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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브룩허스트거라지 대표 

드론 물류 전쟁의 퍼스트무버 

여경미 기자
글로벌 물류 전쟁에서 재고조사 무인화는 가장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해 물류창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를 상용화한 브룩허스트거라지(이하 비거라지)도 여기에 뛰어들었다. 지난 9월 12일 경기도 분당에 있는 비거라지에서 김영준 대표를 만나 드론을 활용한 물류시장의 무인화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영준 비거라지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다. 그는 세계 최초로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한 물류창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 10대 물류회사인 켄코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물류창고에 드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를 상용화한 비거라지는 드론 자율비행 기술로,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기업이다. 인력에 의존해온 전통적인 재고조사는 사람이 선반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리프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거나 제품을 지상으로 내려야 하는 등 작업 효율성과 안전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비거라지가 개발한 드론 재고조사 자동화 서비스는 사람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재고조사의 정확도를 99.9%로 끌어올린다. 이유는 비거라지가 개발한 드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이 드론에는 카메라 여섯 대가 탑재돼 있다. 카메라는 360도로 움직이며 전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비거라지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없는 환경에서도 드론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덕분에 드론은 실내에서도 물류창고 선반이나 장애물 등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이 비행할 수 있다.

재고조사를 원하는 위치에 도달한 드론은 확인하려는 적재물을 촬영하고, 이미지 데이터는 AI 기반 창고 관리시스템(WMS, Warehouse Management System)에 전송된다. 과거에는 바코드·라벨 인식으로 적재물을 확인했지만, 지금은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해 이미지 안에 포함된 텍스트 등으로 적재물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재고조사를 하려는 물류창고의 위치와 주기를 설정한 후 미리 일정을 등록하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날짜에 자동으로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 비거라지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직접 개발해 창고 실정에 최적화된 드론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영준 비거라지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1년 네오위즈, 2007년 구글, 2010년 오라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했다. 그는 “컴퓨터공학과 항공우주공학을 수학한 내게 딱 맞는 영역이라 느껴 드론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창업 이후 드론 서비스를 시작한 분야는 물류사업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농업 방제용, 시설물 점검용 드론 서비스를 위한 자율비행 기술을 제공했다. 현재의 사업 모델인 물류창고 재고조사 서비스는 스타트업과 물류회사를 일대일로 매칭해주는 한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 물류회사 COO의 제안 덕분이었다. 드론을 활용한 켄코로지스틱스 물류창고 재고조사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3년여간 개발 끝에 이 서비스를 상용화하기에 이르렀다.

재고조사 정확도가 곧 수익과 연결


물류창고 재고조사에 드론을 활용한 이유는.

물류업계의 두 가지 화두는 재고조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정확하고 빠른 재고 파악이다. 이는 물류회사의 수익과도 연결된다. 우리가 물류창고 재고조사에 드론을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던 차에, 당시 켄코로지스틱스 COO로부터 허허벌판에 있는 물류창고에서 재고조사 전문인력을 뽑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자리가 있어도 업무가 고되고 작업장이 먼 곳에 있어서 인력난이 심각했다.

또 전문인력을 채용해 재고조사를 한다고 해도, 물류창고는 대부분 축구장 두세 개를 합친 것만큼 크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사람이 이런 규모의 물류창고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재고를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통계 자료를 보면 사람이 물류 재고조사를 했을 때 정확도는 평균 95%다. 물건을 100번 찾으러 가면 그중 5번은 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물건이 정해진 위치에 놓이지 않았거나, 물건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적재물이 도난당했지만, 재고조사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아 한 달 정도 후에 이를 발견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찾지 못하는 물류가 계속 쌓인다는 점이다. 물류는 계속해서 적재된다. 이 때문에 1%만 추적이 안 돼도 한 해 동안 몇백억에서 많으면 몇조 단위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빠르고 정확도 높은 재고조사는 곧 물류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셈이다. 드론으로 물류창고 재고조사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당시, 사람이 하면 95% 정도였던 정확도가 드론을 활용하면 99.9%로 올라가는 점을 확인했다.

비거라지가 개발한 드론만의 특징은.

시험운행 당시, 그들의 요구 사항은 완전한 자동화였다. 자동화를 이루려면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자율비행이 가능해야 한다. 물류창조 재고조사에 뛰어들기 전 드론을 활용한 농업 방제에도 참여했었다. 당시에는 드론이 전선에 부딪히지 않게 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 사업을 하면서 GPS가 없는 환경에서도 자율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는데, 이 기술은 물류창고 재고조사에도 사용됐다.

드론에서 자율비행과 자동비행은 다른 개념이다. 비거라지가 개발한 드론은 비전 기술 기반 솔루션으로, 자율비행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GPS 이용이 불가능한 여건, 즉 GPS 신호 또는 지도, 위치 정보 없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또 자율비행은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의 폭풍, 난기류 등 날씨나 장애물 등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다. 쉽게 표현하면 민항기를 조종하는 기장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자동비행은 GPS를 이용해 미리 설정된 위치로 이동한다. 실외에서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단점이라면 변화무쌍한 날씨를 예측할 수 없고 정해진 위치에만 도달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 유수의 대학과 회사가 드론을 연구하지만, 대다수 회사 기술은 자동비행이지, 자율비행 기술에 다다른 연구실은 극소수다. 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물류창고 한 섹션을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뤄 조사할 때 평균 5~6시간 걸린다면, 몇십 개에 달하는 섹션 전체를 조사하는 데 한 달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같은 수의 드론을 투입하면 6~8시간 만에 재고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비거라지 드론만의 장점이다. 보통 물류창고 크기가 20만ft2로, 한국 기준 약 1만8578㎡에 달한다. 이 정도의 크기에선 드론 4~6대가 필요하며, 이 드론들은 동시에 재고조사에 투입될 수 있다.

자율비행 드론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개발하나.

창업할 당시만 해도 드론 소프트웨어만 서비스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인화를 위해서는 하드웨어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비거라지는 재고 확인, 재고조사 주기 설정과 하드웨어 상태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웹 애플리케이션, 창고관리시스템(WMS) 연동 소프트웨어, 컴퓨터비전 소프트웨어,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와 드론, 배터리팩, 베이스스테이션 등 하드웨어를 개발했다. 적재물 이미지를 찍어오고 컴퓨터비전(Computer Vision, 컴퓨터로 시각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야) 처리를 통해 입고된 물품 목록과 실제 재고에 차이가 없는지 일일이 대조한다. 베이스스테이션과 배터리팩까지 개발한 이유는 드론을 활용해 재고조사 시간을 절약해도 배터리 교체에 긴 시간이 소요되면 드론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드론, 배터리팩, 베이스스테이션 등을 모두 개발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재고조사를 마친 드론이 베이스스테이션으로 돌아온 후 배터리는 자동 교체하는 방식으로 충전된다.

드론 비행 중 촬영이라 이미지 정확도에는 문제가 없나.

드론의 자율비행과 함께 물류창고 재고조사의 중요한 핵심 기술이라면 디블러(Deblur) 기술 등 다양한 컴퓨터비전 기술을 통해 이미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드론은 비행 시 미세한 떨림 때문에 약간의 사진 번짐 현상이 있는데, 이 기술이 이를 제거한다. 이 덕분에 사진의 해상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과거에는 물류창고 재고조사에 드론을 활용한 시도가 없었나.

10여 년 전, 드론이 상용화된 이후 드론을 재고조사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분야에 뛰어드는 회사가 많지 않다. 드론을 활용한 재고조사는 기술적 난도가 높아서 기술의 허들을 넘어서기가 힘들 뿐 아니라 자동화가 아니면 투자자본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수요가 우리와 다른 한 기업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법인 현대자동차의 물류창고에도 내년부터 상용화할 예정이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내외 유수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직은 소규모의 여러 기업보다 대형화된 한두 기업의 물류창고들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비거라지 입장에서는 낫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회사가 아직 그 기업의 니즈를 모두 수용하기에 규모 면에서 크지 않다.

비거라지는 한국 법인과 미국 법인으로 설립했다.

주요 고객사가 미국에 있다 보니 주로 실리콘밸리에서 지내고 있다. 현재 비거라지의 직원 70명 대다수가 석박사급 엔지니어 출신이다. 국내에는 웹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환경(UI)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팀과 드론·배터리 등을 담당하는 하드웨어 팀이 상주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팀은 자율비행 관련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비거라지의 투자유치와 수익구조는.

작년 243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누적투자액이 37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인력 채용에 사용할 예정이다. 비거라지의 사업 모델은 상용화한 서비스를 공급하고 구독료를 받는 형태다.

물류창고 재고조사 무인화는 일자리 감소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일자리 감소보다는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이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노동자는 취업 시 전통적인 산업군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으려 하며, 전통적인 산업군에는 일하려는 이들이 부족하다. 특히 우리나라만 해도 인구 구성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보다 몇십 년 앞서서 그 문제를 겪었고 다른 국가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소싱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비거라지의 계획은.

창업에 앞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선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들었다. 당시 한 선배의 조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고객이 회사의 가치를 알아주는 한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술로 재고조사 비용 절감과 데이터 정확도 향상, 재고 위치 시각화 등 창고 운영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개선되리라 기대한다.

또 물류창고 자동화를 통해 적치 효율화와 최적화된 생산·판매 계획 수립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비지니스 인텔리전스 솔루션을 지원하고자 한다. 실내 완전자율비행 드론과 자동 배터리 교체 등 우리 기술은 민간과 정부 구분 없이 물류 재고조사 외 특수한 상황에서도 많이 이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방침이다.

- 여경미 기자 yeo.kyeongmi@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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