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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미니쉬테크놀로지 대표 

치과 산업 게임체인저를 향한 여정 

여경미 기자
20조원 규모의 세계 보철 시장은 그동안 크라운, 라미네이트에 집중돼 있었다. 강정호 미니쉬테크놀로지 대표는 “미니쉬를 이용하면 손상된 치아를 불필요한 삭제 없이 기존 내 치아처럼, 치아의 기능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강정호 대표는 2021년 미니쉬를 공급하는 의료테크 기업인 미니쉬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최첨단 반도체 기업 등과 협력해 초정밀 가공 장비를 갖춘 국내 최대 기공소를 세웠다.
치과의사이기도 한 강정호 대표가 2021년 미니쉬테크놀로지를 설립해 20조원 규모의 보철 시장에 게임체인저로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5년 경기도 성남에서 치과의원을 개원한 후 ‘해가 없는 치료’, ‘과잉 없는 치료’, ‘통증 없는 치료’ 등 세 가지 원칙을 내걸고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2009년 선릉역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내원 당일 환자가 편안하게 보철치료를 끝낸다는 의미를 담아 ‘오늘안 치과의원’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당시 최소 5일 걸리는 치료를 3D 캐드캠을 이용해 ‘1회 내원, 당일 치료’를 내세우며 편의성을 높여 환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18년 현재 논현동 사옥으로 확장 이전한 후, 기존 ‘오늘안 치과의원’에서 장기간 쌓아온 임상 케이스와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니쉬를 전면에 내세운 미니쉬치과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강 대표의 치료 원칙은 미니쉬테크놀로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직접 자연치아와 물성이 유사한 소재를 개발하고 정밀도를 높인 가공 설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랜 시간 환자의 치아를 최대한 손상하지 않는 치료법을 연구한 끝에 ‘미니쉬’란 방법론에 도달했다. 미니쉬(MINISH)는 최소 침습(Minimal Invasive), 자연스러운 치아(Natural Image), 성공적인 건강(Successful Health)이라는 뜻으로 생체모방이론을 기반으로 한 수복치료방법이다.

강 대표는 “미니쉬테크놀로지는 치아복구 솔루션인 미니쉬를 공급하는 의료테크 기업”이라고 한마디로 소개했다. 그는 “‘내 치아 평생 쓰기’와 ‘치과 산업 종사자에게 필요한 효율적인 진료 시스템 제공’을 목표로 미니쉬멤버스클리닉(Minish Member’s Clinic) 운영에 필요한 미니쉬를 공급하고 통합 마케팅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아주 잘나가는 유명 병원장에서 관련 기업을 창업하고 기업가로 나선 동기는 뭔가.

기존 장비와 재료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나 스스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치료에 다가가는 데 한계를 느꼈다. 심미 치료로 많이 알려진 라미네이트는 치아를 360도 삭제하는 크라운보다 보존적이고 보편적인 치료로 알려졌지만, ‘내 가족에게 권할 수 있는 치료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숙련된 기공사를 채용해 라미네이트를 대체할 만한 연구에 몰입했다. 치아를 조금이라도 덜 깎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미니쉬를 정립하게 됐다. 정밀도를 높인 가공 설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회사 설립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주변에 많은 치과 산업 종사자 중 과도한 업무와 복잡한 회사 경영 시스템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이가 많다. 미니쉬테크놀로지는 치과 산업 종사자에게 효율적인 진료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미니쉬는 새로운 치과 치료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 미니쉬 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

미니쉬 치료는 불필요하게 치아를 삭제하지 않고 최소한의 치아 정돈만 진행한다. 이 때문에 치아와 이질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미니쉬의 핵심 역량은 다양한 굴곡과 두께에 대응하는 초정밀 가공기술에서 좌우된다. 세라믹 재료로 얇은 수복물을 제작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맞서 0.1㎜의 어떠한 굴곡에도 들어맞는 수복물 제작 기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리노공업과 함께 초정밀 가공기술을 고도화했다. 또 두께가 얇은 만큼 접착기술이 중요하다. 미니쉬테크놀로지만의 접착기술 노하우를 치료에 적용한다. 또 미니쉬블록은 글로벌 치과 재료 기업인 비타(Vita)에서 독점적으로 공급받는 등 자연치아와 똑같은 재료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미니쉬로 어디까지 진료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대다수 환자는 틀어진 치아, 삐뚤어진 치아, 덧니 등 치열을 고르게 하는 데 미니쉬를 활용한 치료를 받는다. 미니쉬가 치열을 고르게 하는 데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치아에 장치를 부착해 위치를 이동하는 교정과 달리 튀어나온 부분은 다듬어 덮어주고 들어간 부위는 채워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라미네이트는 어금니 치료에 잘 활용하지 않지만, 미니쉬는 앞니보다 3배 이상 힘을 받는 어금니 복구에도 활용된다.

라미네이트, 크라운 등이 굳건한 장악력을 가진 기존 보철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이미 탄탄한 보철 시장에 ‘왜 미니쉬인지’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내 숙제였다. 미니쉬를 이용하면 ‘왜 오래 가는지’, ‘탈이 나지 않는지’ 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의료의 안전성과 신뢰도는 시간과 케이스 수에 비례한다. 아무리 뛰어난 이론이라 하더라도 입증해야 한다. 이렇게 치료해온 지 벌써 16년, 그간 쌓인 임상 케이스가 15만여 건이다. 미니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미니쉬 치료 방법을 배우려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이런 수요에 발맞춰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미니쉬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치과 산업 종사자를 위한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걸로 안다.

미니쉬테크놀로지를 설립한 이유 중 하나는 치과 산업 종사자를 위한 기업이 되기 위함이다. 치과는 대다수가 개인 병원이다 보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소규모 치과부터 대형 치과병원까지 운영했던 노하우와 미니쉬테크놀로지의 첨단 장비, 최신 의료기술을 접목해 동네치과 개원부터 운영, 세무, 경영을 지원하는 ‘이 살리는 치과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의료 종사자는 미니쉬테크놀로지의 솔루션으로 기존 업무를 단축해 환자를 더 많이 대면할 수 있고 주 3.5일 근무도 가능하다. 이 솔루션을 적용하면 당일 치료도 가능하다.

미니쉬테크놀로지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2021년 회사 설립 이후 매출은 매년 두 배씩 성장 중이며 올해는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미니쉬멤버스클리닉 31곳에서 솔루션비, 월회비를 받는 것이 주요 수익원이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수익률을 중시하는 재무적 투자보다 우리의 가치체계를 존중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투자를 받고 있다. 미니쉬테크놀로지의 주주는 미니쉬로 치료하는 치과의사와 치료받았던 환자, 미니쉬의 조력자들로 구성돼 있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누가 주주가 돼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명쾌하다.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주주가 아니라, 미니쉬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주주가 돼야 한다. 미니쉬 치료를 받으면 이로운 점과 이 기술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주주로서 우리 회사를 빛내주리라 생각한다. 지난 4월, 첨단 로봇·자동화 장비 전문 기업인 로봇앤드디자인으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50억원이 됐다. 이 금액은 미니쉬를 더 고도화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인 걸로 알고 있다. 미니쉬테크놀로지의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나.

최종 목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미니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미니쉬아카데미와 미니쉬멤버스클리닉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밀링머신 50대를 갖춘 국내 최대 기공소가 곧 문을 열 예정이다. 또 현재 베트남, 일본, 미국, 캐나다 등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구상 중이다. 미국에서도 미니쉬를 활용한 치료 케이스를 소개하고 아카데미를 개최할 계획이며, 베트남 하노이 빈멕국제종합병원에서는 이미 치료 항목 중에 미니쉬가 포함됐다. 일본 진출을 앞두고 오는 11월에는 일본인 의사 15명을 대상으로 미니쉬아카데미를, 내년 2월에는 일본에서 의사 100여 명이 참여하는 미니쉬 세미나가 열릴 계획이다.

또 미니쉬 개발 과정에서 장비 고도화, 접착제 업그레이드 등 여러 기술이 발전을 거듭했다. 앞으로는 AI와 접목해 치아 디자인을 자동화하거나 의사가 손으로 했던 치아 정돈(프렙, Preparation)을 알아서 해주는 AI 프렙 머신이 머지않아 상용화될 전망이다.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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