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창업 10년 차에 접어든다. 지난 10여 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떠올린 속담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완성품으로 엮어내지 않으면 가치를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창업자의 역할은 바로 그 구슬들을 꿰어내는 것이다.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비즈니스가 성장할수록 이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인재, 자금, 시간이라는 구슬은 각기 다른 속도와 질로 만들어지며, 이를 일관되게 연결해 하나의 완성된 목걸이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왜 서둘러 꿰려 하느냐고 묻기도 할 것이다.스타트업은 언제나 한정된 자원 안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 구슬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모일수록 각자 구슬의 완결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정작 고객이 원하는 목걸이의 모습은 후순위로 밀리거나 놓칠 수 있다. 그러기에 창업자에게는 고객의 요구를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최종 책임이 있다. 고객은 구슬 하나하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완성된 목걸이, 즉 완성된 제품과 서비스만 평가할 뿐이다.『순서 파괴-Working Backwards』는 콜린 브라이어와 빌 카가 아마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으로, 아마존의 고객 중심 전략을 설명한다. 고객이 원하는 최종 제품을 먼저 상상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다.제프 베이조스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모형(mock-up)을 먼저 요구하며, 세부적인 모형이 준비되지 않으면 회의를 중단하는 등 과정 대신 최종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이처럼 개발자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워킹 포워드(working forward)’ 대신,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먼저 상상하고 이를 거꾸로 실현하는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 방식으로 신규 서비스들을 출시했다.음성 비서 서비스 알렉사(Alexa)의 경우, 고객들이 집 안에서 손쉽게 기기를 제어하고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요구를 먼저 파악한 후,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음성 인식 기술과 AI를 결합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후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갔다. 즉, 목걸이를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는 구슬을 역으로 찾아 꿴 셈이다. 이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계획 수립의 흐름을 거스르는 접근법이지만, 고객 중심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방법론으로 평가받는다.결국 스타트업의 성공은 세상에 없던 구슬이나 완벽한 구슬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했거나 어딘가에서는 유용하지 않았던 것을 잘 꿰어 고객이 새롭게 느끼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