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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임박한 미국의 통화 긴축, 한국의 대응은? 

끝나가는 유동성 파티 인플레 거품 터지면 ‘폭망’ 

미국 경제 회복 신호 뚜렷할수록 테이퍼링·금리 인상 가능성 커져 증시에 악재
개인은 빚내서 투자하면 위험… 정부는 돈 풀기 지양하고 물가 안정 치중할 때


▎2021년 5월 마스크 의무 착용에서 해방된 미국 버지니아의 식료품 매장 풍경. 코로나19가 끝나가면서 ‘보복 소비’로 인한 인플레 우려가 치솟고 있다.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정치·외교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피폐해진 자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미국 경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살아야 세계 경제가 살게 돼 있는 구조다.

미국은 가장 빨리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일부 지표만 보면 경기 과열 초기 단계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기류가 강해질수록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 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 혹은 우려로 이어진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변경한다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기존의 완화적 기조에서 유턴해야만 한다.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즉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동안 실물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버티는 힘은 유동성에서 나왔다. 이 와중에 시중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급격하게 증가한 가계와 기업의 부채는 큰 부담이 된다. 현시점에서 한국이 미국 경제의 흐름과 미 연준의 의중을 살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경제는 현재 경기 회복 단계에 진입했다. 조만간 경기 활황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문별로 보면 우선 소비 회복이 가속화하고 있다. 2020년 겨울 미국 내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위축됐던 소비 시장은 최근 들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올해 2월만 해도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그러다 3월 들어 전월 대비 10.7% 상승을 기록하며 침체 국면을 벗어났다. 4월에도 전월 대비 0.00%로 유지 기조를 보였다. 이는 미국 내 빠른 백신 접종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보복 소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미국은 5월 말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60%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미국 정부가 목표로 삼는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집단면역 형성이 7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소비 회복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경제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의 부활은 향후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주된 근거다.

다음으로 미국의 전반적인 생산 능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산업생산을 보면, 3월 이후 확연히 개선되고 있다. 산업생산증가율은 지난 2월 전월 대비 -3.5%로 일시적인 침체를 보였지만, 3월에 2.4%, 4월에도 0.7%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의 경우에도 2월 71.6%에서 3월과 4월에 각각 73.8% 및 74.1%로 높아지는 추세다.

산업 활력이 높아지면서 고용 시장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19 경제 위기가 시작된 2020년 4월 14.8%에 이른 적도 있었으나, 거의 1년 만인 올해 5월에는 5.8%로 크게 개선됐다. 특히 6월 첫째 주, 미국의 신규실업수당 청구(Initial Jobless Claims) 건수는 37만6000건으로 집계됐다. 청구 건수가 가장 많았던 2020년 3월 마지막 주의 686만7000건과 비교해 보면 고용 상황이 매우 좋아졌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의 실업률(3%대)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20만 건)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고용 시장도 개선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도 미국 경제는 회복이 아니라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빠르게 확장할 것이다. 지난 5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21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6.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불과 두 달 전인 3월 전망치인 6.5%에서 0.4%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것이다.

너무 빠른 회복, 인플레 압력 받는 美


▎제롬 파월(왼쪽 사진) 미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입에서 긴축 이야기가 나올까봐 월가는 좌불안석이다. / 사진:AFP연합뉴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경제지표는 물가 상승률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다른 말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미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2021년 상황만 놓고 봐도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은 1월 전년 같은 달보다 1.4%에서 5월 5.0%로 급등했다.

인플레이션 이슈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국가들의 물가 상승률도 급증하고 있다.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월 전년 같은 달보다 0.9%에서 5월 1.6%로 높아졌다. 특히 신흥국인 중국도 같은 기간 전년 같은 달보다 -0.3%에서 1.3%의 증가세로 전환됐다. 브라질도 4.6%에서 8.1%로 크게 높아졌다.

미국은 사용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처럼 주요 경제권의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이는 미국 소비자물가로 상승 압력이 전이될 것이다. 아직은 미국 내 국한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소비자물가가 비교적 완만하게 올라가고 있지만 점차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더 빠르게 증대될 것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하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으면 경제 내 버블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중앙은행은 시중에서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버블을 방치하면 또 다른 경제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

물가 오를수록 자산시장에 악재인 이유


▎코로나19로 막대하게 풀린 돈은 경기 과열을 불러오고 있다.
현재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팽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인 연방 기금금리(FF, Federal Funds Rate)는 2020년 3월 이후 제로금리(정확히는 현재 미 연준의 금리목표 수준은 0~0.25%이다. 여기서 제로금리란 범위 내 하한인 0%를 의미)다. 이에 더해 미 연준은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를 사용 중이다. 양적완화는 제로 금리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량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즉 미 연준이 시중의 자산(채권 등)을 매입하고, 대신 통화를 공급하는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이다. 그 결과 미 연준의 자산은 현재 약 8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직후인 2020년 초 4조3000억 달러 대비 3조7000억 달러나 급증한 규모다. 또한 이는 지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당시의 양적완화로 미 연준 자산이 약 9000억 달러에서 4조5000억 달러로 급증했던 규모와 유사한 수준에 해당된다. 결국 현재 약 8조 달러의 미 연준 자산 규모는 언젠가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조 달러까지 줄이거나, 최소한 코로나 경제위기 이전 규모인 4조 달러 대까지는 축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미 연준의 통화정책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거나 임박했다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출구전략의 시작은 테이퍼링(Tapering) 즉, 자산 규모 축소다. 금리 인상의 단계를 밟아 가기 위한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테이퍼링은 미 연준이 자산을 처분해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공급되는 유동성 규모를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미 연준의 자산은 늘어나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최근 미 연준의 자산이 크게 늘지 않는 점을 보면, 이미 테이퍼링은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과거 경험에서 테이퍼링은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불러올 수 있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시사하는 코멘트를 했었던 적이 있다. 그 발언 직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시장이 폭락했고, 그 후유증은 오래갔다. 자산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님에도 테이퍼링을 중요시하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미 연준 통화정책 방향의 유턴 지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준 내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경기 확장 국면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인플레 압력에 대응하여 연준의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발언 내용이 있었다. 즉, 테이퍼링의 필요성이 미 연준 내에서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이 가져올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2021년 5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 사진:연합뉴스
분명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이미 시작됐거나 조만간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정상화의 속도가 어떠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 연준이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과잉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오판과 실수가 있을 것이고 그 부작용도 표출될 것이다. 통화정책 정상화 시나리오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 연준 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경우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환율은 올라가고, 국내·외 유동성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다. 특히 신흥시장 내 중요한 국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면, 금융시장의 충격은 상당 기간 오래갈 수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금융시장에 국한된다면, 다소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우리 경제의 회복 기조에 큰 영향은 없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흔들림이 금융위기나 재정위기와 같이 금융시장을 넘어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강한 충격파가 실물 경제를 강타하면서 자칫 더블딥(Double Dip, 경기 재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다음으로 중립적 시나리오를 들 수 있다. 다소의 어려움은 있으나 금융 시스템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그럭저럭 금융 시장이 충격을 견뎌내는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소프트 패치(Soft Patch, 경기 회복세의 조정)에서 끝나는 경우이다. 그러나 자산시장에서 유동성은 빠져나갈 것이다. 시중 금리의 상승을 예상하면서 자산시장 내 모험적인 투자가 사라진다. 최근 국내 자산시장의 랠리가 주춤한 이유가 이미 시장 참가자들이 그러한 미래를 예상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제부터는 시장이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는 단계를 벗어나, 정말 실적이 좋고 미래 성장 가치가 보이는 업종과 기업이 선호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는 국내외 산업 지형에 큰 변화가 오기 때문에, 기존 주력 산업보다는 새로운 산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당분간은 대면 업종이 빠른 회복 국면을 보이면서 실적에 바탕을 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끝으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라면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금융 시장과 실물경제가 견조한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회복되는 과정이 순탄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충격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충격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다.

미국에서 시작되는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 즉 출구전략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금융시장의 불안이다. 아직은 때가 이른 감이 있으나 언젠가 시작될 시중 금리의 상승이 가져올 자산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경기부양 아니라 버블을 우려해야 하는 단계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로나19발 불황에 대한 대응과 병행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시간이 갈수록 ‘정상화 단계’로 선회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을 경계해야 한다. 일부에서 하반기 추경예산 편성을 주장하지만, 이제는 경기부양이 아니라 버블을 우려해야 하는 단계다. 이제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충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둘째, 신흥시장 긴축발작에 대비해 또 다른 경제위기의 국내 전이 가능성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 과거 경험상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연속성(선행위기에 이어 후행 위기가 연이어 발생) 패턴이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각국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후 경제정책의 정상화 과정에서 후유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후행위기가 나타난다. 외환위기 이후 닷컴버블 붕괴가 있었고,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가 발발했다. 코로나19발 위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위기 가능성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특히 현재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인 긴축발작 가능성에 대응해, 신흥시장 및 금융·원자재 시장의 자금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상시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기업은 외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주요 원자재 가격 변동성 대응 시스템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산 인플레가 과도해질 때를 대비해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산 가치의 하락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가계 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도 포함된다. 자산과 신용 규모의 완만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그 유동성들이 건전한 실물경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 경제 주체들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기업부채도 만만치 않지만,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가계부채다. 기본적으로는 이제부터 부채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자산 시장의 랠리는 더 지속될 수도 있겠으나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부채로 조달된 자금으로 자산 시장에서 자본 이득을 얻으려는 노력은, 기대 이익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클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는 극복의 과정에 있다. 동시에 우리는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통화정책의 변화가 한국 경제에 가져올 충격은 ‘찻잔 속의 태풍’일 수도 있지만, ‘슈퍼 태풍’이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juwon@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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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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