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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그림을 읽다’] 읽고 쓰는 인간의 아름다움 

‘읽기’의 즐거움을 색채로 찬미하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읽기와 쓰기는 필연적으로 고독을 동반하는 것… 책을 읽을 때 글쓴이와 책 속 인물들이 생명력 갖게 돼
#1. 책 읽기, 외로움을 잊는 기술

문명을 파괴하기 위해 굳이 책을 불태울 필요가 없다. 그저 사람들에게 책을 읽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다. - 레이 브래드베리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누구도 만날 필요 없이, 가만히 외로움을 잊는 기술. 내게는 그것이 책 읽기다. 아끼는 책 한 권만 옆에 있어준다면, 외로움은 더 이상 고통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와 대화하고, 책 속의 여러 인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에 미소 짓기도 한다. 그들은 지금 여기 있다. 내가 책 속의 문장을 읽음으로 하여, 그들은 이 세상에 더욱 생생하게 존재하게 된다. 책은 인간의 외로움을 잊게 하지만, 책 스스로는 매우 외롭다. 인간이 만져주고, 읽어주고,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면, 책은 그저 ‘사물’에 그치기 때문이다. 책 속에 숨은 이야기와 생각, 느낌과 흔적들에 생명을 불어 넣는 독자가 없다면, 책은 우리 자신보다 더욱 외로운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책과 함께하는 순간, 우리는 곁에 사람이 없어도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책 속에 끼워두었던 껌종이나 낙엽, 꽃잎 같은 것들이 툭 떨어지는 순간. ‘그 책을 읽었던 순간의 나’는 또 하나의 친구가 되어 다정하게 말을 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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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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