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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울의 삶과 미술심리(57) 마음의 그림자 – 내면의 어둠, 그리고 빛 

 

트라우마나 강박, 우울, 중독 등은 사람의 내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그림자에 용기 있게 직면한다면 진정한 나, 빛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밤이 어두울수록 달은 밝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아보자.

▎김효정 [PTSD] 2024
낮이 점점 짧아지고,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 우리는 겨울이 찾아왔음을 느낀다. 바깥세상은 고요해지고, 나무들은 잎을 떨구며 잠시 휴식에 들어가지만, 마음속에는 다른 계절이 흐를 수 있다. 불안, 강박, 과거의 상처, 중독, 우울은 우리의 마음속 깊이 숨어 있다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달에는 한 화가의 작품에서 마음속 그림자를 마주해보려 한다. 그의 작품에는 고통과 혼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이 담겨 있다. 그림자로 표현된 감정들은 무겁고 두려울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진실이 있다. 그림자를 마주할 때, 비로소 새로운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나는 마음속 어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 어둠은 어떤 모습으로 나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울까.

PTSD

그림에는 흩어진 기억의 파편들이 마치 살아 있는 고통처럼 얽혀 있다. 일그러진 얼굴은 과거의 상처를 여전히 품고 있고,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그 기억을 끊임없이 붙잡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속에는 현실과 꿈의 경계가 사라진 혼란이 자리한다. PTSD,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그렇게 깊은 그림자를 남긴다.

PTSD는 과거에 입은 외상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증상이다. 그때의 기억은 마치 멈춰진 영화처럼 생생하게 반복되고, 갑작스러운 두려움과 무기력감이 마음을 뒤흔든다. 현실감각은 무뎌지고, 일상은 과거의 잔해 속에서 헤맨다. 우리는 그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마치 그림자처럼 언제나 우리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기억 속에서 도망치기보다는, 그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파편처럼 흩어진 감정들을 차분히 모으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통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자리에 다시 빛이 들 수 있다. 과거의 상처는 우리를 붙잡지 않는다. 우리가 그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결정될 뿐이다.

강박


▎김효정 [강박] 2024
그림에서 얽혀 있는 선들은 끝없이 반복되고, 그 안에 갇힌 형체는 자유를 잃어버린 채 고통스럽게 뒤틀려 있다. 선들은 모두 무언가를 맞추려는 듯 정확하지만, 그 완벽함은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강박은 그렇게 완벽함을 좇으면서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혼란과 답답함에 빠져들게 한다.

강박장애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동이나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무언가 잘못될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 불안을 없애려는 노력이 결국 더 큰 구속이 되는 것이다. 그 반복은 일상에서 끝없이 계속되며, 완벽을 추구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불안을 심화한다.

이 강박의 반복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더는 완벽함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불완전함을 허용하고 인정할 때 강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올 때 그것을 감당하고, 그 순간을 지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자유로 가는 길이다.

우울


▎김효정 [우울] 2024
그림에는 깊은 어둠이 깔려 있고, 그 어둠 속에 서서히 무너져가는 형체가 있다. 무거운 하늘은 내려앉았고, 그 안에서 움직임은 거의 없는 듯 정적이 감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하고, 빛은 서서히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우울은 그렇게 천천히 모든 것을 흡수하고, 마치 벗어날 수 없는 무거운 이불처럼 사람을 감싸버린다.

우울증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삶의 의욕과 에너지를 앗아가는 깊고 무거운 감정이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어떤 것도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만들며, 모든 것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서서히 잃게 만든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힘들어지고, 삶의 빛이 서서히 꺼져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우울증이다.

우울함 속에서는 세상이 흐릿해지고, 자신이 점점 더 작아지며 무력해진다. 하지만 우울의 어둠 속에도 작은 빛이 살아 있다. 그 빛을 찾아 나서려면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 어둠 속에서 작은 것부터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하루에 한 걸음씩, 가장 작은 순간을 붙잡고 그 순간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는 어둠 속에서 다시 빛을 발견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우울은 모든 것을 덮어버리려 하지만, 그 속에도 살아 숨 쉬는 작은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우리가 그 불씨를 찾아내고, 다시 한번 마음속에 불을 지피려 할 때, 어둠은 점차 물러나기 시작한다.

중독


▎김효정 [중독] 2024
그림에는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마치 손을 뻗어 무엇인가를 잡아당기는 듯 보인다. 한번 잡히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듯한 끈적한 덩어리들이 계속해서 서로를 휘감으며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간다. 중독은 이렇게 한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거운 끈과 같다. 처음에는 작은 충동으로 시작되지만, 이내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며 그 끝은 더욱 어둡고 혼란스러워진다.

중독(Addiction)은 특정 행동이나 물질에 대한 통제 불가능한 집착으로, 그것이 삶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고, 그 외의 모든 것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처음에는 작은 유혹으로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유혹은 삶을 잡아먹으며 사람을 점점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 그로 인해 더 깊이 빠져드는 악순환은 중독이 가진 강한 속성이다.

중독에 빠지면 그 유혹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에 휘둘린다. 그 속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지만, 중독이 가져오는 고통을 직시하고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은 점차 우리의 자유를 앗아가지만, 다시 삶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의지는 그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와 새로운 일상 패턴을 만들며 그 유혹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중독은 어둠 속에서 더 깊이 끌어당기려 하지만, 그 끈을 스스로 끊어낼 수 있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 끊임없이 벗어나려는 작은 시도가 결국 자유를 되찾게 할 것이다.

내면의 빛이 있기에

어둠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트라우마, 끝없이 반복되는 강박적인 생각, 삶의 빛을 서서히 앗아가는 우울함, 결코 떨쳐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중독의 유혹. 이 모든 그림자는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흔든다. 그러나 그 그림자 속에 영원히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어둠이 깊을수록 작은 빛은 더욱 선명하게 빛나기 마련이다.

마음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스럽고, 때로는 외롭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새로운 빛을 발견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밝혀줄 것이다. 그림자에 휘둘리지 않고, 그 어둠을 이해하며 나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가 걸어야 할 여정이다.

나의 마음속 어둠이 얼마나 깊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빛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빛은 희망의 불씨가 되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아무리 무거운 어둠이라도 결국 그 끝에는 빛이 있다. 나의 마음속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그 작은 빛을 따라,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빛은 내 안에 존재한다.

※ 김소울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전공 겸임교수이자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다. [치유미술관] 외 19권의 저역서가 있다.

202411호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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