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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원희룡 제주도지사 

“한국 정치판 크게 깨면 세대교체론 불붙을 것” 

만난 사람 박승희 정치국제에디터 겸 정치부장 pmaster@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좌우 양극단 배제한 대연립정부 세우는 정계개편 바람직…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내년 대선행보 시작해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에게 또 다른 5년을 새누리당에 맡겨야겠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변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민감한 질문에도 주저하지 않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8월 9일 전당대회에 친박 후보가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안 된다”였다. ‘무소속 유승민의 의원의 복당에는’까지만 얘기했는데도 “당장, 즉시 복당시켜야 한다”는 식이었다. 임기 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간의 결별, 즉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비겁한 것이며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답이 분명하고 시원하다는 건 현안에 대한 정리가 잘돼 있다는 의미다. 4·13 총선 이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원 지사가 잠시 멈칫했던 답변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서였다. 웃으며 한 답변은 “제주도민이 원하면…”이었다. 그는 요즘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램의 명령문을 사용하여 게임 또는 앱 등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측근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대와 호흡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 질문부터 던졌다.

코딩을 배우고 있다던데.

“뭘 만들겠다기보다는 우리 아이들, 아이들을 대비시켜야 될 부모들과 연결해 앞으로 국가가 이 부분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대책을 세워나갈지 모색하기 위해 현장 체험 성격으로 배우는 거다. 6월 1일부터 코딩을 배우기 시작해 이미 ‘스페이스 인베이드’라는 게임도 하나 만들었다. (웃으며)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다.”

제주도정과 관련해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 2030’을 추진하고 있는데, 2030년보다 더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닌가?

“100% 인공적인 계획에 의한 게 아니라 기술과 시장의 경제성 변화에 따라 확 당겨질 수도 있고, 힘들게 겨우겨우 갔는데 달성을 못 할 수도 있다. 기술·경제라는 미래 변수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건 현재 하나의 방향이고 목표다. 주머니에서 꺼내 1년에 이만큼 달성하고 이런 게 아니다. 앞당겨질 거라고 본다.”

산업화·민주화 세력 통합은 아직 요원


▎2007년 7월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원희룡 후보.
대한민국의 전기차 중 40%가 제주에서 굴러다닌다고 들었다.

“50%다. 정부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줘서 소화하는 양을 제주도는 50%로 하기로 이미 협약이 돼 있다. 무조건 우리가 소화해야 된다. 그래서 올해 4000대 정도 굴러다니고 있고 내년에는 1만5000대 보급이 목표다. 최근 변수가 생겨 골치 아프다. 테슬라가 2018년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0㎞ 이상인 차를 내놓겠다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40만 대가 이미 예약됐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때 사지 뭐’라며 대기수요로 돌아서버렸다. 그래서 긴급처방이 그때까지 굴리면 본전 뽑는 차, 영업용 차량에 보조금을 주는 거다. 그동안은 개인 자가용에만 보조금을 줬는데 렌터카와 택시에도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정치 얘기를 해보자. 16년 전 정치에 입문하면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말했다.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나?

“아직도 완전하게는 안 이뤄졌다. 산업화 세력은 아직도 과거의 어떤 경제성장모델에 대해 완고히 고수하는 게 많다. 재벌 독과점 체제 문제라든지 금융위기 이후 분배구조를 포함한 경제에 대한 구조적 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 생태계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경제구조 개혁이나 경제민주화 운동까지도 왔는데, 제대로 수용을 안 한 면이 있다. 다음 대선에서도 계속 이슈가 될 것 같고 분배의 욕구, 공정경쟁에 대한 불만이 우리 구조에 대한 부담 요인으로 오고 있다. 민주화 세력도 집권하면서 국가 운영에 대한 책임성이 높아진 것 같으면서도 막상 야당이 되면 FTA 문제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 현재 구조를 다 부정한다. 어떤 경우 아마추어라고 비판받거나 좀 무책임한 듯한…(인상을 준다). 지금까지 부를 만들고 앞으로 부를 창출하고 가야 할 대목에 대해 자기 것으로 안 받아들이는, 그런 면이 지금도 정서적으로 많이 나온다. 서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서 경쟁은 경쟁대로 하되, 어느 쪽이 맡아도 서로 70%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 민주화나 산업화의 가치를 생각하면 지킬 만한 가치는 인정하면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이 더 많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 대립도 완화되고, 정권교체 이후 전 정권을 부정함으로써 국가가 축적하고 계승해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강(强)보수와 강진보의 틈에서 신음하고 있는 게 한국정치다. 16년 동안 정치했으니 이 판을 깨는 게 필요하다고 보지 않나?

“판 깨기, 당연히 필요하다. 이대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세계경제에 들어서 있는 한국의 위상 자체가…(예전과 달라졌다). 지금 이 정도로 서로 배척하고 소모적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우리 힘을 다 끌어내는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렇게 소모적인 정치구조로 과연 되겠는가. 전 세계적인 변화를 정책에 민감하게 반영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미래를 내다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선도적 정책도 끌어가야 한다. 그런데 정치논리로 오면 각각 아우성치는 갈등과 이해관계 집단, 정치에서의 기득권, 정치를 벼슬로 생각하는 정치적 소집단과 개인적 욕구를 추종하기 바쁘다. 판을 바꾸고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노력을 하면 충분히 기회를 갖고 거기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존과 포용 면에서 너무나 속 좁게 배척하고, 이런 것 때문에 정치가 우리 사회의 용량과 다양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몇 년 가다 보면 어느새 변해 있을 텐데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 시대의 요구를 담아내고 미래의 변화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실천의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변화를 국민과 함께 사회적인 흐름으로 만들어내는 주도세력은 물론 존재한다. 누가 하든 바뀌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다.”

“권력분점 체계는 내각책임제가 좋다”


▎지난 5월 26일 제주도 국제컨벤션(ICC)에서 개막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2016’(제주특별자치도·동아시아재단·국제평화재단·중앙일보 공동 주최). 개막식에 앞서 기조연사들이 조찬 간담회를 갖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계 입문 후 계속 그런 주장을 펴왔고 변화를 유도하려고 하지 않았나? 더 늙기 전에 (웃음) 직접 판 깨기를 위해 총대를 멜 생각은 없나?

“전 언제든지 총대를 메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총대 메는 방식은 생각해 봤나?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정당 조직을 결성하는 쪽인가?

“그런 노력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투신할 생각이 있나?

“물론이다. 대신 일단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냐, 무엇을 할 것이냐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국가를 위해 무슨 과제를, 어떤 어젠다를 이루기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다. 혼자는 못하니까 누구와 함께 할 것이냐도 정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현실적인 세력이 많이 있다. 사람이 하늘에서 구름 타고 갑자기 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정치세력과 정치질서 속에서 어떻게 짜여야 갈 수 있는 건가, 과연 거기서 구체적으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어쨌든 우리 국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의 내용(이 있다면), 온갖 어려움과 복합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 힘을 합쳐가야 할 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지금이고 지금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면 바로 그 순간부터 해야 되는 거다. 하지만 아직 그런 소명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못 찾고 있는 상태다.”

판 깨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현실 정치에 많이 있지 않나?

“(고개를 끄덕이며)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정치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자는, 모래시계 속 모래가 계속 떨어지듯이….”

연내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겠나?

“시간표는 저의 소관이 아닐 뿐 아니라 인간의 소관이 아니다. 보고 있다.”

어떤 조건이 형성됐을 때 행동으로 촉발될 수 있나?

“정계개편이란 개념으로 본다면 크고 깊은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고, 대선 때마다 매번 있어왔던 의례적이고 소폭의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다. 소폭의 정계개편은 내년에 바로 진행될 거라 생각한다. 큰 틀의, 깊은, 구조적인 정계개편과는 연결이 될 가능성도 있고 안 될 가능성도 있다.”

크고 깊은 정계개편은 개헌과 연계된 것 아닌가? 그리고 세력화,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닌가?

“그렇다. 가장 전폭적인 정계개편이라고 하는 건 개헌을 매개로 해서, 집권 경쟁을 하는 주요 세력들이… (나서야 한다). 권력분점 체계는 내각책임제로 가자는 거다. 다만 내각책임제가 너무 정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보완 장치로 직선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뽑힐 때까지는 온갖 연합을 하고 대중적인 약속을 하다가 당선된 후 5년 내내 무한공격에 시달리는 건 너무 문제가 있다. 대통령중임제로도 갈 수 있겠지만 그건 대통령의 임기 연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포용정치로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서 정권을 잡으면 연합이 깨지더라도 임기 끝까지 (대통령을) 죽이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해체해서 다시 정권을 구성하면 되는 거다. 집권 기반과 통치 기반이 항상 바뀔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타협을 하고, 민의의 반영을 구조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이게 내각제다. 우린 워낙 내각제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대선 주자를 못 내세우는 쪽이 편법적인 집권연장의 수단으로 내각제를 써왔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조심해야 된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꼴통보수’와 무책임한 ‘과격진보’를 떨어내고 중간의 60~70%가 대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거다. 나머지는 그 안에서 서로 정책경쟁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예컨대 진보가 경제를 맡아서 경제성적이 안 좋으면 당장 반 기업정책에 대해선 본인들이 책임져야 될 것 아닌가.”

일단 개헌세력들이 뭉치는 것이 중요


▎올해 1월 17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에서 열린 <월간중앙> 주최 ‘뉴 리더 4인의 제주도 대토론회’. 토론회가 끝난 뒤 (왼쪽부터) 김부겸, 안희정, 원희룡, 남경필 등 4인이 서로 인사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다같이 공약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

“패배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꼼수다, 이렇게 공격하는 순간 어그러진다. 올림픽 경기 룰 자체를 바꾸자는 주장이 은메달 이하의 연합처럼 비쳐선 안 되는 거다. 입시공부나 열심히 하지, 입시생이 왜 자꾸 입시제도를 바꾸는 세미나나 나가고 그러느냐 이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유력 대선주자와 집권세력이 연합해서 판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 지금 시민혁명이 일어나거나 군사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정치세력의 합의에 의한 개편으로 가야 되는데 국민과 시대적 요구가 커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런 요인은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까지 1년 6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렇게까지 갈 수 있겠는지 지켜봐야 될 일이다. 거의 확실한 건 내년에 대선 유력주자가 만들어지고 대선 주자들의 레이스가 진행되다가 도저히 이대로 안 되겠다 하면 뭔가 판을 바꾸고 수를 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내년 대선에 대처하기 위한 소폭의 의례적 정계개편은 이미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가 탐색전일거고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판이 만들어질 거라 본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 때 개헌을 공약으로 내거는 방식은 어떤가?

“내년 재·보선이란 게 16일짜리 선거운동을 하는 것일 텐데 과연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될까? 그때 국민투표를 하려면 지금 국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켜야 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때 지금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문위원을 했고, 개헌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그 개헌 안이 국회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가결되면 그 다음 국민투표에 언제든지 부치면 되는 거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그 방안을 얘기하는 것 같다.

“개헌안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대통령 중임제냐, 내각제 중심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편차가 좀 크다.”

그 얘기는 묻어두고, 일단 개헌세력들이 뭉친 다음에 천천히 논의해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 일단 개헌을 하자고 뭉쳐야 한다. 거기서 무제한 토론을 하든지 해서 다수의견이 형성되면 소수가 다수를 밀어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거다.”

8월 9일, 새누리당이 전당대회를 연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동의하나?

“제가 당을 실시간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 책임 있는 답을 할 순 없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체질적으로 쪼개지기 쉽지 않은 당이다. 근데 정치라는 게, 처음부터 가출하려고 가출하는 게 아니지 않나. 결국 보수당의 특성상 비주류가 되더라도 인내하고 따를 건 따라주는 전통이 있다. 비주류가 되더라도 집권 전망이 있으면 따라간다. 그런데 집권전망이 없는 것이 확실한데 배려 받지 못하는 비주류라면 어디까지 생각할지 가봐야 아는 것이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피로증 심각


▎제주도는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무탄소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취임 후 줄곧 전기차로 출퇴근한 원희룡 제주지사가 3월 2일 청사 앞에서 전기차에 타기 전에 활짝 웃고 있다.
OECD 국가 중 우리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는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일 것 같다. 하나는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격차의 문제다. 재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은 격차에 의한 불행을 느낀다. 은수저는 은수저대로 금수저에 비해 불행하다. 또 하나, 행복은 결국 관계에서 온다고 본다. 가족, 또래집단,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 등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공동체의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 정치적 갈등 때문에 개인과 개인 간, 개인과 공동체 간 대립과 갈등을 완화시켜주고 융화시켜주는 힘이 약해지거나 방치된 상태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계속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이 있을 텐데, 국민의 행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뭐라고 보나

“우선 격차해소다. 그리고 격차에 대한 분노와 증오에 대해서 정치권과 기존의 기득권층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배려하는 보수가 돼야 한다. 안 그러면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피로증이 심해질 것이다. 만족 체감의 법칙이 있다. 기대치는 계속 떨어지고, 누가 정권을 잡든 인생을 살다 보면 문제가 쌓이는 건데, 이런 원망이 보수정권을 향하고 일단 정권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 대선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생각은 없나?

“직접 출마해서? 아…, 없다. 왜냐면 도지사를 맡아서 2018년까지 해야 되는데, 제주도 일하다가 갑자기 대선에 나간다고 하면 제주도민들부터가 용인을 해주겠나.”

제주도민을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이 다 나가라고 한다면?

“아까 정치인의 소명을 얘기했는데 정치인은 다 국민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가끔 연설장에 섰을 때는 국민을 위하는 척하다가 돌아서서 후원자나 취업 청탁을 받을 땐 권력을 행사하는데 앞장서는 경우가 많다. 말로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순도와 통합도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 저 윗분(대통령 지칭)부터 시작해서 순도 100퍼센트로, 정말 나쁜 짓 하나 안 하고 사심 없이 일하는 분도 많다. 문제는 본인이 생각하는 주관과 국민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역동적인 시대의 흐름까지 포함해서 정말 국가를 위한 것이고 공적인 것인지 객관화가 필요하다. 제가 국가를 위해 고민도 많이 하지만 내년 시점에서 나서느냐는 나의 주관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손뼉이 맞아야 한다.”(원 지사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두 손뼉을 마주쳤다)

손뼉이 맞으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개헌 흐름이 형성되고 그 흐름 속에서 차기 주자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어 공정하게 뛰고 각자 꿈과 정책을 내놓고, 그런 판이 만들어져도 본인을 제주도에 묶어둘 것인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흐름이 오면, 제주도민들부터 저에게 뭐라고 할 거다. 하지만 그걸 제가 먼저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제주도민이 대선에 나가라면 나갈 건가?

“제주도민들이 나가라면 나가야겠지. 제주도민들이 ‘제주도정은 이제 됐어 그만해, 다른 사람이 물려받아서 하면 되니까 다른 데 가서 일 보는 게 제주 발전에 더 좋소’하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지사 일을 저한테 위임해준 건 65만 제주도민이다. 1차적으로 위임자들에게 저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직 대통령과 결별은 치사한 일


▎원희룡 지사는 규제완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정확한 우선순위 결정과 그에 따른 결단, 일관된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 국회의원 3명이 다 야당 소속이다. 협치하는 데 걸림돌은 없나?

“걸림돌이라기보다는 협치가 아직 낯설다. 정치문화나 지역 풍토상 워낙 생소하고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바라봐주고, 협치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와주면 안 될 일도 될 듯하다. 오히려 협치를 내거니까 ‘내 얘기를 들어줘야만 협치다’ 이런 부분이 있어서 참 어려움이 많다.”

4·13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내부의 집안싸움, 권력다툼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당대회에 친 박근혜계 인사들이 다시 당 대표로 나서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뒤로 물러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차기 집권을 위해서. 당이 보여야 할 모습은 두 가지다. 먼저 쇄신하는 모습이다. 총선 때 평생 새누리당만 찍다가 이번엔 절대로 새누리당을 못 찍겠다고 나간 분들을 불러 모으려면 집안에서 가족회의를 통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집 나간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동안 나와 다른 것이라고 배타하고 독점하고 이런 부분 때문에 등을 돌린 지지자들도 많다. 비주류도 배려해야 한다. 자꾸 여론조사만 해서 뭐하나. 정치집단이라면 직관적으로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정말 보수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융성과 대통합을 위해 반성하고 변화해서 창조적인 정치 방안을 내서 내년 대선에 잘 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

당 주류인 친박이 당권을 잡아서 마지막까지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허구라고 보나?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건 좋다. 어차피 공천이나 당협위원장 인선 과정을 통해 당내 다수가 대통령을 뒷받침하겠다는 사람들 아닌가. 그건 이미 흔들릴 수 없는 구조다. 그러면 전당대회나 대선후보 경선과정을 통해서, 얼마만큼 당내 포용과 통합력을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변화를 위한 치열함과 진정성을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당 밖의 대다수 국민에게 또 다른 5년을 새누리당에 맡겨야겠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변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데 왜 변신을 얘기하지는 않고 책임만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의 초점은 변신이다. 책임만 지고 내년에는 정권을 깨끗이 넘겨줄 건가. 왜 이미 임기가 확보된 정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느냐는 것이다. 국민들은 다 차기 정권을 쳐다보고 있는데.”

유승민 의원도 복당시켜야 한다고 보나?

“저는 즉각 복당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공교롭게도 이 인터뷰를 한 다음날인 6월 16일 오전 새누리당 혁신비대위는 유 의원 등의 복당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이 달라지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현직 대통령과 결별할 필요는 없나?

“그건 약간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인기 좋고 잘 나갈 때는 그 앞에 가서 줄 서지 못해 난리 치다가, 임기 후반이 되면 분리하는 것, 역대 정당에서 많이 해왔던 거다. 정치적 기술로 필요하다면, 동의를 할지도 모른다. 절대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때가 되면 그런 카드를 꺼내는구나’란 식으로 접근하는 건 너무 상투적이고 식상하다. 정서적으로는 약간 치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통령을 뒷받침할 때는 하고, 다른 차원에서 그 다음 정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것대로 치열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반기문, 출마 선언 직후 이종격투기 시작될 것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정책을 쓰는 건 어떻게 보나?

“이민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 내부 인적자원을 끌어올리는 방법부터 생각해야 한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주택문제 해결이다. (부자들은) 주택을 부의 축재 수단으로 삼고, 기업들도 부동산을 통해 지대수익을 얻는다. 이미 늦었지만, 직접적인 생산수익이 아니라 생산성 바깥에서 차액을 거둬가는 구조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둘째는 교육문제다. 인공지능시대가 한편으론 어마어마한 도전이면서 또 한편으론 기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명문대학 다니고 한 게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르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제가 제주도에서 코딩을 시작하면서, 코딩유치원 코딩스쿨을 만들고 코딩버스가 읍면동에 찾아가게 하려는 이유가 있다. 전 세계 직업이 10년 후, 20년 뒤부터 매년 500만개, 1000만 개씩 없어진다고 한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나와 봐야 내가 공부한 산업이 20년, 30년 뒤 무너져 있을 수 있다. 새로운 육상 경기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잘 준비시켜서 창의적 인재들은 혁신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고 여기서 새로운 재벌 내지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스타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20년, 30년 뒤 대한민국 아이들이 가장 잘 준비돼 있어야 한다. 애를 왜 안 낳겠나? 마지막은 통일 문제다. 북한에는 아직 우리 경제로 통합되지 않은 2400만의 인구가 있다. 지금은 적대적인 것도 부담이 되지만 대책 없이 통합됐을 땐 사실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통일 후에 대비하려면 대한민국 내에서도 대를 이어 하층민이 되는 구조부터 해소해줘야 한다.”

기업이나 청년창업자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힘든 게 규제라고 한다.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규제를 없애려면 뭐가 제일 우선이라고 보나?

“현재 상황에서는 최고통치권자, 대통령의 정확한 우선순위 결정과 그에 따른 결단, 일관된 추진이 필요하다. 규제완화, 말은 쉽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다. 환경규제, 미세먼지 배출 못하게 하는 규제를 어떻게 푸나? 이건 해야 한다. 오히려 강화하고 꼭 있어야 하는 ‘투두(to do) 리스트’와 없애야 하는 리스트, 즉 우선순위가 필요하다는 거다. 없애야 하는 규제들은 대부분 부처, 부처 뒤에 있는 업계의 기득권과 연결돼 있다. 이건 결국 정치투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 때문에 투서가 날아들고 검찰수사가 들어가고, 온갖 자기 밥그릇 내지 수입원을 지키기 위한 음모와 투쟁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산업과 정치와 관이 유착 아닌 유착이 돼 있는 본질을 꿰뚫어보고, 일관되게 밀고가면 깰 수 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가 책임을 져주지 않으면 소신파들은 다른 잘못을 구실로 잘려나가게 돼 있다.”

제주포럼을 통해 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보나?

“글쎄. 후보가 되려면 내년 여름까지 당내 경선을 다 거쳐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굉장히 유력해 보이는데, 대선이라는 게 일단 무대로 들어오는 순간 이종격투기 무대가 되지 않나. 온갖 약점 있는 것, 없는 것 다 공격할 거다. 반 총장 같은 경우 바깥에만 있다 오신 분도 아니고 역대 정권이 인사파일을 다 가진 직위에 있었던 분이니, 상당히 혹독하고 쉽지 않은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

반 총장이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통합하는 역할에 적격이라고 생각하나?

“개인의 인생사로 보면 평생 외교관만 하신 분 아닌가? 수많은 집단이 직접 소용돌이치고 부닥치는, 대다수 삶의 현장과 세력이 교차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나 고민 자체가 아무래도 부족한 거 아닌가? 그게 과연 어느 정도의 한계가 될지, 그런 측면도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

- 정리 김경희 기자

201607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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