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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⑧] 마라톤과 탈모(脫毛) 

더 멀리, 더 오래 달려 문명을 일으키다 

배철현 서울대 인문대학 종교학과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육식동물들과 생존경쟁 위해 오래 달리기에 적합하게 진화… 달리기는 취미의 한계를 넘고 문명을 세우려는 인류의 갈망적 행위
#1. 취미와 마라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취미(趣味)라는 행위를 즐긴다. 취미는 생존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사용하면서 자발적이며 규칙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활동한다. 인간의 뇌 구성 중 척추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뇌간(腦幹)이라 부른데, 이곳에서는 생존과 본능에 관련된 활동을 조절한다. 파충류의 뇌는 전적으로 뇌간으로 되어 있어, 뇌간을 ‘파충류의 뇌(reptile brain)’라고 부르기도 한다. 뇌간에서 하는 본능적인 행위들은 다음 네 가지로 영어로는 소위 4F라고 부른다.

악어의 인생은 다음 네 가지 행위에 집중한다. 첫째, ‘feeding’, 즉 ‘몸 채우기’다. 자신의 허기진 몸을 채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fighting’, 즉 ‘싸움’이다. 악어가 먹을 것을 차지하려고 다른 악어와 하는 일이 서로 물고 뜯는 행위다. 세 번째, ‘fleeing’, 즉 ‘도망가기’다. 먹을 것을 차지하려다 다른 악어나 자신보다 힘이 센 경우, 그 악어는 도망갈 수밖에 없다. 네 번째, ‘f’로 시작되는 생식과 관련된 단어, 즉 ‘성교하기(f***)’다. 발정기간에 자신의 욕망을 풀기 위해 섹스를 한다. 아마도 찰스 다윈이 1859년 을 저술하면서 인간을 악어 수준으로 보고 인간의 본성과 자연을 ‘손톱과 발톱이 피로 물든(red in tooth and claw)’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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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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