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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포커스] 선학평화상 첫 수상자 선정 

“21세기 평화 문명을 선도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상 ‘한국판 노벨상’ 수상자 발표 - 아노테 통 대통령, 수몰 앞둔 나라의 기후위기 해결 앞장서/ 비제이 굽타 박사, 양식 기술 개발로 동남아 기아 구제

▎선학평화상위원회는 6월 8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제1회 선학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도 아닌 한국에서 기후변화에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가져줘서 아주 고맙고 기쁘다.” 6월 8일 선학평화상의 제1회 수상자로 뽑힌 아노테 통(Anote Tong·63) 키리바시공화국 대통령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키리바시공화국은 남태평양에 위치한 33개 산호섬으로 이뤄진 작은 섬나라다. 인구는 10만여 명이다. 이름조차 생경한 이 나라가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평균 해발 고도가 2m로 매우 낮은 탓에 최근 몇 년 동안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이 나라의 섬들이 점점 물에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2050년이 되면 전 국토가 수몰될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통 대통령은 바다에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고국의 위기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등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선학평화상위원회(위원장 홍일식 전 고려대총장)는 6월 8일 미국 수도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NPC)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제 1회 선학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통 대통령과 동남아시아 빈민 구제와 식량위기 해결에 공헌한 굽타 박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통 대통령은 2003년 키리바시공화국의 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3선 연임 기간 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환태평양 군소 도서 국가들이 직면한 위기상황을 알리고 범지구적 해결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공동 수상자인 모다두구 비제이 굽타(Modadug u Vijay Gupta·76) 박사는 물고기 양식기술을 개발해 동남아 국가들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해 ‘빈민의 성자’로 추앙받는다. 생물학자인 그는 양식 어종 개량을 통해 물고기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이른바 수산 양식업의 ‘청색혁명’을 주도했다. ‘녹색혁명’이 농업 생산력의 급속한 증대를 가져왔듯이 ‘청색혁명’도 수산업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식량 위기 대안의 하나로 각광받는다. 굽타 박사는 수많은 빈곤층에게 양식 기술을 전수, 자립과 자활의 기적을 일궈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굽타 박사의 이번 수상 소식을 홈페이지를 통해 신속히 알리기도 했다.

해양에서 인류 문제의 해법 찾아야


▎홍일식 선학평화상위원장은 선정 발표문을 통해 미래 평화 어젠다로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를 제시했다.
선학평화상은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와 복지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를 발굴하고자 고(故)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와 한학자 총재가 추진해 만들어졌다. 문선명 총재가 일생 동안 추구해온 유업인 세계평화와 인류 복지의 증진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인류 한가족’이라는 평화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한학자 총재가 제안해 제정됐다. 특히 선학평화상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확장적 평화관을 바탕으로 하며,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평화 문명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일식 선학평화상위원장은 이날 “첫 번째 수상자 선정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었다”고 자격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로 인한 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어 이것이 머지않아 전 지구적인 위기로 증폭돼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평화상위원회는 매회 시상에서 인류 공동의 운명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끌 ‘미래 평화 어젠다’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학평화상위원회는 이 상을 통해 미래세대와 현 세대 간의 호혜성(reciprocity)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 윤리 구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인류는 연속적 세대로 이루어진 사랑공동체’라는 설립자의 평화 비전에 기초한 것이다. 부모들이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자녀를 책임지듯 현 세대도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만호 선학평화상위원회 사무총장은 “문선명 총재는 1960년대부터 이미 지구촌의 환경 오염과 식량난을 예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문 총재는 해법을 해양에서 찾으라는 비전과 가르침도 함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은 인권 존중, 갈등 화합, 생태 보전의 3대 평화 가치를 표방한다. 올해는 특히 생태 보전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위원회는 각국의 저명인사와 세계적 학술단체와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66개국 182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1년 동안 심사, 공동 수상자를 선정했다. 선학평화상위원회에는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 등 15명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위원으로는 성타 전 조계종 포교원장, 손대오 세계평화교수협의회 회장, 양창식 중동평화회의 의장, 유경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회장, 정태익 한국외교협회장, 추성춘 전 제주 MBC 사장, 황선조 선문대 총장, 토머스 월시 천주평화연합(UPF) 세계회장 등이 있다.

선학평화상은 매년 시상되며, 시상금은 국내 최대 규모인 100만 달러다. 제1회 시상식은 8월 28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다. 8월 시상식에는 상당수 전·현직 국가 수반을 비롯해 해외 참가자도 수백 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선학평화상위원회는 밝혔다.

-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201507호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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