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책갈피] 기업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 가속화 

학벌보다 직무 역량 무너지는 ‘SKY캐슬’ 

한경환 기자
5개 기업군 조사, 블라인드 테스트 확산 등 트렌드 소개
구직자들, 취업 시장의 바뀐 흐름 읽고 전략 수정해야


'10초면 지원할 수 있어요.’ 카카오의 채용 광고다.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지원부서만 쓰면 된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학벌이나 스펙은 안 보나요? 일단은 그렇다고 한다.

카카오 같은 IT기업들은 개발자들을 중요시한다. 사실 이들을 뽑는 데 학점이나 출신학교, 스펙이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코딩 테스트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1,2차 코딩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제야 기본 정보, 경력 정보, 자기소개가 담긴 지원서를 낸다. 자기소개는 직무 역량에 관련된 내용에 한정한다. 면접 인터뷰를 할 때 지원자의 학력이나 학교 등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더러 재학생이 합격해 학교를 도중에 자퇴하고 입사하기도 한다고 한다.

학벌이 중요시되는 ‘SKY캐슬’현상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채용 현장의 한 예다. ‘호모 스펙타쿠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스펙이나 간판이 절대적이었던 시대와는 딴판이다. 기업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직무 능력이라고 한다.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는 이러한 채용현장의 변화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학벌 중심의 채용에 변화를 만들어 내고 그 변화로 교육도 바꾸자’는 모토를 내걸고 지난해 창립한 단체 ‘교육의 봄’은 6개월 동안 채용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그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IT기업, 대기업, 공기업, 금융업, 외국계 기업 등 5개 기업군별 채용 트렌드를 담았다. 취업준비생은 물론 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당국과 실제 채용하는 기업들에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듯하다.

채용경쟁률 1000대 1을 기록한 마이다스아이티의 최원호 이사는 “기업이 원하는 건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라 일을 잘하고 성과를 잘 내며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것”이라며 “학력이나 스펙이 아니라 직무 역량 중심으로 맞춤형 인재를 뽑으려 한다”고 소개한다.

대기업의 경우 공채는 대폭 줄고 수시 채용이 많아지고 있다. 스펙이 다소 부족해도 직무 역량이 탁월하면 채용하는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경력자이거나 혹은 직무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이 유리한 구조다. 분야별로 또 개별 기업별로 채용시스템이 달라 맞춤형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채용의 공정성을 중요시하다 보니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의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역시 스펙을 과거보다 덜 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신 점수로 객관화할 수 있는 필기시험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지방대생에게도 결코 불리하지 않은 제도다.

금융권의 채용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증권사 업장, 은행 점포 등 오프라인 근무지의 축소와 채용 전문화로 전체적으로 볼 때 금융권 채용 규모는 크게 줄었다. 반면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생겨난 이후 금융권에서 IT 및 디지털 분야의 인력 채용은 급격히 늘었다. 시중 은행들도 유능한 IT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리스크 관리, IB 등 분야는 전문 인력에 대한 선호도 높아져 석·박사급 인력 채용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외국계 기업은 문제 해결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호한다. 학벌을 보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경험, 역량, 실력을 더 중요시한다. 토익 만점보다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한다.

이 같은 채용 시장의 흐름을 잘 읽고 미리미리 잘 대처한다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 이 기사는 중앙콘텐트랩에서 월간중앙과 중앙SUNDAY에 모두 공급합니다.

202112호 (2021.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