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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도시 대개조 이뤄낼 엑스포 유치 열기 

“부산을 물류·금융·관광을 입힌 매력 있는 도시로”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부지조성·건축·박람회 개최로 60조원 경제 효과와 50만 명의 일자리 창출 기대
엑스포 개최할 북항은 문화와 비즈니스, 해양산업 지구로 분할해 재개발 계획


▎2023년 2월 6일 부산시청 시민광장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는 홍보버스 공개 행사가 열렸다.
부산에 가면 배우 이정재가 등장하는 엑스포 유치 포스터를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정재의 미소 아래로 ‘부산에 유치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띄었다. 부산 지하철 시청역에 내려 부산시청으로 들어가는 길은 지하도로 연결돼 있다. 양면 벽과 기둥을 뒤덮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광고와 자연스럽게 함께 걷는 동선이다. 이정재를 비롯해 자이언티, 아린, 원슈타인, 전소미 등 K팝 스타들이 엑스포 홍보전에 동참하고 있었다.

부산시청 안에서는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해야 할 당위성’을 스티커로 붙여놓고 있었다. KTX 급행을 타면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2시간 20분이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에 관한 수도권과 부산의 체감 온도 차이는 물리적 간격 이상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부산시 관계자는 “엑스포 개최가 정말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한국 정부가 엑스포 포기를 대가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로부터 실리를 약속받았다’는 밀약설에는 펄쩍 뛰었다. 그는 “자꾸 이런 얘기가 왜 나도는지 모르겠다”며 “모든 경로를 통해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단언했다.

사우디를 제칠 대역전극 성사를 위해 부산은 부산시, 정부, 기업의 3각 편대를 구성했다. 부산시는 말할 것도 없고,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엄호 아래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이 엑스포 유치전을 뛰고 있다. 재계에서는 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필두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집결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스위스 다포스 포럼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호소했다.

부산엑스포 아닌 대한민국 엑스포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 부산엑스포를 “빅 드림(big dream)”이라고 표현했다. 이벤트 자체도 거대하지만 엑스포로 파생되는 효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여기서 말하는 ‘효과’란 ‘경제 효과+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의미한다. 박 시장이 “부산엑스포가 아니라 대한민국 엑스포”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엑스포 개최 자체로만 기대되는 편익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2023년 11월 엑스포를 유치한다면, 2025년 박람회장 토지보상 단계부터 2030년 박람회장 개최까지 5년 동안 크게 3단계에 걸쳐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일단 2025년부터 2027년까지의 토지취득 및 보상단계에서 9조7075억원으로 추정되는 지역 소득이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토지보상금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이 돈이 거의 고스란히 부산으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지역의 소비와 저축이 증가할 수 있고, 이는 투자 확대나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연결된다. 이로 인한 ‘지역 승수효과(최종적 총 효과)’가 9조700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추산이다.

엑스포 유치와 도시재생 프로젝트


▎2030 부산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다. / 사진:2030 부산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다.
이어 2027년부터 2030년까지의 부지 조성 및 건축 단계에서 부산과 경남을 포함한 전국 건설업에서 1만8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4조158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조1423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끝으로 2030년 박람회 개최 단계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바라봤다. 엑스포 행사를 치르는 기간 동안 행사운영으로만 발생하는 생산유발 효과는 9574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6849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7569명으로 계산됐다. 여기 더해 관광객 지출로 생기는 생산유발 효과는 무려 38조6826억원에 달한다. 부가가치유발 효과(16조1780억원)와 취업유발 효과(47만8589명)도 차원을 달리한다. 부산시가 엑스포 개최 필연성으로 역설하는 60조원 경제 효과와 일자리 50만 개 창출의 근거다.

부산이 2030 엑스포 개최를 통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는 도시 대개조다. 물류와 금융, 관광에 특화된 국제도시로 부산을 속도감 있게 혁신하기 위해 엑스포라는 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치가 현실이 된다면, 원도심 지역에 속하는 부산 북항 일대가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엑스포 개최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부산은 1950년 한국전쟁이라는 혼란기 때 급격한 인구 유입에 힘입어 ‘피란 수도’로서 성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제2도시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인구 감소와 도시 쇠퇴가 심화하는 중이다. 특히 북항 일원 배후지역인 부산 동구는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주거지역의 경사가 급하고, 연결도로가 대부분 계단이나 비탈길로 단절돼 있다. 인프라 구축비 과다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민간 재개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노후 불량 주거지 정비가 더디고, 공가와 폐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항만, 철도, 군사 시설의 영향으로 주변 지역과의 단절이 심하다.

부산시는 여기에 엑스포 대회장을 설계하면, 자연스럽게 배후 원도심과 북항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절된 북항이 열린 공간으로 돌아오면 부산의 명동에 해당하는 서면부터 문현금융단지~북항으로 이어지는 도시재생의 축이 완성된다. 물류와 금융이 융합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가 확정되면 박람회장 부지로 활용한다는 명분 아래 자성대부두, 양곡부두, 관공선부두의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엑스포가 끝나면 북항 재개발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부산역 조차장(부전역으로 이전)과 부산진역 CY(부산 신항역으로 이전) 부지도 이전 예정지에 들어갔다. 이곳은 엑스포 주차장으로 기획된 상태다. 엑스포 이후에는 북항 사업과 연계된 지원 시설이나 문화 콤플렉스, 글로벌 청년들의 스타트업 진흥을 위한 복합용도지구로 조성될 계획이다. 또 군사 시설인 55보급창도 옮긴 뒤 그 자리에 문화·경제 벨트나 공원·친수 시설로 개조할 방침이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연결통로를 신설하고, 지하차도를 확장해 교통 접근성도 높인다.

엑스포 이후 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


▎2022년 9월 전 세계 28개국 외교사절단이 엑스포 부지인 부산항을 방문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가 확정되면 심장으로 기능할 공간은 북항 재개발구역과 우암부두가 해당한다. 부산시는 ▷복합문화지구 ▷비즈니스지구 ▷해양산업지구로 이 지역을 분할해 해양·전시·금융·관광을 결합할 목표를 세웠다.

복합문화지구는 북항 1단계 구역에 들어간다. 이곳은 국제여객터미널과 KTX 부산역이 있는 해륙교통 요충지다. 부산시는 “항만 이전으로 친환경 워터 프론트를 조성해 친수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며 “오페라하우스, 마리나 등 관광·레저 시설을 만들어 해양문화 시설이 있는 국제해양 관광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지구는 북항 2단계 구역에 배치된다. 이 구역은 서면 축(부산시민공원~서면~문현금융단지)이 동천을 중심으로 북항과 만나는 지역에 해당한다. 엑스포 개최 이후 주제 공간과 컨벤션시설(엑스포홀)이 레거시로 존치됨에 따라 서면의 상업·유통·관광·의료·교육과 문현BIFC의 금융, 북항의 해양·물류·컨벤션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비즈니스 지구로 개발된다.

이 밖에 우암부두는 2016년 특별법 제정을 통해 해양산업 클러스터로 지정됐다. 이미 지식산업센터, 수소연료선박 R&D 플랫폼, 마리나 비즈센터를 조성 중이다. 엑스포 대회장 부지로 선정되면 이벤트가 끝난 뒤 전시관을 철거하고 해양레저선박, 첨단부품 등 해양 관련 제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현재 8개의 물류회사가 들어와 있는 ODCY 부지도 엑스포 유치가 확정되면 특별법을 제정해 이 땅을 매입할 계획이다. 그런 뒤 우암부두 해양클러스터 사업과 연계한 해양플랜트, 바이오 사업 등 스타트업 기업과 연구개발을 유치해 미래해양산업의 중심지로 키워간다는 목표다.

부산시는 “엑스포 부지는 개최가 끝난 후 글로벌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를 완화하고, 미래 신산업에 외국인 투자유치 기반을 마련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부산의 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엑스포 유치 계획에 맞춰 부산시는 광역철도 확충, 박람회 개최지 주변 고가도로 철거, 승학터널 건설, 충장로 지하차도 건설 등으로 부산, 울산, 경남 어디에서나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광역 교통망 구축에 돌입했다. 특히 철도·도로·항만·공항이 종합적으로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의 중심에 엑스포박람회장이 자리한다. 엑스포 개최 이후 지역 간 산업물류 및 관광 자원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 만든다

박형준 시장은 평소 부산의 지정학적 입지를 중시해 왔다. 위치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 도시이자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이다. 부산시가 엑스포 개최와 가덕도 신공항을 연계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UAM, PAV 같은 도심형 고속 교통체계 구축 등 미래형 도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이끄는 부산시의 슬로건은 ‘즐기고, 일하고, 살고 싶은 도시 부산(Play·Work·Live)’이다. 박 시장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꼭 가봐야 할 25곳 가운데 한 곳으로 부산을 선정했다”며 “부산은 항공·물류를 담당할 가덕도 신공항을 짓고 있고, 그 위에 국제금융 기능을 넣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workation)에 적합하다. 세계가 인정하는 관광 콘텐트를 갖춘 글로벌 관광도시 부산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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