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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의 ‘이어령 프로젝트’(마지막회)] 10번째 골목 | 이어령식 창조적 발상의 원천 

“순전히 재미있어서 한 겨!” 

김정운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세계를 감동시킨 88서울올림픽 개·폐막식은 이어령식 창조성의 정수… 외로움 즐기고 재미를 추구하는 게 창조의 노하우
#88. ‘부정한 빵’

이청준의 오래된 소설집 에는 ‘뺑소니 사고’라는 단편이 있다. 캠퍼스에 최루탄가스가 자욱하던 1980년대 어느 땐가 나는 이 소설을 처음 접했다. 그러나 30쪽에 불과한 이 소설이 당시 내게 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설의 주인공 배영섭 기자는 이승만 정권의 불의에 항거하며 단식투쟁을 하던 중 갑자기 사망한 일파 선생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갑작스런 사망 후 14년 동안 일파 선생은 독재 항거의 상징이 됐다. 일파 선생의 사상을 연구하는 모임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추모행사도 매년 열렸다. 그러나 배 기자는 일파 선생이 죽기 바로 직전, 그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했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고등학생들의 단식행사를 격려하기 위해 떠나기 바로 직전, 일파 선생이 머물렀던 신문사 사장의 사무실에는 세 개의 빈 유리잔이 놓여 있었다. 선생은 신문사 사장과 정치부장의 부축을 받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배 기자는 의심한다. 세 개의 유리잔이 있었다는 것은 단식을 하는 선생이 뭔가를 마셨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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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호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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