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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대통령의 새로운 복심(腹心)? 홍문종 의원의 총선 관전법 

“김무성 대표 인기에 영합하면 당이 위태롭다” 

글 박성현 기자 psh@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osang@joongang.co.kr
국회의원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공천 룰이 새누리당 총선 패배 부를 수도… 유승민 의원 그렇게 떳떳하면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평가받아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여당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뒤떨어졌다”고 우려한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61·경기 의정부을)은 여권의 논쟁적 인물이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추종한 ‘원조 친박’이자 3선 중진이다. 2012년 대선 때는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새누리당의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친박계의 핵심적 위치에서 활동해왔다.

그런 그가 일련의 ‘튀는’ 언행으로 정치권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예컨대 지난 11월 12일 박 대통령의 ‘개헌 금언령’에도 불구하고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을 제기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그는 “5년 단임제 대통령 제도는 이미 죽은 제도이며, 새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거의 모든 의원이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서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이원집정제)가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정책의 일관성이 있다고 보고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깜짝 놀랐다. 박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을 모든 행위의 준거로 삼는 친박계의 중진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개헌논의가 국가 역량을 분산할 경우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개헌논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무슨 ‘개 뼈다귀’ 같은 소리냐”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1월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이쯤 되면 청와대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질 법한데도 그 뒤로도 홍 의원 행보엔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어디서든 경고를 받았다면 응당 근신하고 자제하는 게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현안 발언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말 새누리당의 경제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서는 “이런 난국에 경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정말 엄중한 상황이 온다” 며 정무적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일인 ‘12월 19일’에는 대구를 찾아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대구 동을) ‘때리기’에 나섰다. 이날은 친박계 후보임을 자임하며 유승민 의원의 당내 경선 경쟁자로 나선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날이었다. 홍 의원은 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했는데 같이 일할 사람은 이재만”이라면서 “이 사람이 바로 진실한 사람”이라고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로부터 거의 ‘왕따’를 당하다시피 하는 유 의원이기에 여권에서조차 일부 동정여론이 쏠리는 게 현실이다. 친박계 의원 중에는 “굳이 대구까지 가서 그럴 필요가 뭐냐”고 나무라기도 했다. 이에 홍 의원은 “내 정치 철학에 따른 선택이자, 다 갈 만한 이유가 있어 가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혼자 튄다고? 제대로 알고나 얘기하라”


▎1.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홍문종 의원(박 대통령 오른쪽). / 2. 지난해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승리한 유승민·원유철 의원이 경쟁자로 나선 이주영·홍문종(맨 오른쪽) 의원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개헌문제에서부터 국회의장, 유승민 의원에 이르기까지 정국 현안과 박 대통령 관련 사안에 언제나 그가 있는 셈이다. 대통령 정무특보 자격으로 한동안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해온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최근 공개발언을 자제하는 것과 대조를 이루는 행보다.

이런 홍 의원을 두고 여권 내에서조차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몸값 높이기 차원에서 혼자 튀는 ‘자가발전형’ 정치인이라는 평가에서부터 여권 핵심부와의 교감 아래 일정한 미션을 수행한다는 해석까지 평판이 극과 극을 달린다. <월간중앙>과의 대면 인터뷰는 1월 7일 경기도 의정부을 당협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뤄졌으며 이후 발생한 현안에 대해서는 추가 질문을 통해 답변을 더했다.

2014년 야당은 홍 의원을 일러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홍반장”이라고 영화 제목에 견줘 비꼬기도 했다. 지금도 그 ‘홍반장’ 역할에 열심인데 청와대로부터 어떤 미션이라도 받은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어 성공한 대통령으로 존경받기를 바란다. 우리가 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맞는 건 맞다,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한다.”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내 입으로 밝히지 못할 사정이 있다. 내가 자의적으로 언행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홍 의원이 대통령을 빙자해 ‘자기 정치를 한다’는 쪽과 의중을 받아 ‘대통령의 정치’를 한다는 쪽으로 정치권 여론이 갈린다. 어느 쪽인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자기 정치를 하게 마련이다. 나는 그걸 대통령 정치철학의 구현을 통해 이룬다. 자가발전형 정치인은 성공도 못할뿐더러 미래도 없다.”

지난해 말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웃음) 그런 게 취재가 되나? 근데 그렇게 쓰면 대통령께 누가 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내 의견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이 정도로만 하자.”

홍 의원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나는) 중요한 사실에 관해서는 절대 발설을 안 하는 정치인이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점을 평가해준다”고 에둘러 말했다.

박 대통령이 항상 옳다고 보나?

“박 대통령도 신이 아닌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잘못을 하게 마련이고 탈이 나는 일도 한다. 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친박계)는 정치적인 운명공동체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밖에서 대통령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건 경우에 없는 행위다.”

유승민 의원이 그런 경우에 해당하나? 그래서 대구에 가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지지발언을 한 것인가?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신세를 진 정치인이다. 2005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문한 유 의원을 대구 동을 지역구 재선거에 당선시켜준 이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의 친구인 이강철 전 청와대시민사회수석을 누르고 지역구 배지로 갈아타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당시 여당의 물량공세를 몸으로 막아낸 분이 누구인가? 박근혜 대표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에게 섭섭한 일이 있었다 해도 일일이 밖에서 얘기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한 이상, 그게 나라를 망하게 하거나 이적행위가 아닌 바에야 끝까지 도와드려야 한다. 유 의원은 일이 터질 때마다 이건 이래서 잘못이고, 저건 저래서 틀렸다며 입바른 소리를 해왔다. 자기가 무슨 정치 판관(判官)인가? 자기의 인기를 위해 대통령을 계속 희화화해서 되겠는가.”

“유승민, 정치 판관인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정 현안에 대해 자기 소신을 밝히는 걸 탓할 수 있겠나?

“정 그렇다면 제 힘으로 홀로 서야 한다. 그게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박 대통령과 심정적으로 갈라선 이상 박 대통령이 만든) 새누리당을 탈당해 정정당당하게 맞서기를 권한다. 내가 만약 유 의원이라면, 상황을 이 지경으로까지 끌어온 유 의원이라면 응당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유 의원은 지금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뒤에서는 계속 대통령을 어렵게 하는 발언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면서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증세 없는 복지 없다’고 한 게 그렇게 심한 말인가?

“유 의원은 경제학자이고 이론적으로 그의 말에 일리가 있을 수 있다. 증세해야 복지가 늘어난다? 맞는 말이긴 하지.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게 뭔가? 지하경제 양성화, 5% 경제성장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면 증세 없이도 복지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에서 총력을 쏟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노력해서도 지하경제가 양성화하지 않고, 경제도 더 이상 커지지 않아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면 증세냐 복지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걸 누가 모르는가?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원래 잘못된 것’이라고 대통령과 여당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았나. 교섭 단체 대표연설 당시 야당 의석에서 큰 박수가 나온 걸 보라.”

그간 유 의원은 대통령에게 사과도 하고 자세를 한껏 낮춰왔지 않나?

“물론 그가 로키(Low-key)로 가는 건 맞다. 그런데 앞뒤가 잘 안 맞는다. 대통령을 힘들게 하다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사실과 다르다고 변명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면 함께 정치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관계 회복은 불가능한 걸로 봐야 하나?

“그건 모를 일이다.”

대구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박 대통령과 차기 기대주로 촉망받는 유승민 의원 간의 갈등과 불화에 매우 불편해 한다는 전언이다. 지금과 같은 기조라면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당내 경선 내지는 총선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결국엔 지역 유권자들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인가, 유 의원인가를 결정하는 게 선거”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선거라는 게 원래 둘 중의 하나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세월호 참사, 청와대 문건파동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금은 40%대의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박 대통령이 정국을 확고히 장악한 느낌이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박 대통령을 보면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떠올리게 된다. 대처 전 총리는 뚜렷한 철학과 신념으로 국정에 임했고 초지일관했다. 내가 박 대통령을 자격을 갖춘 대통령이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스탠스(기조)가 정확하고 좌고우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면 타협이 어려운 리더로 보일런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입장이 분명하다.

정권 출범 후 한동안 친박계 의원들이 비박 쪽으로 말을 갈아타는 등 와해 조짐이 완연했다.

“집권 후 박 대통령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정치·사회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때가 있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외롭고 어려웠다. 친박계를 포함해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 곁을 떠났다. 당 대표 경선,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비박계에 줄을 서지 않았나. 지금 와서는 또다시 다들 친박이라고 자임한다. 대통령이 확고부동한 원칙과 신념으로 당면 과제들을 하나둘 해결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결국 박 대통령이 큰 안목의 지도자라는 걸 국민이 인정하기 시작했다.”

홍 의원도 지난해 심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나?

“나는 흔들리지 않았지. 많은 의원이 도망갈 때도 난 안 갔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치인들은 종국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잘되는 정치인을 못 봤다. 이건 내 정치적 신념이다.”

“대구서 박근혜 사람들 밀리면 그것이 레임덕”


▎지난해 12월 대구 동을 이재만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홍문종 의원(오른쪽 둘째).
일부 친박 의원은 박 대통령 사전(辭典)에 레임덕은 없다고 말한다. 권력누수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이 있을까?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당선되느냐에 좌우된다고 본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물이 원내에 많이 진출할수록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운영도 원활하고 정권재창출도 더 용이한 것이다. 이 점은 꼭 지적하고 싶다. TK(대구·경북)에서 대통령과 가깝다고 여겨지는 후보들이 (경선에서) 밀린다면 그게 바로 레임덕의 시작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조차 박 대통령 사람들이 낙선한다면 탄탄하던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순식간에 위태로와진다. TK에서도 인기가 없는 대통령은 다른 지역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다. 국정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도 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론 소신에는 변함이 없나?

“대통령께서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론에 관한 질문을 받고 염치가 없어 입을 뗄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같은 심정이다. 그리고 예전에도 개헌은 총선 이후라고 분명히 이야기한 바 있다.”

홍 의원이 이원집정부제의 총리를 꿈꾼다는 뜬소문도 들리던데?

“(웃음) 황교안 총리가 나보다 두 살 연하인 건 맞다. 그는 국회의원도 해 보지 않았고…. 내가 내 자신을 잘 안다. 나는 장관이나 총리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다. 아무 곳에서나 자고, 아무 때나 일하는 스타일이라 국회의원에 딱 맞는 사람이지. 내 방식대로 정치를 하겠다. 대선 전에 박근혜 후보에게 장관 같은 지위에 눈곱만큼의 관심 없으니 어떤 자리를 못 줘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지 마시라고 말씀드린 적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차라리 원내대표나 당 대표에는 어울릴지 모르겠다.”

총선 이후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말인가?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나도 4선이다. 나이가 예순을 넘은 정치인이 뭘 못하겠나.”

“180석 장담하는 새누리당 교만”


▎홍문종 의원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한다.
이번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에 유리할까?

“안철수 의원은 정치권에 깊은 혐오감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꽤 빠진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지층이 빠져나가면 안철수 신당의 인물만 좋으면 당선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

그래도 더불어민주당이 더 불리한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더 불리하다는 건 맞는 말이다. 투표하지 않는 무당층, 정치를 혐오하는 유권자들이 거의 30%에 달한다. 어차피 새누리당에 오지 않을 이들이 기권하면 할수록 새누리당은 더 많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여당은 많이 싫고 야당은 조금 싫은 이들을 혜성과 같이 나타난 국민의당이 진공청소기처럼 흡수할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180석이 목표라는 얘기를 한다.

“생각 좀 하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 김무성 대표도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20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켜 미래를 보장받자’고 한 것은 같은 정치인으로서 이해는 하지만 당 대표가 그런 소리를 하면 국민의 견제심리만 자극할 뿐이다. 교만한 정당이 선거에 이긴 전례가 있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붕대 감은 손으로 사정하다시피 해서 121석을 얻었다. 2012년 18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비대위를 만들어 새로운 인사를 영입하고, 당의 정강정책, 색깔, 노선까지 다 뜯어고친 끝에 겨우 과반을 차지했다. 1988년 4파전으로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희희낙락하던 민정당이 12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결국 여소야대 국회가 도래했다.”

여당 내부에 위기의식이 결여됐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 새누리당 공천 룰 협상 과정은 기득권을 가진 현역의원들에게 공천을 다 줘서 한번 더 국회의원 해먹자는 식으로 비쳐질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게 이런 걸까? 국민이 기대하는 건 유권자의 채찍질에 아파하는 정당의 모습이다. ‘저들도 우리가 때리니까 아파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너네들 하려면 해봐라. 우리는 180석 나온다’는 식이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여당 지지층은 느긋해지고 야권은 결사항전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사실 이런 점이 가장 두렵다.”

새누리당은 1월 14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새 총선 공천 룰을 담은 당헌·당규를 확정했다. 후보자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경선)에서 국민 참여비율을 높였다. 당헌·당규상 50대 50인 당원 대 국민의 참여비율을 30대 70으로 바꿔 놓았다. 또 외부 영입인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0% 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르도록 해 완전국민참여경선의 취지를 살렸다고 자평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참여경선제, 즉 상향식 공천제는 근본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보나?

“현역 의원, 전직 의원, 당협위원장 순으로 유리하다.”

새누리당 공천 룰은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짜여간다는 말인가?

“조금만 지명도가 있는 의원들에게는 그 동네에서 맞설 이가 없을 것이다. 이러다가는 야권과의 인재 영입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결국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의 화두에서 뒤떨어진 당으로 보여질 수 있다.”

경선 결선투표에서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은 너무 큰 혜택이라는 반론도 없지 않은데.

“새누리당이 면모를 일신하고 다양한 계층의 여론을 수렴하고자 영입한 인사에게 현역 의원과 동일선상에서 뛰라고 하면 그것 또한 가혹한 조건이 된다. 국회의원 중심으로 사고하면 보다 많은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당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전략공천은 없다”며 상향식 경선을 고수한다. 하향식 공천을 뜻하는 전략공천은 불가능한가?

“김 대표가 전략공천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당헌·당규에는 인재 영입과 관련한 여러 방안을 두고 있다. 이를 활용해야 한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하면서 이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리라 본다. 전략공천을 안 한다는 식으로 주장해서 인재 영입에 장애물을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타협점이 찾아질 것이다. 우선 추천제와 같은 제도의 의미와 취지를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

“우리가 40% 물갈이 안 하면 국민이 할 것”

얼마 전 이미 당원이거나 종편 패널로 활동하는 사람 등 모두 6명을 새누리당이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평범한 정치 지망생들을 인재영입으로 포장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더라.

“김무성 대표 말로는 영입한 게 아니라 그들이 제 발로 왔다고 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새누리당이 대변하기 어려웠던 계층의 참신한 인물이다. 지역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취약한 호남의 인사가 이에 해당한다. 사회적으로는 여성, 장애인, 청년 등 소수자 그룹의 유능한 인사들을 영입해서 서울 강남과 같은 새누리당 텃밭에 보내 당선시켜야 한다. 이들을 기껏 모셔와서는 현역의원들과 경선에서 다투라고 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정치를 하지 말라는 말밖에 더 되나.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명망가들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 더 필요하다.”

김무성 대표는 그런 사실을 몰랐을까?

“모르겠다. 본인이 대통령 후보 되는 데 지장이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기업의 비유를 들어보자. 회사 오너인 회장과 월급을 받는 사장이 있다. 회장은 기업이 잘되는 게 관심사이고 사장은 기업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다. 그래서 사원들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할 수 있다. 그리곤 회장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사원 투표하면 제가 1등입니다. 저를 자르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이게 말이 된다고 보나. 본인은 인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회사는 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기도 언젠가는 회장 노릇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 지금은 너무 아쉬운 상황이다. 진짜 아쉽다.”

그런 사장을 회장은 왜 가만 놔두는가?

“사원투표에 의해 사장이 되었는데 회장도 입장이 난처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회사에 문제가 생길 조짐이 보이면 사원들도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원들에게 내쫓김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사장이라면 회사의 미래를 위한 비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회장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컷오프(Cut off)’ 제도의 도입이 가능한 건가?

“컷오프야 전략공천을 하게 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컷오프는 정적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수단쯤으로 여겨져왔다. 이는 오해다. 제도를 잘 활용해서 당의 총선 경쟁력을 높여줄 좋은 인재를 모셔오자는 게 전략공천, 컷오프의 정신이다. 완전국민경선제 즉, 오픈프라이머리는 국회의원들에게 계속 금수저를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개혁공천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자면 현역의원의 몇% 정도가 물갈이돼야 한다고 보나?

“글쎄, 모르겠다. 국민들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생각할 것이다.”

2000년 이후 치러진 모든 총선에서 초선 의원의 비율이 40%를 넘었다.

“우리가 40% 정도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국민이 할 것이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물갈이할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 한 신문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총선이 아니다. 대선이다. 멀리 내다보고 작전 짜는 사람이 우리 당에 없다. 대권 쟁취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말인가?

“지금처럼 무난하게 지내다 다음 대선에 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새누리당 의원이 많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되리라고 본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다고 치자. 야권은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박원순이든 결국엔 야권 통합 후보를 낼 것이다. 그 후보를 새누리당 후보가 어떻게 감당해내겠나? 새누리당을 기다리는 건 진짜 힘든 싸움이다.”

- 글 박성현 기자 psh@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osang@joongang.co.kr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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