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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 대표 된다 해도 중도의 정치노선 포기 못해” 

만난 사람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공존과 화해가 정치 소신… 당 대표 되면 더민주 핵심 지지들과 정치노선 차이로 충돌할지도

▎김부겸 의원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고비”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두 달 반을 남겨둔 시점에서 더민주 김부겸 의원(58·4선)을 만났다. 총선 전 그를 만났을 때는 긴장감과 결기, 노심초사 같은 게 느껴졌다. 지금 그의 태도에는 다소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는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모든 인사 중 1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처음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대구에서의 당선이 그에게 선사한 힘과 무게다.

더민주 당권의 향배는 당내 주류인 친노(친문)의 선택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의원의 고민은 그 너머에 형성돼 있다. 당 대표란 자리가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갖는 의미를 곱씹고 있는 것이다. 친노(친문)와의 명분 있는 연대? 김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그런 형이하학적 전술에 앞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게 근원의 문제란 당 대표-킹메이커-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 출마와 같은 일직선의 성공 방정식은 아니다. 당권이나 대권 같은 거대한 정치목표에 걸맞은 달란트를 과연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일까? 당 주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된 후 주류가 미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다? 그 이후엔 무엇을 할 것인가? 그의 고민은 당 대표, 또는 대선 후보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오직 자신의 세력과 역량으로 세우긴 어렵다는 자각에서 기인한다.

마음의 행로는 어쨌거나, 그는 대권과 당권 도전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파장은 클 것이다. 그는 6월 말경 내리는 결정으로 말미암아 향후 정치 인생의 행로가 사실상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놨다.

“더민주 지지자들은 여소야대가 된 이번 국회에서 획기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분들을 과연 내가 만족시킬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는 근대화(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간의 공존과 화해라는 정치 소신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당 지지자들은 그런 점을 못 견뎌 할 것이다.”

지난해 3월호 <월간중앙> 지면을 통해 김부겸을 인물연구한 동양학자 조용헌은 이렇게 썼다. “‘영중호(嶺中湖, 산 속의 호수)’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피를 보지 않는 공존을 위해서 말이다. 김부겸이 바로 그런 ‘영중호’의 역할을 맡는 호걸 아닌가. 그가 만델라, 덩샤오핑이 보여준 유연한 사고와 배려의 정치를 실천할 수 있을까? 대중이 그의 정치적 장래에 주목하는 바 그 대의(大義)에, 그는 결연히 복무할 수 있을까?”

‘하로동선’의 정신적 계승자로서의 김부겸


▎김부겸 의원은 반기문 대망론이 뜨는 이유에 대해 “최근 급격하게 초라해진 한국인들의 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부겸이 영호남의 지역감정 타파에 자신의 정치노선을 걸게 된 계기는 1996년의 음식점 ‘하로동선(夏爐冬扇)’이다. ‘여름의 난로, 겨울의 부채’라는 뜻이다.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그렇지만 영남의 호남이 되고, 호남의 영남이 되자는 함축이 들어 있다. 지역주의를 넘어서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멤버가 김원기·노무현·제정구·박석무·이철·김정길·유인태·원혜영이었다. 음식점 출자에 각기 3000만원씩을 내놓았다. 돈이 없었던 김부겸은 영업부장으로 참여했고, 여기에서 김부겸의 지역주의 타파 철학이 훨씬 더 강하게 다듬어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그의 행보는 ‘하로동선’의 정신적 계승자로서의 김부겸이 아닐까? 그는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간극을 메워야 하는 이중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임이 틀림없다. 인터뷰는 6월 14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그에게 먼저 영남권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신공항 건설 부지 문제부터 물었다.

밀양이냐 가덕도냐, 신공항문제로 영남권이 시끄럽다. 지역갈등을 넘어 정계개편의 모멘텀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대구 지역구 의원으로서 어떤 생각인가?

“부산은 사실 성장동력이 있다. 대구는, 도시 자체가 오픈돼 경제적 역동성 측면에서 부산에 비해 떨어진다. 대구 지역민의 공항유치 염원이 큰 건 사실이다. 객관적 근거 없이 싸우지 말자는 게 2015년 1월 합의다. 전문가들의 진단이 곧 나온다고 하니 기다려보자. 다만 신공항은 부산과 대구의 다툼이 아니다. 부산과 나머지 영남권과의 이해관계가 부딪힌 것이다.”

서병수 시장이 사퇴의 배수진을 치는 등 부산의 결기도 대단하다.

“부산은 심지어 이 프로젝트를 무산시키고 민자로 공항 건설을 시작하겠다는 복안도 있는 것 같다.”

민자로 일단 시작해놓고 정부예산을 따겠다는 건가?

“그렇다. 1년에 2000억∼3000억씩은 당겨갈지도 모른다. MB 시절 포항의 이병석 전 의원이 소위 ‘형님 예산’으로 1년에 5000~6000억 씩 SOC 예산을 따내지 않았나? 부산은 그렇게 민자 유치의 여력이라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다 합쳐도 그럴 힘이 없다. 지금 언론이 살펴봐야 하는 게 일본 간사이공항의 실패 사례다. 일본 토목기술이 당대 세계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지반 침하가 이뤄졌다. 바다와 개펄은 믿기 어려운 토대란 것이다.”

그런데 대구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왜 이렇게 조용한가?

“조용히 해도 표가 나오니까 그런 것 아닐까? 그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투쟁을 통해 뭘 얻어내는 데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부산 새누리당 의원들도 비슷하다.”

이 문제는 결국 전문가의 견해가 중요한데, 결론이 나오면 승복할 건가?

“당연히 승복해야지. 내가 우려하는 것은 승복을 할 수 없다는 전제로 부산시가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수도권, 중앙권력은 지방에 국제공항을 내주기를 꺼린다. 이제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영남 지역민에게 나라 바깥으로 열리는 기회의 창을 줘야 한다.”

국회 상임위에는 기획재정위로 배정받았다. 기재위를 희망한 이유는?

“거시경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야당 의원으로서 문제제기에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인 불황 등 경제위기의 본질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해법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3선을 하는 동안 행자, 통일·외교·통상, 문화, 정무, 교육 등을 해봤지만 이번에는 기재위에서 활동하며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다.”

야당 정치인으로서 대구에서 당선된 건 대단한 성취다. 이정현 의원 등 집권당 후보로 호남에서 당선된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본다. 대구의 정치 민심, 그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대구를 보수의 전통적 근거지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가장 단적으로 1956년 대선 당시 이승만·조봉암 후보가 대결할 때가 그랬다. 전국적으로는 7대 3 비율로 이승만의 득표율이 높았지만 대구는 거꾸로 3대 7로 조봉암 표가 많았다. 대구에 기반을 둔 박정희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노태우·전두환 대통령까지 대구가 마치 여당의 굳건한 아성처럼 인식됐다. 그런데 전두환 시절이었던 1985년 총선에서는 3개 중선거구 6명 중 여당인 민정당이 둘, 야당이 셋, 무소속이 한 명 당선됐다. 그만큼 대구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균형감과 비판의식이 있었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90년 3당 합당으로 야당을 하겠다는 분도 사라졌고, 좋은 인물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얼마 전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김 의원 스스로 대구에서 당선되었기 때문에 대구의 정치 정서에 발목 잡힌 측면도 있다고 보는데.

“왜 없겠나. 대구의 정서를 전체 국민의 보편적 민심과 합치 시킬 수 있도록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대구민심의 특수성, 대한민국 국민정서의 보편성이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느냐, 나도 그런 점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정세균 의장과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잇따라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개헌의 시대정신은 어떤 한 세력이 권력을 독점, 독주할 수 없으니 공존과 협치의 정치지형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개헌은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해야 한다. 어느 한 정치세력이 대한민국이란 전체를 끌고 가면서 나머지를 설득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밀양의 국제공항 건설은 대구에 아주 절박


▎4월 13일 총선에서 당선된 김부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시기가 문젠데, 가장 적절한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금년부터 산발적이지만 토론은 시작되리라 본다. 내년 대선 전 후보자들이 공약을 해서 과정을 밟아나가는 게 제일 무난하다. 그 다음 정권에서 약속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어떤 권력구조를 택해야 한다고 보나?

“권력구조만 논의되면 안 된다. 권력구조와 더불어 선거구제, 강력한 중앙집권에 대한 견제, 허약한 지방자치 제도의 보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된 시민권, 남북관계의 현실도 반영돼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월간중앙>과 인터뷰 때도 대구경제의 낙후성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지금도 사정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은데.

“지역 총생산(GRDP) 측면에서 대구는 벌써 20년 이상 최하위다. GRDP가 낮다는 건 그만큼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비극은 1년에 만 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일자리 찾아 타지로 떠난다는 데 있다. 도시가 활력을 잃고 내부에서 혁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확실한 비전을 못 만드니까 그저 손 놓고 끌려가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체류형 의료관광 등 활력의 모멘텀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그래서 다시 국제공항 이야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대구 국제공항은 군 공항과 같이 사용하면서 고작 전세기 정도나 띄우는 수준이다. 그 정도만으로는 의료관광객 유치에 턱 없이 부족하다. 대구는 기계, 공구, 안경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도 많다. 그런데 이것도 해외로의 길이 뚫려야 수출경쟁력이 생긴다. 대구의 대표산업 섬유와 패션도 마찬가지다. 접근성이 좋아야 승부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밀양의 국제공항 건설은 대구에 아주 절박하다.”

지난 7∼8년간에 걸쳐 대구시민들을 우울하게 만든 것 중엔 조희팔 사건이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대구시민이었는데.

“대구지검의 수사에 예단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조원대 피해액에 자살자 속출, 검찰·경찰의 어마어마한 뇌물수수 등 이게 보통 사건이 아니다. 조희팔 생사도 모르고 은닉된 자금 찾는 일도 지지부진이다. 피해를 입은 대구시민들은 사기를 당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대놓고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부실한 수사 결과 나오면 당연히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가 활발하다. 지난달 <중앙일보>·<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도 대권 도전에 대해 앞서가는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안 지사의 요즘 행보를 어떻게 보고 있나?

“당내 문재인이라는 유력한 대권주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안 지사의 최근 행보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본인이 그런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내 경선도 그만큼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안 지사는 지역민들에게도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당의 후보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되면 역동성이 죽는다. 국가가 직면한 문제점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안 지사의 행보는 유익한 것이다.”

언론은 김 의원의 행보에도 이미 차기 주자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8·27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느냐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인 김부겸의 정치인생에서 지금이 아마도 가장 중요한 고비가 아닐까 싶다. 제 정치적 인생은 이번 선택으로 결론이 나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신중해야 하고 조심스럽다. 대구 유권자의 마음도 중요하다. 선거 끝난 지 두 달밖에 안 되었는데 중앙정치 무대에서 독립적으로 뛰겠다고 하면 지역에서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정치인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는 자신을 잘 아는 선배 정치인의 조언도 들어봐야 한다. 지금은 그런 조언을 듣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자칫 너무 오래 끌면 전당대회 준비하는 분들께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6월 중 어떤 형태든 결론을 내겠다. 아직까지는 당도 채비가 안 돼 있다.”

“정치가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4월 13일 총선에서 당선된 김부겸 당선인이 이튿날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만나 지지에 감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여론조사를 보면 당 대표 후보들 중 지지율이 가장 높다. 그런데도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더민주 지지자들은 여소야대가 된 이번 국회에서 획기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분들을 과연 내가 만족시킬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는 근대화(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간의 공존과 화해라는 정치 소신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당 지지자들은 그런 점을 못 견뎌 할 것이다. 당 대표 자리는 향후 정치적 선택 범위를 줄이고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선뜻 결심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 핵심 지지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정확히 무슨 뜻인가?

“우리당 지지자들이 댓글 달거나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결단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정치인생을 통해 내가 얻은 경험칙의 진실이 있다. 그것이 뭐냐 하면 결국 정치만으로는 세상을 그렇게 급작스럽게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정치 인생을 통해 내가 얻은 결론이니 만큼 나에겐 소중한 인식이다. 항상 타인과 공존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우리당 지지자들은 그것을 못 견뎌 하는 경향이 있다. 그걸 모욕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다.”

그건 대선국면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핵심 지지자가 외면한다면 어떻게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나?

“대선국면에서는 다른 후보와 경쟁과 협력 등 운신의 폭이 넓다. 자신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당 대표를 하면 그 싸움의 결과를 가지고 정치적 자아를 확장할 여지가 없다. 왜냐면 결국 그것은 집안싸움이 되는 거니까.”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한다면, 2017년 대선 준비를 시작하는 것으로 봐도 되나?

“대권은 야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주체적 준비과정, 결단의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당 대표를 포기한다면 남은 진로는 하나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에 들어가겠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종인 대표가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의 시대정신은 공존과 협치의 정치지형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부터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권력구조는 협치와 권력분산을 담보하고 신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년 대선 출마자들이 각기 개헌 공약을 하고, 당선자는 임기 중에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권의 대선후보로 나설까?

“반기문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며, 그의 대선 출마를 비판하고 싶지 않다. 반 총장의 1급 참모라면 당연히 독자세력 구축을 건의할 것이다. 여야 대권구도가 취약한 상황에서 반 총장의 파괴력은 크다. 그가 협소한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누구한테 얹혀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야당도 그를 여당 후보로만 규정하지 말고 좀 여유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반기문 대망론은 왜 나왔다고 보나?

“최근 급격하게 초라해진 한국인들의 위상 때문이라고 본다.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 국민이 극복할 수 있다. IMF 때도 보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극복하지 않았나?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국제정세를 보면 우리의 위상은 정말 초라해졌다. 미일동맹은 강화되고 중국과 미국은 갈등하고 있다. 우리의 존재감은 약화되고 주체적 역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반기문 대망론이 국민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다.”

유승민과는 정치 노선 결국 수렴될 수도


▎6월 1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육정책 간담회에서 만난 유승민(오른쪽) 의원과 김부겸 의원
반 총장을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보는 이유는?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인이 차지하기 어려운 중요한 포지션이다. 반 총장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남북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거의 고립되어 스스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북한을 국제사회에 끌고 나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굳이 현실정치에 나오겠다고 하면 여야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그분이 가진 장점과 한계를 국민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의 존재가 더민주 집권의 위협적 세력이 될 수가 있는데, 당인으로서 그런 평가를 해도 되나?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우리도 저변을 넓히는 준비를 하면 된다. 여유 있게 그분을 활용할 것은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솔직히 반기문을 유엔사무총장으로 만든 사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당시 이해찬 총리 같은 분도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반기문이라는 훌륭한 자산 안에는 분명 우리의 몫도 있으니, 성급하게 판단해 굳이 그에게 흠집을 남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8월 27일 전당대회 끝나면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김종인 대표가 있다. 그가 대표직을 물러나면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누가 뭐라 하더라도 김종인 대표를 빼놓고는 더민주의 지난 총선을 논할 수 없다. 가장 어려울 때 당을 지탱했다. 또한 김 대표보다 더한 실력과 권위로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를 논할 사람을 찾을 수 없다. 그 존재감은 엄청난 것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더민주를 초월해서 전국을 구름처럼 떠돌아다닐 거다,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걸까?

“그렇게까진 함부로 얘기할 수 없지만 그분은 자신의 롤을 한 정파에 국한시키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더민주의 귀한 자산임에는 틀림없다. 8월에 뽑힐 당 대표는 그를 모시고 당의 확장성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

김부겸, 원희룡, 남경필, 안희정 등 1명의 국회의원과 3명의 도지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와 바람이 크다. 이들은 여야 양당에서 촉망받는 50대 개혁성향 정치인이다. 정치 혁신의 주역이 되어달라는 주문도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월간중앙> 주최 정치개혁 포럼에서 그 세 분 지사의 열정을 새삼 확인한 바 있다. 그날 보았듯 세 자치단체장의 치열한 고민은 정말 진실한 것이었다. 여의도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 아니었나? 그들은 하나 같이 모두 현장의 이야기만 하지 않았나?”

그래서 네 분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본다. 김대중·김영삼이 196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것처럼, 4명의 개혁 정치인들이 50대 역할론을 내세우며 정국을 주도해갈 수도 있을까?

“우리 네 사람에게 신선한 유사성이 있다고 평가해주는 것은 감사하다. 다만 그걸 쉽게 얘기해서 세대교체론이라 말하는 것은 본질에 상응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세대교체론에는 거기에 걸맞은 시대정신이나 내용이 있을 때에만 반향을 기대할 수 있다. 단지 나이가 50대니까 너희가 뭘 해라, 이건 아닌 것 같다. 여의도를 떠난 각 자치단체장의 현장성과 치열함은 신선했다. 그들은 정파적 사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시원시원하게 얘기했다. 그게 여의도만 오면 왜 안 될까? 이걸 생각해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가 제도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과 얼마 전까지 여의도에 있었던 사람들인데, 현장에 내려간 후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다. 정치와 국민의 삶이 아무런 유기적 연관성 없이 겉돌고 있었다는 것을 본 것 아닐까?”

낭만적인 남북평화론은 위험하다


▎지난 1월 17일 제주도에서 열린 <월간중앙> 주최 ‘뉴 리더 4인의 제주도 대토론회’. 왼쪽부터 김부겸 전 의원(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유승민 의원의 ‘보수혁신론’을 어떻게 보나? 유 의원도 대구의 정치민심과 보편적 국민정서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진 않을까?

“유 의원은 대구 지역구에서 오래 정치를 했으니 나보다 그 문제를 훨씬 깊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유 의원과 나의 정치적 지향이 수렴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탐욕스러운 이미지를 걷어낸 보수, 책임감 있는 진보로서 말이다. 어른스럽다는 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얼마든지 상황을 책임지고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야 양쪽이 경쟁하면서 동시에 협력하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양 진영이 늘 경쟁만 하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조건이 만만치 않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유승민 의원은 보수적이다.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남북의 군축 등을 통한 국가재정 문제의 해결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유 의원은 남북문제에 있어 특히 보수적이다. 국방위원을 오래했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이라는 구체적 위협을 갖고 있는 한, 낭만적인 남북평화론을 얘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나는 아직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평화와 화해정책을 신봉한다. 그러나 핵무기 능력이 강화되고 미사일 위협이 커진 지금 국민들에게 남북평화론을 되풀이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이야기만 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순 없을 것이다.”

더민주 내에서 법인세 인상 등이 논의되고 있다. 결국 증세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이 변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권리를 최소한으로나마 보장하려면 지금보다 담세율이 높아야 한다. 지금처럼 법인세 인상이라든가, 부자들에게 더 내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이, 소득 있는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국민개세주의’의 도입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조금 더 부담할 각오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적으면 적은 대로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봉급생활자의 절반이 면세인 상황에서는 국가의 주인이란 당당함을 가질 수 없다. 국민개세주의는 우리 헌법의 정신이기도 하다. 공화의 정신을 국민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북핵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 평화협상이 있느냐 없느냐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북한 핵 폐기가 아니고 동결 수준에서라도 평화협상을 논의하는 게 어떨까? 중국 입장이기도 한 이 같은 논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지역벽을 허물고 대구 수성갑에 당선된 김부겸. 그는 “그동안 반대 그 자체가 야당의 존재 이유였다면, 앞으로는 반대하는 논점과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의 목표가 어디까지냐가 관건이다. 대화 시작의 조건이 ‘동결’이라는 것까지야 뭐라고 하겠나? 그러나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걸 기정사실화 하기 위한 논의는 찬성할 수 없다. 미국이 의지만 있다면 나는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동결이 아니라 폐기다. 미국은 복잡한 중동문제, 이란 핵 문제도 해결했다. 지금 북한이 계속 북-미 대화를 하자는 것은 그런 큰 패키지, 큰 보따리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제재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또 다른 대화의 축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북한은 미국과 평화조약이 이뤄진다면 진짜 핵을 포기할 생각도 있는 걸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으나 북핵문제는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있다.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북한문제는 아무런 진전도 없이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됐다. 조작이다 아니다, 논란은 있지만 SLBM, 잠수함 발사 미사일은 정말 위협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을 통한 제재까지 이끌어내기 위해서 개성공단 카드를 썼다. 거기까진 좋다. 그렇다면 실질적 제재효과가 국제적으로 확인되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고 나오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전권은 우리가 아니라 중국이 쥐고 있음을 알게 된다. 중국은 또 미국에만 사인을 보내고 있지 않나? 우리 정부가 지금처럼 똑같은 목소리만 내서는 남북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 만난 사람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201607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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