폐이셔드 바. 뉴올리언스의 대표 칵테일인 사제락을 마시며 버번위스키 이름의 유래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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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와 동행한 C는 예전 직장인 IBM에서 함께 일했던 부하 직원이다. 재미 교포 출신이라 미국 IBM으로 옮겨 고향인 코네티컷에서 살고 싶다고 하여 내가 미국 IBM으로 가도록 추천서를 써주는 등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코네티컷에 있는 400평 규모의 전원주택에 혼자 살면서 모 글로벌기업에 다니고 있는 노총각이다. 사실 노총각이라기엔 좀 미안한 나이이지만 뭐 결혼한 적이 없으니 사실이긴 하다. 재즈를 좋아하는 친구라 이번에 내 여행 소식을 듣고, 뉴올리언스에서 만나 같이 다니기로 했다. 이 친구도 만만치 않아 뉴올리언스로 바로 오지 않고, 코네티컷 집에서 테네시주 멤피스로 날아와 재즈의 본류를 한 번 찍은 다음, 미시시피주의 클라크스데일이라는 곳으로 떠났다. 나 같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재즈 마니아들의 성지라는 그곳에서 또 한 번 재즈 선인들의 흥취에 푹 빠진 다음, 렌터카를 몰고서 나와 같은 날 뉴올리언스에 도착했다. 이런 여행 동반자 C가 있었기에 그 이후 모든 뉴올리언스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되었다. 물론 리스크도 늘었지만 여러모로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다. 뉴올리언스에서 뉴욕으로 돌아가서 C의 저택에서 며칠 더 머물렀는데, 10여 년 전 이 집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C의 오디오 룸인 4층 다락방에서 심수봉의 노래를 들으며 위스키 한 병을 비웠다. 다만 그때는 ‘올가을엔 사랑할 거야’로 노총각의 심사를 달랬는데, 이번에는 ‘사랑밖엔 난 몰라’로 노래만 바뀌었을 뿐! 아무튼 이번 미국 Deep South 여행의 대미는 다음 날 나 혼자 맨해튼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을 관람하는 것으로 꽤 만족스럽게 마무리했다. ‘사랑밖엔 난 몰라’를 흥얼거리며!
※ 박병진 - 30여 년간 IBM, SAP, SK 등 국내 및 외국계 기업,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망라하여 임원 및 CEO로서 대한민국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왔다. 최근에는 포브스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는 위스키 칼럼니스트이자 동아일보사의 최고위과정인 ‘광화문살롱’의 주임 교수로서 위스키를 주제로 M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 요리서적 전문 출판사인 ‘북스 레브쿠헨’의 대표로서 이 시대의 대표적인 N잡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