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의 강규민 박사후연구원은 스스로를 ‘식물을 사랑하는 유기화학자’라고 부른다. 강 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한순규 교수 연구실에서 보낸 박사과정 동안,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부터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간단하게 만들어내면서 주목받았다. 국내 자생식물인 광대싸리 추출물에서 단 세 단계 만에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개발 가능한 물질인 ‘수프라니딘 B’를 합성해낸 것이다.
수프라니딘 B의 세계 최초 합성으로, 복잡한 천연물을 이렇게 짧은 과정으로 합성해낸 사례는 몹시 드물어 일종의 ‘분자 연금술’로 평가받았다.강 연구원은 “학위 기간 동안 총 6개의 천연물을 합성해냈고, 이 중 5종은 최초”라며 “연구실 동료들의 연구를 도운 것까지 포함하면 해당 주제와 관련해 총 10편의 논문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이후 유기화학을 이용해 천연물의 생합성 경로를 탐구해보고 싶다는 관심으로 이어졌고, 현재 이 분야 대가인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 사라 오코너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식물 연구에 유기화학을 접목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그는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신 지 10년이 되어간다”며 “과학을 통해 모든 사람이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동생은 의학을 통해 같은 목표를 꿈꾸고 있는데, 언젠가 함께 일해보는 것도 낭만적이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머지않아 ‘강규민 반응’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유기화학 분야에선 유용한 화학반응이 개발되면 개발자의 이름을 따 부르는 전통이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개발한 화학반응이 제 이름을 따서 불리고 많은 사람의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정은 기자 lee.jeongeun2@joongang.co.kr _ 사진 ART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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