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Home>월간중앙>히스토리

뻐꾸기 소리에 숨어 있는 비정한 본능 

`과학전도사` 권오길의 생명 이야기 

오늘도 내 글방(書齋) 저 멀리에 우뚝 선 피뢰침 꼭대기에서 뻐꾸기 수놈 한 녀석이 쩌렁쩌렁 한껏 목청 높여 그윽한 사랑노래를 부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지. 녀석은 앞이 탁 트인 곳의 큰 나무우듬지나 전봇대에 곧잘 앉아 꼬리를 짝 펴고 까딱까딱 흔들면서 사방에 울림이 느껴지는 세찬 소리를 내지른다. 그것은 암놈을 꼬드기는 행위지 단연코 구슬픈 울음이 아니다. 종명(終命)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이 늙다리 필자에게는 고래고래 내지르는 저 고함소리가 정녕 부럽기도 하고 사람을 들뜨게 한다.



그래, 뻐꾹새 녀석들이 올 철이 됐구나.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뻐꾸기(Cuculus canorus)는 두견과의 여름철새(summer migrants)로 검은등뻐꾸기·벙어리뻐꾸기·두견·매사촌들과 한통속이다. 게다가 여름철새는 대부분이 숲새고 겨울철새는 하나같이 바닷새거나 들새다. 그나저나 우리네들 집집마다 뻐꾸기 한두 마리씩 키우지 않는가! ‘뻐꾸기시계’거나 ‘쿠쿠밥솥’ 말이다. 우리는 아무리 귀 기울여 들어도 ‘뻐꾹뻐꾹’으로 들리는데 어째서 서양 사람들 귀에는 ‘쿡쿠 쿡쿠’로 들릴까? 그리고 뻐꾸기(common cuckoo)를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얼간이에 비기니 제 스스로 새끼를 키우지 못함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106호 (2011.06.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