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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집중분석] 검증대 위에 올라선 윤석열, 완주할 수 있을까 

뚝심·소신 이어간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뀔 것 

■ 정권 무관하게 일관성 있는 태도가 최대 강점… ‘뭔가 하겠구나’ 기대감 낳아
■ 중도에 무게 두고 중도보수·중도진보, 나아가 탈진보까지 아우르겠다는 전략
■ “우리는 우리 일정대로 움직여, 국민의힘 경선 일정에 휘둘리지 않겠다” 강조
■ “정책·비전 설명하고 실현해나가는 모습 보인다면 자연스레 국민 마음 얻을 것”


▎6월 29일 대선 출사표를 던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중도 흡수와 반문 좌파 결집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살아온 사회 경험의 전부가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檢事)였던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을 자임하는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이 국민 앞에 나섰다. 총장직 사퇴 이후 100여 일간의 고민 끝에 6월 29일 ‘정권 교체’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우며 정치 참여 선언과 함께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회복을 강조하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검사 시절 보여줬던 원칙과 소신을 ‘정치인 윤석열’로서도 이어나가며 대권주자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검사직 이외의 사회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만큼 종국에는 한계를 드러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만만찮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출렁이는 자신의 지지율에도 별다른 동요 없이 대선주자로서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윤 전 총장은 대선 출사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내세웠다. 그는 총장 재임 시절 국민의 지지에 대해서는 “국민의 그 뜻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법을 집행하면서 위축되지 말라는 격려로 생각해왔다”고 해석했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국민이 더 뜨거운 지지를 보내준 데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는 집권을 연장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 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후 ‘공정과 상식’, ‘공정한 사회’는 윤석열의 키워드가 됐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이 발언을 두고 “윤석열의 제1목표는 정권 교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출마 선언 당일 발표문을 보면 정권 교체는 힘줘서 말하지만 ‘왜 반드시 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야권의 정권 교체를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시절부터 국민적 지지를 받아온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의 일관된 태도와 책임감을 꼽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법을 준수하며 기본을 지킨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동일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검사로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책무를 다했던 모습이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적어도 자기 소임을 다하겠구나’는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일관성 있는 태도가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팩트에 근거한 능력·도덕성 검증이라면 얼마든지”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반면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천생 검사’인 윤 전 총장이 대권 경쟁의 링에 오르기만을 기다린다는 시선도 있다. 정치 경험이 풍부한 기존의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이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조용히 체력을 키우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보다 윤 전 총장이 본선 경쟁자로는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최근 “검사가 하는 일은 국가 전체를 운영하는 일 가운데 거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일일 수 있다”며 자질론을 들고 나왔다. 한때 ‘별의 순간’ 운운하며 윤 전 총장을 한껏 치켜세웠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얼마 전 “검사 출신이 대통령 된 전례가 없다”며 깎아내렸다.

이러한 우려의 영향 탓인지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로 보름 만에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소폭 하락세다. 검찰총장 재직 시절 그리고 총장직 사퇴 이후로도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렸다. 일부 조사에는 오차범위를 벗어난 차이로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따돌렸다. 그러나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전후해 검증대에 올라선 이후로는 이 지사와 엎치락뒤치락하거나 가상 양강 대결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이 지사에게 밀리기도 했다. 일부 조사에서는 여권 주자 가운데 2위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윤 전 총장이 밀린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7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많은 일’이란 장모와 아내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의미한다. 7월 2일 윤 전 총장의 장모가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에는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 논란이 불거졌다. 윤 전 총장은 7월 14일 [JTBC] 인터뷰에서 가족 문제도 세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 다만 공직 출마자는 윤석열 저 본인이기 때문에 저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팩트에 기초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설명해 드릴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윤 전 총장은 눈에 띄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없는 범보수 진영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는 이름값 있는 대선후보는 많지만, 유력한 대선후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국민의힘에서 윤 전 총장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보수 쪽에 치우치기보다 중도에 무게를 두면서 중도보수·중도진보, 나아가 탈진보까지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전략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저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야기를 입에 잘 안 올린다”면서 “사람이 여러 이슈에 따라서 협력도 하고 경쟁도 하고 생각이 다르기도 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딱 잘라서 구분하는 이런 분석 자체가 더는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데 유효한 접근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 출사표 이후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분석해보면 중도우파 내지 탈진보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7월 7일 제3지대를 대표하는 안철수 대표를 만나 ‘정권 교체를 위한 협력’을 다짐한 데 이어 7월 8일에는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났다. 김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중용됐던 인사로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나와 안 대표가 세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대표적인 탈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7월 9일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고, 7월 12일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났다. 진 전 교수는 친문에서 반문으로 돌아선 인사이고, 최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진보 원로다. 최근 행보와 관련, 윤 전 총장 캠프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와 김영환 전 장관의 경우 이념적 지표로 보면 현 정부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오른쪽도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은 이분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계속 중도 내지는 반문 좌파 인사들과 교감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샅바 싸움… “빨리 입당해야” 조언도


▎7월 초 개설한 페이스북에 반려견 ‘토리’를 소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사진:페이스북 캡처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자유’를 강조하는 까닭에 그를 보수주의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국 정치권에서 자유는 보수, 평등은 진보와 동의어로 해석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윤 전 총장의 정치 선언문에는 “(이 정부가)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제가 자유라는 말을 쓴다고 해서 자꾸 보수라고 하는데, (제가 말하는 자유는) 그런 자유가 아니다. 우리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는 개인이 존중받고,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존중받으며, 그것이 우리 사회의 성장과 번영의 기초라는 철학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은 중도에 무게중심을 둔 채 중도우파와 중도좌파를 결집해 대망을 이루겠다는 전략이지만, 실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도 있다. 대선이나 총선 등 정권의 명운이 달린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이념·진영이 결집하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대선 출사표에서 밝혔듯이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한 가지 생각, 정권교체의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은 국민의힘 밖에서 외연을 확장하고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어느 단계가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어떤 판단을 할 것이다. 입당 문제는 6월 29일 입장에서 0.1㎜도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언젠가는’ 힘을 합치겠다면서도 샅바 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게 윤 전 총장의 확고한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의 8월 입당과 잠재적 대권후보를 모두 등장시킨 당내 대선 경선 일정의 출발이 가장 좋은 그림일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우리 일정대로 움직일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일정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이 국민의힘 입당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최근 국민의힘 당내 상황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7월 12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 직후 합의안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담았다가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했다. 윤희숙 의원 등은 당내 이견 조율도 없이 선뜻 여당과 합의한 이 대표를 향해 ‘제왕적 당대표’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전직 3선 의원은 “지난 6월 ‘이준석 돌풍’으로 상승세를 타는 듯하던 국민의힘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상황이 이런데 윤 전 총장으로서는 국민의힘 입당이 급하겠냐”고 반문했다.

반면 하루라도 빨리 입당하는 게 ‘정치인 윤석열’에게 도움이 되고, 나아가 대선후보로서 체력도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조언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 특히 대선후보에게는 포장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 초보인 윤 전 총장은 당에 들어가야 여러 전문가가 포장도 해주고 방어도 해준다”며 “사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 제대로 성장하는 데 시간·경험 등 여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건 아닌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제3지대 머물듯, 단일화 효과 극대화 포석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을 방문했다. /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의 행보와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그가 제3지대에 머물 확률이 높다. 그는 7월 12일 야권 대선후보 중 가장 먼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을 거쳐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앞으로도 한동안은 제3지대에 머물겠다는 시그널을 국민의힘에 보낸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형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순간부터 당내 후보와 경쟁하게 된다. 그러면 다른 후보들의 공동 타깃, 공공의 적이 된다. 지금은 제3후보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을 마구 비판하거나 공격할 수 없다. 그런 점을 두루 고려해서 윤 전 총장이 앞으로도 한동안 제3지대에서 머물려 할 것으로 본다.”

이준석 대표는 6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가지 특별한 부탁을 하고 싶다. 당 안에 계시는 잠재 후보군은 당 밖에 있는 범야권 후보군이 함께할 수 있도록 우려 섞인 비판의 메시지는 잠시 자제하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적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복당과 동시에 윤 전 총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홍준표 의원에 대한 견제용 발언으로도 풀이됐다.

국민의힘의 잇단 러브콜에도 윤 전 총장이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걸 두고 지금까지 주요 선거에서 증명된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 이후 주요 선거에서 단일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안철수의 경우가 꼽힌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은 “차기 대선에서 범보수 진영의 경우 윤 전 총장, 안 대표, 국민의힘 후보 등의 단일화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일화는 명분과 함께 시점이 중요하다. 그래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의 행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 안철수 대표의 최근 언론 인터뷰 발언 등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굳이 국민의힘 입당을 서두르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깃발을 세우고 몸집을 부풀린 뒤 ‘원샷 경선’을 해야 컨벤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논리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캠프 중심으로 행보해도 큰 문제가 없다. 11월에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에는 주요 야권 후보가 국민의힘 밖에 있는 만큼 이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야만 대선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월간중앙 취재를 종합해보면 대선 출마 선언 한 달째를 맞는 윤 전 총장은 제3지대에서 보수·중도·탈진보를 아우르는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파괴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출마 선언 후 각종 여론조사 가상 양자 대결에서 윤 전 총장은 이재명 지사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리서치가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상 양자 대결(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이재명 지사 44.7%, 윤 전 총장 36.7%로 오차범위 밖에서 이 지사가 앞섰다. 주목할 점은 남녀 응답자 모두 이 지사 지지율이 윤 전 총장보다 앞섰다. 연령별로도 윤 전 총장은 60~70대에서만 우위를 점했을 뿐, 만 18세~50대에서는 이 지사 지지율이 더 높았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조).

정권 교체론 넘어선 윤석열만의 콘텐트 내놓아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 12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의 한 백반집을 방문해 사장 부부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윤석열 캠프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후 이어온 행로를 선회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해묵은 진보·보수 이념보다는 공정·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실용 정치를 펼쳐나가겠다는 게 윤 전 총장의 확고한 소신이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서 주요 인사를 만나는 것만큼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줄만한 어젠다 세팅(의제설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은 중도와 진보층의 지지까지 얻어 압도적 순위와 표심을 원하는데 그에 비해 중도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의제를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며 “출마 선언 이후 행보를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보수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만한 새로운 요소가 없다. 이 부분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의힘 지지층에 갇혀서, 끝내 거기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윤 전 총장이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지만 어떻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윤석열만의 콘텐트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2030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형준 교수는 “지금 추세라면 내년 대선에서는 다자대결이 아닌 양자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역대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의 양자 대결 구도는 48 대 52 구조다. 누가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언제쯤 구체적 비전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금 5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시민운동 하시는 분들은 1980년대 당시 한국의 경제·사회 문제점들을 공부하고 그 문제의식에서 정치도 한 것 아닌가”라며 “뭐가 잘못됐는지, 어떤 점이 국민을 힘들게 하고 고통을 주는지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당분간 민생탐방 행보를 이어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민생탐방 등을 통해 국민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려는 것”이라며 “민생 행보가 끝나는 시점에서 ‘윤석열표’ 정책을 국민께 보여 드리고 각 분야를 책임질 분도 알려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윤 전 총장은 경제·사회·외교·안보 분야 현안에 대한 언급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된 만큼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선명해진다”는 평가도 있다.

“성장과 복지는 투 트랙으로 볼 것이 아니다” “한국의 외교·안보는 공고한 한·미 동맹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 관계는 상수다” “(재난지원금 관련) 세금을 걷어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 등의 발언이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할 만하다.

“해당 분야 전문가 믿고 맡길 수 있어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준비가 덜 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을 의식한 듯 윤 전 총장 본인도 자신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식인의 일반적인 수준도 안 돼서 국정을 그르친 사례가 과거를 돌이켜보면 매우 많다. 반면에 지식은 부족했지만 사심 없이 국민을 위해서 인사를 잘해 좋은 결과를 낸 지도자도 많다.”

이와 관련 김형준 교수도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랬듯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고, 다 잘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믿고 맡기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도 제왕적 리더십보다는 믿고 나눠주는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할 때 국민 지지를 더 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러 전문가의 지적처럼 윤 전 총장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초보 정치인이다. 아직은 부족한 게 더 눈에 띄고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검사 시절 보여줬던 뚝심과 소신을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로도 이어갈 수 있다면 위기가 기회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니 평가할 게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본인만의 정치 철학도 그런 부분에서 이해해줄 수 있다”며 “다만 한 달 뒤에는 진도가 나가 있어야 한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을 구현하고, 정책·비전을 설명하고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국민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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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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