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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미’ 신선한 음식 맛에 술이 ‘술술~’ 

Theme Pub 맛에 취하고 멋에 반하다
인사동선술집 

사진■김현동 월간중앙 사진기자 [lucida@joongang.co.kr]

‘육미’의 원조 메뉴인 모둠꼬치구이.

목을 움츠리고 손을 주머니에 깊숙이 쑤셔 넣은 채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들. 번화가라고는 해도 겨울의 종로거리는 스산하다. 더구나 이번 겨울의 찬바람은 얄팍한 지갑 속까지 스며들었다.

경제위기로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요즘, 퇴근길 소주 한 잔으로 아린 속을 녹이는 작은 지출조차 망설여진다. 그럴수록 좋은 사람과 나누는 술 한 잔이나 따뜻하고 푸짐한 밥상이 큰 위로가 되는 법.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에 위치한 ‘육미’는 발을 들이는 순간 바쁜 주방의 온기가 언 몸을 맞이한다. 26년째 종로바닥을 지키는 ‘육미’는 점심 때부터 새벽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맛집이다.

10년 넘게 퇴근길 직장인들의 휴식처가 되어준 이곳의 장점은 다양한 메뉴와 신선한 재료.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지금 한창 제철인 벌교 참꼬막과 순천 세꼬막이 바구니에 푸짐하게 담겨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골뱅이와 꼬막은 데쳐서 껍데기 그대로 나오는데 한 입 먹으면 짭조름한 바다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벽면을 가득 채운 메뉴판은 얼핏 봐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참새꼬치구이부터 막회·꼬막·골뱅이·과메기·낙지·갯장어·주꾸미까지, 육·해·공이 다 모였다. 점심정식은 생선을 곁들인 백반이나 회덮밥 종류가 있는데 5,000원을 넘지 않는다. 김진태 사장은 거의 7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는 물가가 오르고 시절이 어렵다고 해도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손님들이 부담 없이 기쁘게 먹을 수 있는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철을 맞이한 꼬막 안주.
17년 전 리어카 장사를 하던 김 사장이 자그마한 가게를 인수해 400석의 2층짜리 식당으로 키워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밤새 손님을 받고 눈 붙일 새도 없이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한다.

직접 고른 신선한 재료를 받아 식당으로 돌아오면 점심장사 준비 시작이다. 부인과 둘이서 교대로 24시간 가게를 돌본다. 느긋한 말투 덕분에 인심이 좋아 보이는 김 사장은 손님들 못지않은 애주가다.

“요즘 꼬막이 제철이니 소주 한잔과 곁들이면 최고지요. 따뜻하게 데운 청주도 많이 찾으시고요. 막회무침을 김에 싸 먹어도 별미예요.”‘육미’의 간판 요리 가운데 꼬치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17년 전 김 사장이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 때는 작은 공간에 식탁 8개를 놓고 오직 연탄에 구운 꼬치구이만 내놨다.

이 집의 원조 메뉴인 셈이다. 참새·닭고기·염통·모래집·송이·은행·멧돼지고기·새우·메추리 등이 꼬치의 재료다. 이 집만의 비장의 소스를 바르면서 직접 불에 구워낸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서비스로 드리는 어묵국일 거예요. 무한 ‘리필’이거든요!” 저녁장사를 앞두고 일손이 바빠진 주방에서도 아주머니들은 가게 자랑에 바쁘다. 하루에 서비스로 나가는 어묵의 양만 서너 박스에 이른다고.

더 달라는 손님의 요청에 인심 좋고 싹싹하게 내놓는 것이 이 집의 훈훈한 매력이다. 고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데 맛있는 음식과 술 한잔 곁들이는 재미마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주머니 가볍고 뱃속 허한 서민들을 위해 매일 불을 밝히는 곳이 있으니 그만한 호사는 가끔 누려도 괜찮을 듯싶다.


1 1호선 종각역 근방 골목에 위치한 선술집 ‘육미’. 2 퇴근 후 육미에 들러 소주 한 잔에 회포를 푸는 직장인들. 3·4·5 육미의 대표 메뉴. 왼쪽부터 생골뱅이·막회무침·어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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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서울 종로구 인사동 255.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로 나와 왼쪽 피자헛 골목 안쪽.
전화 _ (02)738-0122
홈페이지 _ www.aligote.com
메뉴 _ 다양한 꼬치구이·회·해물·생선요리, 점심의 백반정식 등 40여 종류. 백반정식 5,000원 내외. 꼬막 1만5,000~2만 원. 꼬치모둠 1만 원. 회 1만5,000원부터.


200902호 (200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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