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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 3당 공약 책임자 릴레이 인터뷰 

“사회격차, 청년 일자리, 적정 복지가 3대 키워드”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공천 갈등의 늪 속에서도 아이디어 경쟁은 불을 뿜는다
4·13 총선을 앞두고 3월 내내 각 당이 모두 공천 갈등에 시달렸지만, 공약 개발 경쟁은 연초부터 진행된 이슈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선 ‘경제민주화’가 각 당 공약 경쟁의 핵심 키워드였다면, 이번 총선 정국에선 ‘흙수저’라는 유행어로 대표되는 사회격차, 그리고 청년 일자리와 적정 복지 수준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당내 혼란에 대중의 눈과 귀가 쏠린 상황에서도 3개 당의 공약 발굴 책임자는 어떤 정책 복안을 만들어왔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김종석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 | “야당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허구, 새누리의 일자리 중심 성장론이 해답”


▎김종석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내가 사는 지역에 누가 출마했고 그 후보가 갖는 지역발전 전략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공천 갈등은 소멸 시한이 짧은 이슈”라고 말했다. / 사진·중앙포토
일자리, 민생, 아동학대 근절을 공약 키워드로 강조하는 이유는?

“어느 정당이나 국민 기대를 반영하지 않겠나. 한국 사회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와 경기 침체다. 소상공인은 장사가 안되고 청년에겐 일자리가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야당과 달리 일자리 중심 성장론을 기조로 삼은 것도 이 같은 공약에 집중하는 것과 연결된다. 또 민생 한복판에 차별과 격차에 대한 분노가 있다. 이번 공약을 만들면서 이런 요소들을 감안했다.”

공약이 과거 정책과 비슷하다는 ‘재탕’ 논란을 받고 있다.

“집권당은 공약을 만들면 실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예산 조율과 같은 현실적 절차 때문에 야당 공약에 비해 덜 자극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다. 그래서 ‘이게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잖느냐’는 반응은 자연스럽다고 본다. 과거에 제대로 못했던 것을 다시 해보거나, 잘되고 있는 정책을 확대 시행하는 것도 괜찮은 공약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데 입법과 상관없는 공약이 많다.

“법을 새로 만들고 고치는 것과 함께 예산 심의와 국정감사도 국회의 업무다. 일반 정책 운영도 다 예산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다 국회 업무 안에 포함돼있다고 봐야 한다.”

정책 효과에 대한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식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이번에 우리가 정책 목표 수치를 근거 없이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는 ‘U턴기업 촉진법’이 실현되면 47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은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수치다. 또 현재 연간 1300만 명인 외국인 관광객을 2300만 명으로 늘리면 157만 개의 일자리 생긴다고 하는 것은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서 나왔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같은 관련 법규 보완 공약을 내고 있다.”

정치인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불신이 있다. 공약 책임자로서의 생각은?

“그런 생각이 대중에 깔려 있다는 데 공감한다. 약속을 못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다. 이건 여야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당도 대선 때 내세운 기초노령연금 지급 규모를 당초 공약에 비해 줄였고, 야당이 어긴 것은 말할 수 없이 많다. 다만 공약 제시 이후 외부 여건이 바뀌어서 지키지 못하는 공약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청년 일자리 민간에 할당하는 건 소련에서도 실패”

이번 공약은 믿어도 되는 건가?

“국민들이 더 이상 포퓰리즘 공약에 속지 않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공약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상버스’ 공약을 내세운 후보도 있는데 당선되지 못 했잖느냐? 시민단체의 공약검증 활동도 견제 장치가 된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도 재정계획을 분석하는 테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대중은 공약보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더 관심을 둔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점점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각 당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정리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가 사는 지역에 누가 출마했고, 그 후보가 갖고 있는 지역 발전 전략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공천 갈등은 소멸 시한이 짧은 이슈다.”

더불어민주당 공약 중에 본받을 만한 게 있나?

“오히려 걱정되는 게 많다. 청년 일자리 70만 개를 만든다는데 절반은 민간에 할당하는 방식이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서도 실패했던 정책 아닌가. 계획경제의 유산이고 행정 만능주의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야당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허구라는 것 또한 대학에서 경제원론 강의를 들은 사람이면 알 수 있다. 성장의 결과 소득이 올라가는 것이지, 소득을 올려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자정당’, ‘기득권 옹호정당’ 이미지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주 잘못된 이미지다. 우리 공약을 보면 우월적 지위 남용과 기득권을 깨겠다는 게 많다. 일자리 중심 성장뿐 아니라 차별과 격차 없는 공정사회가 새누리당 공약의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 새누리당 지지계층을 분석해보면 중산·서민층과 소상공인의 지지도가 높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선진화를 갈구하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지지층이지 부자와 기득권의 정당은 결코 아니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장 | “OECD 평균 밑도는 복지지출 비율 올려 경제 불평등 해소하겠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장은 “‘오늘 당장 어떻게 잘 살까’라는 문제가 보수이념이고 진보는 내일을 중시한다”며 “국민들 인식이 보수화된 시점에서 (더민주가) 안정감과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중앙포토
더민주 공약의 궁극적인 목표를 설명해달라.

“‘더불어 잘사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목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거다.”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해 복지 강화를 강조하는 건가?

“한국형 복지모델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도 북유럽도 아닌 한국만의 복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보육·교육은 계층에 상관없이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선택적 보편주의’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선 지금의 ‘저부담 저복지’ 기조가 ‘적정부담 적정복지’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2014년 기준 복지지출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6%)의 절반도 안 된다. 이 비율을 16~17%까지 올리고,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조세 부담은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렸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이번 공약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나?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 정치인들이 그동안 공약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줬다. 정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가 정책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공약을 내걸어도 시행 안 된다는 국민인식이 생겼다.”

“새누리당, 정체성 안 맞는 정책 도입하고 당선 뒤엔 안 지켜”

그럼에도 공약 발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정당이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는 게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더민주는 재원조달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각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조달이 가능한지 검증한다. 다른 당과 차별화된 모델이다.”

실현 가능성을 얘기했는데 국민연금을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선 원금 손실 우려 때문에 비판이 나온다.

“공공복지시설·공공장기임대주택 사업을 국가가 추진하도록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자는 뜻이다. 지금도 국민연금이 국채를 사고 있다. 그중 일정 부분을 공공임대주택 사업용 채권으로 매입하자는 거다. 나라가 망하기 전엔 돈 떼일 일이 없다. 현재 재정 사정이 어려운 지방정부 채권은 매입할 계획이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청년채용할당제 같은 일자리 공약은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다.

“1월 청년실업률이 9.5%로 16년 만에 최악이다. 정부에게만 책임을 맡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기업도 어쩔 수 없이 한시적이나마 고통을 분담해줘야 한다. 일단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줘야 한다. 정부·공기업·치안·소방 분야와 같은 좋은 일자리가 OECD는 21.3%인데 우리는 7% 정도다. 이걸 10% 수준으로만 올려도 35만 개의 일자리가 나온다. 대기업은 3년 동안 전체 고용의 3%를 청년으로 채용하자는 제안이다. 정치권은 이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법안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60대 이상 유권자가 역대 가장 많다. 어르신연금 등 장년층 공약이 표심을 끌어올 수 있으리라 보는가?

“‘누가 우릴 위해 노력하는가’를 지켜보고 있는 장년층에겐 관심 끌 수 있다고 본다.”

다른 당 공약에 문제점을 짚어달라.

“새누리당 공약엔 정체성과 철학이 없다. 야당이 구상한 정책이라도 표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철학과 상관없이 도입한다. 그리고 당선되면 지키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이 공약을 안 믿는다. 선거 승부만 놓고 봤을 땐 그게 새누리당의 장점일 수 있다. 우리도 김종인 대표가 오시면서 집권을 위해 발굴하는 정책의 이념 폭을 좀 넓혀가고는 있다. 그래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당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국민의당에 대해선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계속 1등이다. 극복할 대안을 말해 달라.

“내가 봤을 때 사람은 ‘오늘 당장 어떻게 잘 살까’에 대한 문제를 중시한다. 이것이 보수 이념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내일을 중시한다. 오늘만 생각하는 보수 사상에 지치면, 사람들이 진보에 눈길을 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진보 주장만 하면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우리 당이 두 번이나 집권을 놓친 것도 이 때문이다. 옛날처럼 운동권 정당 이미지를 버리고, 국민들의 인식이 보수화된 시점에서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에게 안정감과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지금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해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 보완”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시간·인력·예산이 없는 3무(無)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밀려오는 게 사실”이라며 “공약 만드는 일을 광야보다 열악한 황무지에서 진행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사진·중앙포토
공약의 큰 틀이 ‘공정성장’인데, 이 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더민주의 ‘더불어성장’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공정성장이란 것은 우리 공약의 상징과 지향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한 표현이다. 공정성장의 첫 번째 가치는 공정한 시장질서다. 또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과 함께, 경쟁의 패자에게는 부활의 기회도 줘야 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년마다 10%씩 늘고 있다. 이 구조로는 꺼져가는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시장구조에 대한 수정을 해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수출·대기업 위주 성장에서 방향을 틀지 못하고 있다.”

신생·군소정당으로서 내세우는 공약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걸 안다. 국민의당이 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당이 정치적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면 그런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나는 30년 동안 나라 살림을 하는 재무관료 생활을 했다. 또 과거 민주당에서도 정책위의장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공약을 만들고 있다. 거대 양당이 우리를 견제하지 않는 한, 재원이나 정책의 타당성 문제 때문에 실현되지 않는 공약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발표한 국민연금을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공약부터 원금 손실 우려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달라. 국민연금에 쌓인 500조원을 운용할 만한 시장은 국내에 없다. 그러다 보니 해외투자를 해야 하는데 손실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국민연금 자체가 주택공급 사업을 하는 내용의 ‘컴백홈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택을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그것을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최소 2%의 수익률로 운영하면 청년층이 주거비 부담을 덜고, 원금 손실 우려도 없어진다. 그러면 주거 문제가 해결된 젊은층이 아기를 낳고, 그 태어난 아기가 20~30년 뒤 다시 국민연금 가입자가 된다. 국민연금 고갈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가 저출산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이것이 진정한 연금 수익률 아니겠나. 더불어민주당이 국채 매입 방식으로 공공주택 공급 지원한다는 것은 재무적 투자일 뿐, 청년 세대와 국민연금을 위한 근본대책은 아니다.”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불안 덜어주면 지지율 오를 것”

부실한 국회의원을 국민이 소환해 파면하는 제도와 같은 기득권 내려놓기 공약은 국민 신뢰를 얼마나 얻을 것으로 보나?

“국민이 가장 원하는 정치 변화가 기득권 내려놓기다. 정치인들이 잘 못해서 정치가 웃음거리가 되고, 이 때문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나온다. 정치의 요체는 국민의 믿음이다. 일단 기득권 내려놓는 공약을 실현해 믿음을 드려야 한다. 지방정치에 있는 이 제도를 중앙정치에도 도입해 책임지는 정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공약은 만들어 발표하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당 출범 자체가 늦었고, 아직 원내 20석을 조건으로 하는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국고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시간·인력·예산이 없는 3무(三無)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밀려오는 게 사실이다. 또 총선이 다가오니깐 거대 양당이 우리를 얼마나 견제하고 있나. 이런저런 이유로 언론의 조명도 덜 받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고 했는데, 지금 공약 만드는 일은 광야보다 열악한 황무지에서 진행하는 셈이다.”

야권 연대·통합 논의 때문에 국민의당 공약이 선거 전에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

“바로 그 이슈가 새로 생긴 제3당을 견제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우리 지도부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서 극복하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 이미 총선 국면에 들어와 있다 보니, 그런 견제와 공격에 대해 입장정리를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이제 대오를 정리해서 국민들이 안심하시고 ‘지지해도 되겠구나’ 생각하도록 단결하는 수밖에 없다. 중도 개혁세력으로서 한국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것에 대한 국민 불안을 덜어주면 지지율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본다.”

-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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