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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김종인號에 어른거리는 ‘손학규 그림자’의 실체 

“활화산으로 되살릴 묘책 모색하고 있을 것”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정장선 선대·이철희 전략기획·김헌태 정세분석·민병오 경선관리·이학노 운영지원본부장 등 ‘친손계’가 요직 장악… 4·13 총선 이후 더민주 등 야권 전체 구원투수 필요할 경우 대비해 이미 ‘사전 정지작업’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와

▎김종인호의 주축 5명이 모두 손학규계 사람이라는 점이 향후 야권의 지형 변화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3년 9월, 8개월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손 전 고문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호(號)에 ‘손학규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손학규의 오른팔’로 불렸던 3선의 정장선(58) 전 의원은 더민주의 선거대책본부장·총선기획단장·공천관리위원을 겸하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다. 정장선 선대본부장을 떠받치는 네 기둥이라 할 이철희(52) 전략기획본부장, 김헌태(49) 정세분석본부장, 민병오(54) 경선관리본부장, 이학노(63) 운영지원본부장도 과거 손학규 당대표 시절 ‘키맨(Key Man)’으로 활약했던 인물들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정 본부장을 비롯한 5명이 총선 정국에서 당의 헤게모니를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2011년 11월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이 머리를 맞댄 채 숙의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장면 1: 2014년 7월 31일 정계은퇴 선언 뒤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토담집에서 기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그는 1월 25일 6박7일 일정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정계은퇴 후 해외방문은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였다.

정계복귀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 전 고문은 빙긋이 웃을 뿐 답이 없었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모스크바에 있는 극동문제연구소 초청에 따른 방문이며 국내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야권의 잠재적 ‘구원투수’로 꼽히는 손 전 고문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특히 정장선 전 의원이 손 전 고문을 수행한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정 전 의원은 손 전 고문이 당대표를 맡고 있을 때 사무총장에 임명되는 등 ‘손학규의 오른팔’로 불렸던 인물이다. 정 전 의원은 손 전 고문의 러시아 방문 직전에는 더민주의 선거대책위원으로 선임되더니, 방문 직후에는 총선기획 단장까지 맡았다.

현역의원 시절 당내에서 중도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정 전 의원은 손 전 고문과는 오랜 정치적 동지다. 정 전 의원을 비롯해 신학용·이찬열·이춘석·조정식·김동철·양승조·최원식·오제세·전정희 의원 등이 손 전 고문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은 손 전 고문이 어려울 때 늘 곁에 있었던 사람이다. 두 분 사이에는 믿음이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 ‘손’을 잡아주세요”

#장면 2: 손 전 고문의 러시아 방문 한 달 뒤인 2월 26일 서울 반포동 성모병원 장례식장이 붐볐다. 손 전 고문의 맏사위인 김동현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지율 하락, 당내 갈등 등으로 고민에 빠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구글 캠퍼스 서울을 방문한 뒤 성모병원에 마련된 손 전 고문의 사위 빈소를 찾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일정에는 없었던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조문에는 국민의당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과 박인복 비서실장, 김경록 대변인이 동행했다. 이들은 조문 후 손 전 고문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와 있던 이상돈 선대위원장도 동석했다.

김영환 위원장은 “지금 안 대표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 수도권과 20~30대의 지지를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단계 추진로켓이 필요하다. 정말 도와줬으면 좋겠다. 제가 강진에 가면 고구마 하나 삶아주실 수 있으시냐”며 손 전 고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안 대표 일행과는 별개로 더민주에서는 박영선·이용섭 비대위원이 조문했다. 두 사람은 2011년 손 전 고문이 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각각 정책위의장과 대변인에 임명됐던 인사들이다. 이 위원은 현재 총선정책공약단장을 맡아 당무의 최전선에 나섰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최근까지도 손 전 고문에게 선대위원장을 요청하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관계자는 “과거를 돌아보면 손 전 고문과 안 대표 사이에 원래 간극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손 전 고문과 가까운 인사들 중 김동철 의원, 김유정 전 의원 등은 국민의당에, 정장선 전 의원, 조정식 의원 등은 더민주에 있다. 손 전 고문이 총선 전에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간극’이란 2014년 7·30 재·보선 때 양측의 신경전을 의미한다. 당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중진들은 이번 선거에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임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중진들의 출마를 우회적으로 반대했다. 이에 손 전 고문은 “선거에 나가는 것도 헌신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원의 강남’이라는 수원병에 출마한 손 전 고문은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에게 석패했고, 이튿날 곧바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또 다른 더민주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상임고문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당적은 더민주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탈당 전력 때문에 툭하면 정체성 시비에 휘말렸던 손 전 고문이 가볍게 움직일 리는 만무하다.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손(孫) 안’의 분당대첩 주역들, ‘손 밖’에서 맹활약


▎더민주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는 ‘친손계’ 인사들. 왼쪽부터 이철희·김헌태·민병오·이학노 본부장. / 사진·중앙포토
손 전 고문은 당대표 시절이던 2011년 3월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당시 손 대표의 분당을(乙) 출마론이 제기됐던 것이다. ‘하늘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분당은 여당에는 강남 3구와 함께 대표적인 꽃길인 반면 야당엔 가시밭길이다.

정동영계 인사인 문학진 의원이 가장 먼저 손 대표의 ‘분당 차출론’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손 대표 측은 “분당에 나가서 죽으라는 얘기냐”며 반발했다. 그러나 이후 손 대표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한 대장정을 떠나도 될지, 분당구민들의 동의를 얻고자 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손 대표는 예상을 뒤엎고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상대로 ‘분당대첩’을 이뤘다.

손 전 고문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분당을에서 승리를 거두자 그의 참모진에 관심이 쏠렸다. 분당을 선거의 기본전략은 강훈식·이철희·김헌태·김윤재 ‘4인방’이 이끌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가운데 이철희 당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손 전 고문이 2010년 11월 직접 영입한 전략기획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사연) 부소장을 지낸 그는 손 전 고문의 전략 자문역으로 활동하며 ‘분당대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철희 현 더민주 전략기획본부장은 손 전 고문이 참 많이 아꼈던 사람”이라며 “두 사람은 편하게 소주잔을 부딪쳤을 만큼 깊은 관계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의 최근 발언도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그는 지난해 10월 JTBC <썰전>에 출연해 “한 사람을 영웅시해서 대통령을 내세우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보완할 인물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손학규 전 대표는 내가 아는 정치인 중 대통령을 가장 잘할 사람”이라며 손 전 고문을 한껏 추켜세웠다.

김헌태 전 한사연 소장(현 더민주 정세분석본부장)은 손 전 고문이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주요 국면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정무특보로도 참여한 바 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총선 정국에서 김 본부장이 여론조사작업 등을 도맡도록 했다. 김 본부장이 공천의 기본적인 판단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구체적인 선거전략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에게 많은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본부장의 부친은 5공화국에서 청와대 사정수석과 법제처장을 역임한 고(故) 김종건 씨다. 김종건 씨와 김 대표는 친분이 깊었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어렸을 때는 김 대표를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더라”며 “뿐만 아니라 김 대표와 김 본부장은 한국외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민병오 경선관리본부장은 대표적인 ‘손학규의 정책통’이었다. 2007년 손학규 대선후보 경선캠프 정책특보로 손 전 고문과의 인연이 깊어진 그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민 본부장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합리적이면서도 인간적 의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며 “2012년 대선후보캠프에서는 차별화된 정책을 만드는데 주력했던 인물로 손 전 고문과 소통이 잘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학노 운영지원본부장은 2007년 정동영 대선후보 조직 단장 출신의 정동영계였으나, 당시 손 전 고문이 발탁해서 재정사무부총장에 임명하는 등 각별히 중용했다. 전북 부안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고 이희천 전 의원의 아들인 이 본부장은 조직 관리·운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민주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의 인재 욕심은 남다르다. 능력이 있다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현재 정장선 선대본부장을 떠받치고 있는 인물들도 그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손 전 고문과는 인간적·정치적 신뢰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으로 정치판 새롭게 짜야”


▎지난해 11월 25일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 손 전 고문이 “내일은 더 추우니 옷을 더 입고 오시라”며 최 전 장관을 배웅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손 전 고문은 지난 1월 말 모스크바 방문 후 귀국길에서 정치권의 새 판 짜기를 언급한 데 이어 2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행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축사를 통해 “다산 정약용이 강진 초당에 머물며 (실천했던)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이때 우리는 비로소 정치의 판을 새롭게 짤 수 있고, 우리는 비로소 평화로운 국가연합을 이루고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헤쳐모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총선 전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통합은 어렵게 됐지만 총선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와 관련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당 입당 전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각각 (의석) 몇 십 석씩을 가지고 뭘 하겠느냐? 야권은 분열의 선수이기도 하지만 통합의 금메달이기도 하다”며 “20대 국회 원(院) 구성 전에 야권은 반드시 통합될 것”이라며 야권통합의 시기가 여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시민과 통합(친노 세력), 한국노총이 합쳐 민주통합당을 만들었던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야권이 통합된다 하더라도 ‘간판’으로 나설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야권의 고민이다. 더민주의 최대 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분당(分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총선 후 당장 야권의 얼굴로 등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비슷한 처지다.

이런 가운데 당의 주인 노릇을 하던 친노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이 총선 후까지도 염두에 둔 ‘사전 정지(整地)작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범친노로 불리는 정세균계가 심한 ‘타격’을 입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민주 현역의원 107명 가운데 20명 정도가 정세균계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그동안 당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김종인호의 칼이 친노의 심장은 비켜갔지만 정세균계를 어느 정도 솎아낸 것이 결과적으로 친노 전체의 약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정세균계의 핵심인 3선의 강기정·전병헌 의원과 재선의 오영식 의원 등이 일제히 공천에서 배제되자 정 의원 측은 “핵심 친노는 놔둔 채 주변만 건드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정세균계 최재성 3선 의원은 “최근 공천과정에 ‘보이는 손’이 작동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보이는 손’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실무자 혹은 중간관리자,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분들이 잘못 가공하고 디자인했을 때 그건 (김종인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정세균계 공천 쓰나미 파동이 채 가시기도 전인 3월 14일 더민주는 당내 최다선인 이해찬 의원(6선)과 범친노로 19대 국회 여성의원 중 최다선인 이미경 의원(5선)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해찬 의원은 친노의 좌장으로 불리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가 조금 소원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3월 13일 밤 문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의 ‘암묵적 동의’ 아래 이해찬 의원의 공천 탈락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28년 전의 ‘악연’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서 민주정의당 김종인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 승리를 발판삼아 이 의원은 17대까지 내리 5차례 이곳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비례대표로만 4선 고지에 오른 김 대표는 자신의 정치 역정 중 유일한 지역구 출마에서 정치 신인에게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이 의원은 탈락 발표 하루 뒤인 3월 15일 더민주 탈당과 함께 세종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공당(公黨)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노(新盧)’ 강화로 등판 가능성 더 낮아졌다”는 평가도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더민주 핵심 당직자 출신의 정치권 인사는 “이철희·김헌태·민병오·이학노 본부장은 각종 선거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책사들이자 모두 비노 성향이다. 이들은 총선 후 새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까지도 염두에 두고 새로운 권력구도를 위한 터 닦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나아가 “친노운동권으로는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확장성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일부는 ‘휴화산’인 손 전 고문을 ‘활화산’으로 되살릴 묘책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신중론을 폈다. 공천 결과 친노 전체적으로는 다소 약화됐을지 몰라도 ‘친문(친문재인)’은 오히려 강화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친노 핵심 중 단수공천을 받은 의원이 적지 않다. 이들은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 젊은 초·재선들이다. 친문은 더 공고해졌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부터 문 전 대표와 같이 일해온 박남춘·전해철 의원은 살아남았다. 이해찬 의원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태년 의원,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윤호중·홍영표 의원도 공천이 확정됐다. 친노 주류로 분류되는 비례대표 중 최민희·한정애 의원은 각각 경기 남양주병, 서울 강서병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원외에 있는 친문들도 대거 공천을 받았다. 백원우(경기 시흥갑)·김경수(경남 김해을) 후보, 문 전 대표가 사퇴 전 영입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도 무난히 본선에 진출했다. 다선·고령의 ‘구노(舊盧)’는 퇴조한 반면 ‘신노(新盧)’는 되레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다시 말해 친노의 세대교체만 이뤄진 만큼 손 전 고문의 등판 가능성이 반드시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본선(총선)에서도 친노운동권이 대거 위축된다면 야권 내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테고, 그럴 경우 손 전 고문이 부상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문재인 대망론’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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