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시인) 속도의 미신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찾고자 합니다. 삶의 기어를 고속에서 저속으로 바꾸고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풍경도 보고 인생살이도 구경하면서 가기로 합니다. 10분 먼저 출발하기로 합니다. 10분 때문에 목숨 걸지 않기로 합니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학교 친구들 모임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부랴부랴 서둘렀습니다. 머리 감고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집안 정리할 것은 대충 정리하고 문단속, 불단속 하고 창문보도 치고 나가려다 전화번호수첩이 안 보여 이 방 저 방을 몇 번 왔다갔다 하고 옷마다 주머니를 뒤져 보고는 하느라 약속시간에 또 몇 분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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