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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 뚫어보기(8)]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앞에 놓인 세가지 과업 

누가 되든 갈가리 찢긴 三心(윤심·당심·민심) 통합해야 

전당대회 평가도 당원 간 지역·연령에 따라 갈려… 일각에선 ‘역벤션 효과’ 우려
대통령 지지율, 차기 총선 결과 예측 지표… 이대로면 여당 의석수 줄어들 수도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에게는 여당으로서 대통령과의 호흡을 맞추면서 흐트러진 당심을 모으고 민심까지 달래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오는 3월 8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간 대결 구도가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즉 ‘윤심’ 쟁탈전 성격이 완연한 이벤트가 되고 있다.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실려 있는 현상은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2022년 1월 중순, 분명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순위 1위를 달리던 이는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었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대통령실로부터 되돌아온 답변은 사의 수용’이 아닌 ‘해임’이었다. 아울러 기후환경 대사직까지 해임됐다. 대통령실에서는 나 전 의원을 비토하는 익명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나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며 장고에 들어갔지만 결국 ‘솔로몬 이야기의 진짜 엄마’론을 설파하며 전쟁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안철수 의원에게 흡수됐고 이제 김 의원의 독주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은 안 의원 1명뿐인 상황으로 정리됐다. 대통령실과 윤핵관 양쪽으로부터 안 의원에 대한 협공이 시작됐다. 안 의원의 ‘부실한 역할론’과 ‘이념 정체성’을 부각시켰다. 안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대통령 당선인과 인사 이견으로 충돌했던 일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윤핵관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대통령 선거 직후 국무총리와 장관직을 제안받았지만 거부했다면서 윤석열 정부 구성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이념 정체성’ 논란은 사상적으로 급진적 진보 성향의 인물인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에게 안 의원이 ‘존경’의 뜻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집중 공격을 받았다. 안 의원은 방송에 나와 모두 사실무근이거나 설명을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며 정치적 공세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당내 분란보다 尹의 의중에 영향받는 당원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출마가 예정됐거나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을 보였던 잠재적 후보자들이 연거푸 불출마 선언을 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후보자 등록을 한 이후에도 ‘윤심’의 영향은 그치지 않았다. ‘윤-안’ 연대를 강조하는 안 의원에게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이용하지 마라. 안-윤 연대는 가능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정도 해프닝이면 당내 여기저기서 충돌이 발생하고 후보자 간 이전투구가 격화되는 경우가 이전에는 다반사였다. 특히 대통령의 영향력 침투를 거부하며 반윤 또는 반(反)김기현 정서가 확산하는 전개를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윤심의 영향력은 윤핵관과 안 의원 간 갈등 이후 더 커지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2월 6~7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누구를 선택할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후보 선호도는 김기현 45.3%, 안철수 30.4%, 천하람 9.4%, 황교안 7% 순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약 15%p가량 안 의원을 앞서는 결과다. ‘윤-안 전쟁’ 이후 안 의원은 당권 행보에 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윤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에서 ‘윤심’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대통령 적극 지지층에서 후보별 선호도는 김기현 70.3%, 안철수 16%, 천하람 2.9%, 황교안 5.5%로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층보다 윤 대통령 적극 지지층이 당원의 정치적 성향에 더 가깝다고 본다면 당심(黨心)은 김 의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당내 분란, 외부 시선보다는 당원들은 오롯이 윤 대통령의 의중에 영향을 받는 듯 보인다.

당대표 후보 컷오프에 통과해 최종 4인에 든 천하람 순천갑당협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지층을 견인하고 있으므로 천 위원장은 이준석의 ‘아바타’로 불리기도 한다. 일종의 이 전 대표의 대리전 양상이다. 천 위원장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0%에 가까운 지지율이 나오는 배경은 김기현과 안철수가 공략하지 못하는 2030·MZ세대, 여성, 수도권 지지층 고정표를 끌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가 챙겨야 하는 첫 번째 과제가 확인된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과 협력이다. 신임 당대표의 지상 과제는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성공’이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과 호흡은 단순 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대통령 적극 지지층에서 김기현 의원을 선택한 비율이 높은 이유는 김 의원을 택한 게 아니라 그 뒤의 윤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주는 현상이 절대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정치 현실은 냉정하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의 최대 과제는 ‘윤심’과 이심전심으로 동조화(同調化)하는 것이다.

천하람 당권 도전에 이준석 재소환되며 존재감


차기 당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대통령과 호흡뿐만이 아니다. 윤심 쟁탈전으로 누더기가 돼버린 당을 추슬러야 한다.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대통령 및 대통령실과 긴밀히 협력하고 그 바탕에 사분오열된 당을 하나의 ‘원팀’으로 만드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국민의힘 당원 구성 비율을 인구 비례를 근거로 뜯어보면 수도권 및 그 외 지역보다는 대구·경북 그리고 부산·울산·경남의 영남권 비율이 훨씬 더 높다. 2030·MZ세대 당원들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다수의 당원은 60대와 70대 이상의 고연령대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지역별, 연령대별로 의견이 나뉘고 전당대회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나경원, 유승민이 출마 의사를 접고 천하람이 당권에 도전하면서 이준석이 재소환돼 존재감을 흩뿌린다.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는 인사들을 향해 ‘간신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임기 내내 이어질지 모를 장면이다. 내년 총선에서 당 내부가 갈등을 빚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당내 민원까지 챙겨야 하는 게 당대표지만 ‘제 코가 석 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빠른 시간에 당심을 통합시켜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통해 2월 3~9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감성 연관어와 긍·부정 감성 비율을 도출해봤다. 연관 감성연관어로 ‘논란’이 가장 비중 있게 등장했다. 그 외에 ‘비판’, ‘갈등’, ‘간신배’, ‘노골적’, ‘색깔론’, ‘가짜’, ‘탈락하다’, ‘경고 하다’, ‘반발하다’, ‘무례’, ‘우려’, ‘역풍’, ‘고발하다’, ‘얼룩지다’, ‘과열되다’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부정 감성으로 연결됐다. 긍정 감성 비율은 19%, 부정은 79%로 압도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정당에서 전당대회를 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당의 지지율과 경쟁력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를 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긍정 감성 비율이 19%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도리어 ‘역(逆)컨벤션 효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차기 당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당심’을 하나로 묶어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다.

대통령 지지율 박스권… 이대로는 총선 빨간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관련 부정 감성 검색어가 긍정 검색어를 압도적으로 앞선다. 이대로는 컨벤션 효과가 아닌 역벤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사진:썸트렌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는 참 어려운 자리다. 차기 당대표는 지난 1년여 동안 빚어진 모든 갈등과 대결을 매듭짓고 총선 승리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2024년 총선이 차기 당대표의 첫 번째이자 결정적인 평가 무대가 된다. 역대 총선을 돌이켜보면 대통령 지지율만큼 선거에 영향을 준 변수가 없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배경은 후보자들의 면면이 훌륭했거나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분이었다. 당시 총선 날을 전후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평균적으로 60% 정도 됐다.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으로 산술 연산하면 180명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어낸 의석수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의 현주소는 어떻게 될까?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 있는지’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물어봤다. 먼저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 추이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8월 2~4일 조사에서 긍정 지지율이 24%에 그쳤고 올해 1월 3~5일 조사에서는 37%까지 반등했다. 그렇지만 전당대회를 두고 파장이 커지면서 가장 최근 조사인 1월 31일~2월 2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34%로 추락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9월 13~15일 조사에서 38%로 고점을 찍었고 그 이후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1~3일 조사에서 32%로 주저앉았다가 가장 최근 조사에서 35%로 조금 회복하는 모양새였고, 가장 최근인 올해 1월 31일~2월 2일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5%로 나왔다. 소폭 상승했지만 민주당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더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이 34%인데 이를 국회의원 의석수 300명과 연산해보면 102명이란 결과가 나온다. 지금 국민의힘 의원수보다 적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둘러싼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가 후보자 선택에 윤심이 작동하지만, 당심은 불편할 대로 불편해졌고 컨벤션 효과는 온데간데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총선에 대해 ‘이재명 수사’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화되고 총선 이전에 기소된 혐의 중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거나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진다면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싸늘해지고 국민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정치에 가정은 없다. 결과만 남을 뿐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의 어깨 위에 막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윤심, 당심 그리고 민심,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 배종찬 - 정치컨설턴트이자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 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석사로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지내고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종편 및 보도전문 채널의 패널로 주로 출연하고 있다.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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