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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r. 새마을’로 통하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21세기 신농촌개발 패러다임 제시” 

글·사진 송의호 중앙일보 기자
아시아·아프리카 9개국 27개 새마을 시범마을 운영 중… 400명 넘는 봉사단 파견해 새마을정신 이식하는 데 총력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제 기업이 새마을 세계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난을 극복한 소중한 경험을 빈곤국에 전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해외에서 ‘Mr. 새마을’로 통하는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아프리카에 새마을운동 전파를 ‘의무’라고 규정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일어섰으면 그 빚을 국제사회에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정치권 일각에서 새마을 세계화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알리기로 비판하는 데 대해서 “국제사회는 아프리카에서 우리가 흘리는 땀과 눈물을 진실되게 본다”며 “새마을은 개인 추앙이 아니라 캠페인이자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12월 8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왜 지금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아프리카에 전하고 있나?

“지난날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는 이제 국제 무대에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새마을운동이다. 이 운동을 통해 아프리카·아시아의 빈곤국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현지 주민과 함께하는 봉사다. 가난을 극복한 소중한 경험을 전하는 것이다.”

경북도는 2005년 3월 베트남 타이응우엔성 룽반마을에서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을 시작했다. 새마을 세계화 사업이다. 이듬해에는 캄보디아로 건너가 우물을 파고 보건진료소를 지었다. 이후 인도네시아·중국으로 확산된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은 2010년에는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로 진출했다. 이때부터는 12개월간 머무는 한국 봉사단도 현지에 파견해 왔다. 새마을 세계화 11년째를 맞은 현재 경북도는 아시아·아프리카 9개국에 27곳의 시범마을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봉사단원 418명이 파견됐고 새마을 국내 연수를 다녀간 외국인이 3500여 명에 이른다.

현지 반응은?

“그 진정성이 마침내 아프리카에 닿았다. 그동안 서구 여러 나라가 펼친 단순 원조가 아닌 현지 주민과 함께하는 캠페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엔도 그 효과를 인정해 지속 가능한 운동이 되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도 경북도에 개발도상국 여러 나라가 새마을운동 전수를 요청해오고 있다.”

그동안 두드러진 성과도 나왔다. 아프리카 르완다 시범마을은 16.7㏊의 논을 개간하고 조합을 만들어 마을 소득이 7배나 증가했다. 중앙정부가 이 마을을 벤치마킹에 나섰을 정도다. 에티오피아 시범마을은 아이들이 매일 왕복 6㎞를 걸어서 물을 길어왔지만 지금은 스스로 수로시설을 만들어 안전한 물을 마시고 있다. 지난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는 새마을운동을 21세기 신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새마을운동을 중간 결산한다면?

“흔히 아시아 3개월과 아프리카 3년이 동일하다고 얘기한다. 아프리카는 그 정도로 열악하다. 서구 열강들에 의한 분단과 상처, 일회성에 그친 물질적 지원은 아프리카를 더욱 아프게 했다. 하지만 경북도는 반신반의하는 아프리카 주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Can do(할 수 있다)’, ‘Will do(할 것이다)’, ‘Must do(해야만 한다)’라는 의식 개혁을 통해 빈곤 퇴치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왔다. 또 스스로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지금의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최소 단위인 마을의 성공 스토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위를 선양하고 한국의 국가 브랜드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부 지원, 기업 기부 늘리고 부처간 협업 필요

새마을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지켜온 원칙이 있다면?

“시범마을을 돈으로 원조하는 것은 금기다. 그럴 이유도 없다. 자칫하면 새마을정신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부가 할 일을 왜 경북도가 나섰나?

“경북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다. 경북도는 1973년 ‘새마을과’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든 이후 40여 년간 일관되게 부서(현 새마을봉사과)를 유지해 왔다. 정치적 격랑 속에 비판을 받을 때도 도청 옥상의 녹색 새마을 깃발을 한 번도 내리지 않고 종주도의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세계화 사업을 위해 2013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또 새마을세계화재단을 출범시켰다. 처음에는 지방이 그런 일을 벌이느냐는 등 비판이 만만찮아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집요하게 밀고 나갔다. 전문가가 나서고 대학은 지도자를 양성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경북도의 시·군이 동조하고 나섰다.”

경북도는 새해 새마을 세계화 예산으로 전년도의 50억1천 만원에 비해 105억원이 증액된 총 155억원을 편성했다. 시범 마을 조성에 76억8천만원, 새마을세계화재단의 안정적 기반조성에 50억원 등이다.

일부 정치권은 새마을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알리기로 공격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물론 박정희란 지도자가 만든 것이다. 그 시절엔 정치적인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정치를 개입시킬 게 아니다. 개인적인 추앙 차원이 아니라 캠페인이자 운동이다. 여야가 아닌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세계화하는 것이다. 새마을은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우리의 땀과 눈물을 진실되게 보고 있다. 새마을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하나 그런 주장을 통해 방향까지 바꾸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봉사로 나선 200만 새마을 지도자가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현지에서 가장 힘든 장벽을 꼽는다면?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이 다른 나라에서도 적합하고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문화적인 충돌도 일어난다. 인도의 경우 카스트라는 신분제도가 워낙 굳건해 2년 동안 시도했으나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했다. 새마을운동의 핵심은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인데 ‘공동체’나 ‘협업’의 개념이 약한 현지 주민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세계화 추진 방식에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체계적인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 가서 집을 수리하고 도로를 놓고 저수지를 개발하려면 행정자치부·농식품부·KOICA·수자원공사 등 우리 정부 쪽 여러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기업의 기부도 필요하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려면 이제는 현지에서 봉사도 하면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 기업의 새마을 세계화 동참은 시장을 개척하고 확대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포스코가 마을 단위 운동에 참여했다. 이런 협조 체제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국무총리실에 전담부서를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부처별 조정이 가능하고 새마을 세계화도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김 지사는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때로 결연했다. 또 인터뷰 말미에 최근 방문한 세네갈과의 협력을 내실화할 ‘한·세네갈 협회’(가칭)의 결성 제안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 글·사진 송의호 중앙일보 기자

201601호 (20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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