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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들에게 개인정보의 ‘가치’는 얼마일까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단순한 프라이버시 침해 넘어 2, 3차 중대 피해 막는 조치 필요
■ 홈플러스 사태 피해자들, 5년 지난 뒤 10만~20만원 배상액 판결


▎한때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2021년 12월 1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변 보호조치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준이 피해자의 집 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지불한 액수는 50만원이다.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너무도 쉽게 거래되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하는 안전 불감증 수준이 아닐까. 개인 프라이버시를 넘어선 2, 3차 피해가 발생하는 현실을 마주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씨는 2021년 12월 6일 피해자 부모의 신고로 경찰에서 성폭행·감금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경찰 신변 보호 조치로 피해자를 만날 수 없게 되자 나흘 뒤 집에 찾아가 피해자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형사부(이성범 부장검사)는 1월 10일 이씨에게 50만원을 받고 피해자의 집 주소를 파악해 알려준 흥신소 운영자 A(37)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구청 공무원에게 주소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A씨가 받은 개인정보는 2년간 1101건으로 구청 공무원에게 3954만원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개인정보 건당 2만원 수준이다.

비극적 살해의 시작은 이씨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너무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미명 아래 대다수 국민은 인터넷상에 개인정보 기입의 위험성을 미처 알지 못했다. 가입 절차로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는 기본으로 직업, 연봉 수준까지 거리낌 없이 제출했다. 으레 기입한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잦은 해킹 탓에 심각성을 느끼는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소비자 권익 증진 활동을 해온 임은경 식품안전정보원장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등으로 모은 고객 개인정보 2400여만 건을 라이나생명·신한생명에 유출하고 그 대가로 231억7000만원의 불법 수익을 올렸다”며 “사건 발생 이후 소비자보호단체는 2015년 소송을 진행했고 5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10만~20만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단으로도 개인정보에 대한 값어치가 2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유출도 방지해야 하지만 그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현시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개인정보의 탈취보다 그로 인한 2, 3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이석준 사건도 결국 주소를 알아낸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기술 도입과 정책 추진의 두 축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경우 ‘금융거래탐지시스템’으로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고 집중적으로 감시한다”며 “개인정보와 관련해 이런 프로그램과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며 정책적으로는 관련 행위를 했을 때 엄벌에 처한다든지, 조직 내에서 버티기 힘든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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