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세계는 흔히 ‘약육강식’의 전장으로 묘사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이겨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를 무너뜨려라’와 같은 표현들이 비즈니스 전략의 기본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오히려 ‘사랑’과 ‘협력’의 원칙으로 더 큰 성공을 이룬 사례들이 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는 경쟁자를 이기려는 욕망보다 고객, 직원, 파트너, 심지어 경쟁사까지 포함한 생태계 전체의 번영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이다. 단순한 감상적 개념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의 공유, 협력적 문제해결, 경쟁자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전체 생태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실용적인 비즈니스 접근법이다.2014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놀라운 발표를 했다. 테슬라가 보유한 모든 전기차 관련 특허를 경쟁사들에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것. 머스크는 “우리의 진정한 경쟁자는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매일 수백만 대씩 생산되는 가솔린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개방적 접근법은 전기차 산업 전체의 발전을 가속화했고 테슬라는 이 과정에서 오히려 시장 선도자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특허 개방 이후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장되고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테슬라의 시장가치는 오히려 급등했다.삼성과 애플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두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관계이자 동시에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하다. 삼성은 애플 아이폰의 메모리 칩,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사다. 이 협력 관계는 양사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줬다. 애플은 고품질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삼성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은 양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협력적 비즈니스 모델은 여러 실질적인 이점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시장 자체를 확장할 수 있다. 또 지식과 기술의 공유는 산업 전체의 혁신을 가속화한다. 오픈소스 운동이 소프트웨어 발전에 미친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공동 개발과 표준화를 통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큰 도전 과제나 새로운 시장 진출 시 협력하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는 한 기업이 단독으로 부담하기보다 여러 기업이 함께 나눌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비즈니스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제로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장은 한정된 파이가 아니며, 협력하면 전체 시장을 키울 수 있다. 모든 좋은 아이디어가 자사 내에서만 나올 수는 없다. 외부와 협력해야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경쟁자를 단순히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닌 잠재적 파트너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상호 보완적 강점을 찾아 경쟁사와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전체 생태계의 건강과 성장을 고려해야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위의 성공 사례들이 보여주듯 ‘사랑’의 원칙을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경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더 큰 성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경쟁자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진정한 비즈니스 스케일업이 가능해진다.- 최바울 페오펫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