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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봄의 성지 ... 섬진강 마을의 풍류 

매화와 벚꽃 피고 다시 배꽃이 이어 피는 강마을은 온통 꽃잔치…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화개장터도 상춘객들로 종일 ‘들썩들썩’ 

글·사진 주기중 월간중앙 기자

▎봄이면 섬진강에 황어가 올라온다. 남도대교 아래에서 한 낚시꾼이 물살을 헤치고 황어낚시를 하고 있다.
섬진강은 남도의 젖줄이다. 황어가 올라오는 3∼4월이면 꽃잔치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매화가 핀다. 눈이 내린 듯 흰 매화가 언덕을 뒤덮으며 봄을 알린다. 다음은 벚꽃이다. 쌍계사 십리 벚꽃길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강을 따라 이어지는 하동의 19번 국도와 광양의 861번 지방도로는 꽃터널이 된다. 이때쯤이면 꽃잔치는 절정을 이루고, 화개장터의 꾼들은 신명이 난다. 벚꽃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하면 배꽃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지리산 끝자락 구제봉에 오르면 섬진강 줄기와 화개장터 하동 평사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봄비 내리는 날, 지리산 남부 능선의 끝자락인 구제봉에 올랐다. 소설 <토지>의 고향 하동 평사리와 섬진강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반듯하게 사각형으로 구획 정리가 된 들판이 색색의 봄빛으로 모자이크 작품을 만든다. 비에 젖은 보리밭이 푸름을 더한다. 하얀 배꽃이 한껏 물을 머금었다. 모종을 심어놓은 갈색 밭에는 생명이 꿈틀댄다. 야생 차밭에 푸릇푸릇한 새순이 돋는다. 벚꽃 핀 도로를 따라 줄을 지어 내려오는 관광버스가 화개 장터 입구에 상춘객들을 내려놓는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에 배꽃이 피고 청보리가 푸름을 더해간다.
멀리 하류 쪽에는 아낙들이 백사장을 훑으며 재첩을 잡는다. 화개장터 앞에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남도대교가 있다. 물살이 거친 이곳은 황어잡이의 포인트다. 황어는 회귀성 어종이다. 강에서 나서 바다에서 일생을 보낸 뒤 봄이면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다. 힘 좋은 황어의 손맛을 기억하는 낚시꾼들이 물로 뛰어든다. 차고 거친 물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섬진강은 산과 강, 강과 바다, 농촌과 어촌, 경상도와 전라도가 어깨를 맞댄 곳이다. 한반도 맨 앞줄에 서서 꽃을 피우고, 생명을 깨운다. 섬진강은 ‘봄의 성지’다.


▎섬진강 하구는 봄이면 꽃잔치가 시작된다. 위로부터 배꽃, 제비꽃, 동백과 벚꽃의 낙화. (왼쪽 위). 쌍계사 ‘십리벚꽃길’은 밤에도 불을 밝혀놓았다. 연인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오른쪽 위). 봄비가 내리면 농민들의 손길은 바빠진다. 노부부가 경운기를 타고 벚꽃길을 달리고 있다(아래).
- 글·사진 주기중 월간중앙 기자

201505호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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