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4]에서 최종 3위는 크로스오버 음악 팀 ‘크레즐(CREZL)’에게 돌아갔다. 국악인과 바리톤 성악가, 뮤지컬배우, 아이돌가수가 뭉쳐 ‘K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자 신선하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멤버들은 장르만의 고유한 편견을 깨고 조화롭게 융합하며 K크로스오버의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특히 김수인(29) 국립극장 창극단원은 ‘국악인 같지 않은 국악인’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소리꾼이라면 응당 판소리를 불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미국 팝 가수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Dangerously’를 열창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가곡 ‘나 하나 꽃 피어’의 서정적 멜로디를 잘 살려내 다재다능하다는 평가 일색이었다. 지난 2월 14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만난 김 단원은 크레즐 활동에 대해 “국악과 다른 장르의 협업이 이렇게 시너지효과가 날 줄 몰랐다”며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김 단원은 만 4세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판소리를 시작했다. 어머니 김선이 판소리 명창(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호 남도판소리 보유자)의 영향이 컸다. 김 단원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판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며 “그야말로 소리 속에서 살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변성기가 찾아와 6년간 판소리를 멀리하게 됐다. 그는 “판소리를 고집하다간 오히려 목이 상하겠다 싶어서 소리 연습을 쉬는 기간에는 무용에 집중했다”고 말했다.“그 기간 덕분에 제가 춤과 연기에도 흥미를 느낀다는 걸 깨달았어요. 창극(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전통 음악극)은 제 적성에 너무나도 잘 맞는 장르였죠. 대학 때부터 국립극장 창극단(이하 국립창극단)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판소리와 무용, 연기는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가야금까지 골고루 공부했어요. 그렇게 계속 달려온 결과, 대학 4학년 때 꿈을 이뤘죠.”이후에도 김 단원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해나갔다. 2022년에는 임방울국악제에서 판소리 부문 일반부 장원을 차지했다. 국내 최대 국악제로 꼽히는 임방울국악제는 국악 신인의 등용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단원은 이미 2013년 고등학생 시절 학생부 장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국립창극단에서는 [나무, 물고기, 달]과 [춘향], [리어], [베니스의 상인들] 등에서 주조연을 맡았다. 특히 지난해 말 국립극장 연말기획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에서 세종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 창극단원으로서 그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창극의 매력을 묻자 김 단원은 “새로운 대본을 받을 때마다 극의 성격에 맞게 독창적으로 창법을 구사하는 과정이 즐겁다”며 “어떤 극은 한의 정서를 짙게 깔아야 하고 또 다른 극은 국악의 색을 다소 줄여 신선한 기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결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미묘한 차이는 창극만이 가지는 매력이다”라고 덧붙였다.어머니 김선이 명창과의 비교에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김 단원은 ‘국악의 대중화’와 ‘국악의 글로벌화’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그는 “창극 [리어]는 외국 작품을 한국의 정서로 표현해내 관객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며 “현재까지 국악계가 대중화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글로벌화에 시선을 돌릴 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에 경계를 둬선 안 된다”며 “국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다른 장르와 협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그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국악의 색이 진하게 들어간 크로스오버 장르로 국악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고 싶다”며 “본업인 창극 소리꾼을 놓지 않으면서도 어떤 음악 장르든 찰떡같이 소화해내는 음악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창극에도 찰떡이고 크로스오버에도 찰떡인 음악인으로 불리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 추천 간호섭(패션 디렉터· 의상학 박사)송대섭(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안호상(세종문화회관 사장)정승우(유중문화재단 이사장)조희창(음악평론가)- 정소나·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박종근 기자
콘텐트 및 랭킹 로고 이용 라이센싱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