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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그림을 읽다’] 가족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 

가족, 그 모든 상처와 행복의 기원 

정여울 문학평론가
“행복한 가족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불행한 가족은 모두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_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1. 가족,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

어린 시절 매일 아침 눈 비비며 일어나면 ‘어서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밥 먹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아버지는 ‘아침을 안 먹으면 학교를 보내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엄포를 놓으셨다. 늦게 잠든 아침에는 입맛이 없기 마련인데,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한 술 뜨고 나면 그제야 무거운 눈꺼풀이 반짝 떠지곤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족끼리 함께 아침을 먹는 것’을 엄격한 생활규칙으로 삼았던 가정이 꽤 많다. 하루 일과를 꼭 가족과 함께, 그것도 함께 밥을 먹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제의(ritual)였다. ‘우리가 아직은 함께’라는 사실의 눈부신 확인. 그것이 아침을 먹는 일의 숨은 의미 아니었을까. 너무 바빠서 아침을 거르고 아침과 점심을 대충 얼버무린 ‘아점’을 먹거나, 가끔 ‘브런치’라는 핑계를 대며 점심도 저녁도 아닌 그 어딘가에서 간식도 아니고 정식도 아닌 모호한 끼니를 메우는 현대인들. 우리는 아침을 함께 먹는 가족과 멀어짐으로써 점점 외로워지고 허약해진 것은 아닐까.

에두아르 블라르, , 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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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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