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현장르포 >> 국책사업 ‘의료관광’ 실태 들여다보니 

`헛발질`하는 의료관광, 국고로 웬 `헛수고` 

1년도 안 돼 문 닫은 화순전남대병원 ‘외국인 전용센터’… 경쟁력 갖춘 경북대 모발이식센터도 해외 마케팅엔 진땀 국내 병원들이 ‘황금 물고기’를 낚겠다며 한껏 꿈에 부풀었다. ‘스마트케어 메디컬코리아’라는 상품을 내걸면 외국인 관광객과 환자가 몰려오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도 덩달아 관련 정책을 경쟁하듯 쏟아냈다. 하지만 국고를 풀어 마련한 ‘떡밥’을 문 황금 물고기는 드물었다. 그 실태를 살폈다.

▎경북대 모발이식센터의 텅 빈 수술실. 해외유치 환자의 약 90%가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 병원에 몰려 있다.

6월 8일 서울 용산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 광주역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화순 전남대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정오가 훌쩍 지났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과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이 뒤섞여 지하 1층 식당으로 몰려갔다. 순간적으로 병원의 1층 로비는 텅 빈 듯했다. 정형외과 대기실의 환자와 보호자만 자리를 지켰다.

60, 70대 노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속에 비교적 젊어 보이는 강병구(42) 씨가 눈에 띄었다. 광주광역시 동구에 산다는 그는 어머니와 함께 왔다고 했다.

“여기 정형외과 선생님이 관절수술로 유명하시잖아요. 어머니 무릎이 안 좋아서 수술시켜 드리려고요.”

강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형외과 곳곳에는 ‘인공관절수술 건수 전국 7위, 지방 1위’ ‘인공관절 로봇수술 세계 최고 권위자’라고 쓴 각종 홍보자료가 나붙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인공관절수술로 유명하다. 로봇을 이용해 근육을 보존하는 ‘인공고관절수술’이 특기다. 병원은 이 관절치료 기술을 내세워 지난해 ‘지역 해외환자유치 선도의료기술사업’에 선정됐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광을 촉진하려고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한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이 팀을 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보건복지부가 심사해서 국비를 지원해준다. 11개 시·도가 신청했고 전남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전북 등 5개 지역 병원이 선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선정된 5개 지역 병원에 국비 46억원을 나눠줬다. 해외 환자 유치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 비용 명목이었다. 여기에 각 지자체가 마련한 도비와 민간자본을 추가로 끌어들여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순전남대병원도 국비 7억원에 도비 등 5억원을 보태 총 12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병원 어디에도 외국인 환자에 필요한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안내 직원의 말에 따라 지하 1층에 있다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의료관광종합정보센터로 내려갔다. 그러나 붐비는 식당과 도서실·매점·종교실만 보였다.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말에 따라 2, 3층까지 30분 넘게 오르내렸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제야 한 식당 직원은 “그거 없어진 지 좀 됐는데…”라고 했다.

지난해 4월 국고 지원을 받아 문을 연 외국인 전용센터가 벌써 문을 닫았단다. 원래 센터 자리였다는 곳에는 비타민과 목발·기저귀 등을 파는 10평 남짓한 매점이 들어섰다. 점원은 “올해 3월 중순에 가게를 열었다”고 말했다. 병원행정 관계자는 “규모 확장 때문에 없앴다”면서 “7월 중 병원 입구 쪽에 다시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가리킨 곳에는 작은 구멍가게가 들어갈 공간조차 보이지 않았다.

매점으로 바뀐 ‘외국인 창구’

지하 2층, 지상 7층 높이의 건물 세 동이 붙은 화순전남대병원은 군(郡) 소재 병원 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였다. 진료 과목 수만 26개, 병상도 700여 개에 이르렀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시설은 물론이고 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 드라마 촬영도 많이 온다”고 자랑했다. 병원 밖을 돌아보니 예쁘게 손질된 나무 사이로 분수가 춤을 추었다.

하지만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지난해 48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해외환자 유치 특화상품으로 내세운 관절수술 때문에 온 환자는 단 1명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이 환자도 한국관광공사에서 초청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병원이 관광공사와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 홍보할 목적으로 환자도 부르고 언론사도 데려와 환자의 무릎관절수술 장면을 직접 찍어가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난해 12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1억5000만원의 나랏돈을 지원받았는데 실질적으로 유치해온 외국인 환자는 전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화순전남대병원 정형외과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이 가운데 외국인 환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환자가 없으니 전용센터도, 의료관광코디네이터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센터장과 연구원·코디네이터 등 의료관광 때문에 지난해 채용한 직원 5명 중 현재 남은 사람은 2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에서 바로 데려와도 이곳까지 오는 데 걸리는 최단시간이 3~4시간”이라면서 “이런 시골에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란 수도권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200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통계에 따르면 의료관광 유치 환자 중 87.8%가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구(4.7%)·부산(3.8%)이 그 뒤를 이었고 전남은 0.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낮은 접근성, 마케팅 부족, 특성화 실패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한 의료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타 병원과 특화된 의료사업에 지원하기보다는 지자체에 ‘나눠 주기식’으로 진행된 게 문제”라면서 “특화된 의료기술이 있지 않는 한 외국인들이 왜 서울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대학교병원·강남성모병원을 지칭)’을 두고 지방까지 가겠느냐”고 꼬집었다.

사정은 소백산맥 너머 대구광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대구 최고 번화가인 동성로는 서울 명동 거리와 별다르지 않았다. 빽빽하게 늘어선 옷 가게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 젊은이들의 재잘거림은 명동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이런 인상은 줄지어 들어선 성형외과 간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2009년 국책사업인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를 유치한 대구시는 ‘메디시티(의료도시) 대구’를 선언했다. 대구를 의료산업과 의료관광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2년이 지난 지금, 성형외과가 즐비한 도심에서조차 의료관광이 제대로 이뤄지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대구백화점 옆에 관리소처럼 붙어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의료관광 정보를 얻고 싶다고 했더니 관광안내지도 뒷면 귀퉁이에 작게 쓰인 대구시 의료산업마케팅 팀 번호를 알려줬다. 일본어나 중국어로 된 팸플릿 하나 없었다.

안내원은 “이곳에서 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외국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영어 안내책자는 있지만 다른 언어로 된 책자는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약 2시간에 걸쳐 동성로 곳곳을 돌아봤지만 서울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일본인이나 중국인조차 보이지 않았다. 6월 초순 대구의 잔인한 땡볕 아래서 땀을 쏟아내는 기자에게 한 시민이 “경대(경북대)나 계대(계명대) 쪽으로 가보소. 대학 캠퍼스나 가야 좀 있을 겁니다”라고 충고했다.

외국인 보기 힘든 `메디시티`

동성로 맞은편에 위치한 대구시티센터 건물 안은 무척 시원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노보텔 소유의 건물 6층에는 화순전남대병원과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해외환자 유치사업자로 선정된 경북대학교병원 모발이식센터가 있다. 1996년 경북대병원 내 설치했던 이 센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30평에 불과한 작은 규모였다. 1992년 세계 최초로 모낭군 이식술을 개발해 모발이식 분야를 이끌었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쉽게 규모를 키우지 못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광 특성화 기술로 인정해 올해 초 450평 규모인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비와 시비 각 15억원, 민간자본 30억원 등 총 60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의료진 외에도 국내외 마케팅 전문가 1명과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2명 등 직원도 추가 채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리자마자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스크린 TV에는 홍보영상이 연이어 나왔다. 모발이식 홍보관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전면 유리로 된 4개의 수술실 중 하나만 ‘수술 중’일 뿐 나머지 공간은 썰렁하리만큼 텅 비었다. 일본어 코디네이터 박영롱 씨는 “선생님 한 분당 수술은 하루 최대 3건”이라면서 “수술 예약시간에 맞춰 오기 때문에 환자가 몰리진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확장 이전하면서 이곳을 찾는 국내 환자는 크게 늘었다. 박씨는 “올해만 120여 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하루 20명꼴로 이곳을 찾는다”면서 “2014년 10월까지 수술 일정이 잡혀 있다”고 귀띔했다. 상담 예약을 받으러 온 이모(54) 씨는 서울에서 KTX를 타고 센터를 찾았다. 이씨는 “서울에도 병원이 많지만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원장님을 보고 방문했다”면서 “대구에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는데 직접 보니 서울 여느 병원보다 시설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서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처럼 이 병원은 모발이식 분야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 명성을 입증하듯 환자의 30% 이상이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다. 여기에 부산·경남 등을 합하면 타 지역 환자 비율이 60%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인 환자 수는 그에 못 미친다. 병원이 좁았던 작년 한 해 동안 모발이식수술을 받은 국내 환자는 200여 명인 데 비해 외국인 환자는 일본·호주·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온 15명이 전부다.


▎칠판에 환자 이름을 적는 한 간호사. 청심국제병원은 지난해 2만여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병원행정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 환자 수술건수가 15건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9건째”라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철 원장은 “삶의 질이 향상돼 국내외적으로 탈모환자의 관심이 늘어났다”면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의료사고 위험도 없어 의료관광사업에 적격이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전문의도 해외 마케팅은 만만치 않다고 인정했다.

이 병원은 주로 대구시와 연계한 마케팅을 펼친다. 국제행사에 참가하려고 대구 컨벤션센터인 엑스코를 찾는 외국인이나 시 차원에서 초청하는 손님이 이들의 주요 잠재 고객이다. 김 원장은 “시에서 우리 센터를 아예 외국인공무원 관광코스에 포함시켰다”면서 “중국 보건산업부 차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환자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진표만 7개 국어 표기

그는 “개별적으로 해외 미디어에 광고를 하거나 직접 해외로 진료 상담을 가기도 하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김 원장은 “의료관광에서 태국과 많이 비교하는데 거긴 원래 관광대국 아니냐”면서 “이미 발전한 관광에 의료는 숟가락 하나 얹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태국에 비해 한국, 특히 지방을 찾는 외국인 수 자체가 너무 적어 유치 규모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5월 30일 오후 2시, 서울에서 경기도 가평까지 차로 1시간 남짓 달려 찾아간 청심국제병원의 첫인상은 대형병원이라기보다 소박한 요양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공항 안내판을 연상시키는 표기법이 눈에 띄었다. 병원 내 접수 창구, 병실, 진료과목, 식당 등 모든 안내 표기가 한글과 한자, 영어로 적혀 있다. 문진표는 여기에 일어·러시아어·아랍어 등을 더해 모두 7개 국어로 작성하게 돼 있다. 여기저기 영어나 일본어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니 “환자의 3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병원 관계자의 말이 실감났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전체 외국인 환자 수 8만1789명 중 2만여 명이 2003년 개원한 이 병원을 찾았다. 강흥림 국제팀장은 “종교사업과 연계한 외국인 환자들이 늘면서 개원 초기만 해도 인지도가 낮던 의료관광사업에 눈을 돌렸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원래 ‘청심병원’이던 명칭도 ‘청심국제병원’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해외환자 유치에 나섰다. 달라진 이름만큼 병원 내부도 변화가 생겼다. 외국인 전용 병실을 만들고 안내 표기도 모두 바꿨다. 우리나라에서 2000~3000원이면 사는 아스피린·정로환·타이레놀 등 기본 상비약품이 미국과 일본에서는 5배 이상 비싸단 걸 알고 병원 약국에 집중적으로 진열했다.

강 팀장은 “초기에 유치 대상국을 정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우리와 비교적 문화가 비슷한 일본을 첫 번째 공략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현재 이 병원 외국인 환자 중 약 80%는 일본인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우리와 다른 점도 많았단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일본 환자들은 타인의 방해를 싫어해서 항상 개인 커튼을 둘러요.”

강 팀장은 외국에서 환자를 데리고 오려면 각국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인은 ‘최고·최신·최대’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사기꾼으로 여겨요. 그래서 러시아어 팸플릿에 이런 단어는 모두 뺐죠. 오직 객관적인 사실로만 설명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중국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받는 젊은 층을 제외하고는 외국에 나가 치료받는 걸 꺼리고요.”

이 병원에 영어·일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의료진은 의사 17명, 간호사는 57명에 달한다. 단순히 외국어를 구사하는 걸 넘어 일본인과 독일인 의사 등 외국인 의사가 4명이다. 가정의학과 노리히사 요코(則久洋子) 과장도 그중 한 명이다. 그녀는 “외국인 환자용으로 마련하는 각종 편의시설도 좋지만 그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시설만 보고 오진 않는다”면서 “국고로 만드는 화려한 시설보다 본국에서 치료받는 듯 편안한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도 브랜드화해야

청심국제병원이 타 지방 병원에 비해 지리적 이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KTX 생활권으로 연결돼 대구까지 1시간 40분, 광주까지 2시간 50분 소요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병원 관계자는 “통일교 재단을 기반으로 한 터라 해외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외국인 환자 중 교인 비율은 30%가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기택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이 병원의 성공요인으로 틈새시장 공략을 꼽았다. 정 교수는 “무형의 의료서비스로 외국인 환자 서비스를 끌어들일 만한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심국제병원은 치료 과목을 패키지로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가 부족한 일본 사람이 출산 패키지를 이용해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산후조리·한방테라피·마사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홍보팀 김미옥 씨는 “일본은 출산장려금만 약 42만엔(약 565만원)에 달해 상대적으로 출산비용이 저렴한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의 약 60% 이상이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몰려 있다. 강남 성형외과는 이미 중국인·일본인 환자들로 포화 상태다. 청심국제병원 또한 검진센터(15.5%)나 한방과(6%)를 주력 상품으로 꼽긴 했지만 ‘일본인=피부, 한방’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깨고 산부인과와 같은 틈새시장을 노려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기택 교수는 또한 “의료관광이 발전하려면 ‘병원의 브랜드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무 차 중동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정부는 아시아를 넘어 중동 환자 유치에도 열을 올리지만 그 사람들은 삼성전자는 알아도 삼성병원은 아직 몰라요. 지금 프랑스에서 한류 가수들이 인기라는데 어디 ‘소녀시대’만 데려가서 그렇게 되겠습니까? ‘SM엔터테인트먼트’라는 브랜드로 가니까 먹히는 거죠. 국가 차원에서 할 일은 세세한 시설 투자가 아니라 국내 병원을 하나의 국가 브랜드로 만드는 겁니다.”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 9개 부처와 서울특별시·중소기업청은 6월 8일 의료관광사업 성과와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을 17대 신성장동력 과제로 선정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평가였다.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만201명이었던 환자 수가 지난해 8만1789명(미군 4829명 포함)으로 늘었지만 아직 태국(156만 명)·싱가포르(72만 명)에 비해선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국제의료서비스 시장이 연 12%씩 성장해 내년에는 1000억 달러(약 108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치한 해외환자 진료 수익은 547억원에 불과했다. 애초에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예상해 2009년부터 보건복지부(200억원)와 문화체육관광부(77억원)가 투자한 돈만 277억원이 넘는다.

올 초에 열린 국가신성장동력사업 평가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현재 수익만으로는 국가신성장동력사업이라 말하기도 어렵다”면서 “의료관광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 황금어장을 과연 우리가 차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107호 (2011.07.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