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계절은 봄, 고용시장은 한겨울 

올 1월 실업급여 신청 사상 최대 

글■양재찬 월간중앙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계절은 봄인데 경제는 계속 겨울이다.영하의 추운 겨울경제는 곧바로 실업 증가로 나타난다. 올 1월 실업급여 신청자가 12만7,679명으로 1996년 7월 실업급여 지급이 시작된 이래 최대다.

지난해 12월에 비해 한 달 사이에 3만4,619명(37.6%) 급증했다. 그토록 힘들었다는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많다. 신청자가 사상 최대이니 실업급여 지급액 또한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올 1월 지급액이 2,760억 원으로 지난해 월평균 지급액(2,387억 원)보다 373억 원(15.6%) 많다. 둘 다 결코 반갑지 않은 사상 최대 기록이다. 문제는 일자리 시장 붕괴가 이제 시작이고, 외환위기 때보다 악성이라는 점이다.

신규 취업자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더구나 감소폭이 지난해 12월 1만2,000명에 이어 올 1월 10만3,000명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업급여는 직장 근로자와 사용자 측이 각각 월급의 0.45~1.3%씩 낸 고용보험료를 모아 직장 잃은 사람에게 길게는 8개월까지 월 120만 원 범위 안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월평균 실직자가 76만9,000명인데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는 그 39.8%인 30만6,000명 선에 머무른다. 보험료 부담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회사가 그만큼 많아서다. 정부는 올해 실업급여에 쓸 돈으로 지난해보다 2,708억 원 많은 3조3,265억 원을 책정했다. 경제성장률을 1%로 보고 잡은 예산이다.

그런데 올해 성장률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4%, 정부 스스로 -2%로 보고 있다. 실업급여제도 자체에 구멍이 뚫린 데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게 생겼다.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이 공공부문과 금융·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직장을 잃어도 명예퇴직 등을 통해 받은 퇴직금을 밑천으로 상당수가 자영업자로 재기를 모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보다 중소기업 근로자, 청년층, 비정규직이 주된 고용조정 대상이다. 이들 취약계층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아 실업급여를 받거나 고용훈련 기회를 얻기도 힘들다. 목돈 없이 직장에서 쫓겨나 자영업 전환이라는 중간 안전판도 없이 곧바로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른바 ‘신빈곤층’이 양산될 수 있다. 시장은 실업 한파 수준을 벗어나 고용 빙하기로 치닫는데, 정치권은 고용대란을 경고하는 빨간 신호등인 비정규직법 개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6월30일,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되기 전에 30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97만 명은 법이 정한 대로 정규직으로 전화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방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인데도 말이다.

갑자기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정부의 빈곤층 지원 대상에도 끼지 못한다. 그러다 전·월세 보증금까지 까먹고 나면 깊은 빈곤의 늪으로 빠져 헤어나기 어렵게 된다. 지금 한국사회의 최대 현안은 일자리 만들기·지키기·나누기다.

200903호 (200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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