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커버스토리] 2030 엑스포 유치 위해 재계도 지원사격 

부산엑스포에 ‘진심’… 총대 멘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12개 대기업 참여한 유치 지원 민간위 업고 BIE 표밭 종횡무진
이재용·정의선·구광모·신동빈 등 그룹 총수들 네트워크 풀가동


▎최태원 SK 회장이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만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SK그룹
"모자 두 개도 힘들었는데 1년 동안 모자 세 개가 됐다. 이제 제발 모자는 그만. 이제 벗기 전까지 다른 모자 안 쓰고….”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5월 31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출범식’ 직후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다. SK 회장인 데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도 모자라 국무총리 소속 정부 유치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게 된 데 따른 너스레였다. 최 회장은 오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70개 회원국 투표로 결정되는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를 부산으로 확정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이 이끄는 유치 지원 민간위는 12개 국내 주요 대기업으로 구성됐다.

최 회장은 위원장을 맡은 직후부터 BIE 주요 회원국에 직접 찾아가 표밭을 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우선 2025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일본으로 건너갔다. 지난해 9월 15일부터 이틀간 도쿄를 찾아 마츠모토 마사요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추진위원회 부위원장과 일본 BIE 주무부처 주요 인사 등을 만났다.

2025년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오사카·간사이엑스포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제르바이젠 바쿠와 경쟁한 끝에 2018년 11월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일본은 이에 따라 기존 등록 엑스포 2회(1970년 오사카, 2005년 아이치)와 인정 엑스포 2회(1975년 오키나와, 1985년 쓰쿠바) 등 총 다섯 번째 엑스포를 개최하게 됐다.

최태원 회장, 표밭 다지기 ‘광폭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9월 13일 파나마시티 대통령궁에서 라우렌티노 코르티소(오른쪽) 파나마 대통령에게 2030 부산엑스포 개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마츠모토 추진위 부위원장은 간사이경제연합회 회장(현 스미토모전기공업 회장) 자격으로, 유치 활동 초기에 지역 기업인들을 이끌며 엑스포가 국가적 과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여한 인물이다. SK를 이끄는 동시에 대한상의 수장으로 엑스포 유치전에도 공을 들이는 최 회장과 비슷한 역할이었다. 마츠모토 회장은 최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의 전략 등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오사카 엑스포는 지방정부 주도로 시작해 초기 유치 추진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국은 초기부터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고 특히 대기업들이 유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응원했다.

최 회장은 “오사카 엑스포가 2025년 행사 종료로 끝나버리는 개념이 아니라 부산까지 이어지도록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5년마다의 단절이 아닌 인류 공동 주제를 놓고 세대·국경을 넘어 공유하고 해결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협업하는 새로운 방식의 엑스포로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본의 엑스포 유치 노하우를 전수받은 최 회장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BIE 회원국 주UN 대사들을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대한상의가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 자격으로 지난해 9월 23일 뉴욕에서 주최한 ‘한국의 밤’ 행사를 통해서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오늘과 같은 성공은 UN이라는 세계 공동체에 빚을 진 덕분이었던 만큼 우리는 그것을 잊지 않고 세계를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경제적 보상과 손에 잡히는 당장의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 실현과 공동 과제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통해 세계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올해 들어 2030 엑스포 개최 후보지 부산을 홍보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의 아메론 호텔에서 ‘2023 다보스 코리아 나이트’ 행사를 열었다.

올해 코리아 나이트는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모인 글로벌 정·재계 인사에게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리기 위해 대한상의와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 위원사들이 공동으로 준비했다. 코리아 나이트는 세계 정·재계 리더가 모인 다보스 포럼 기간에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고 글로벌 기업인과 네트워크도 다지는 자리다. 2018년 외교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개최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최근엔 열리지 못했다.

글로벌 리더들은 5년 만에 재개한 행사에서 새해 인사를 나누는 한편, 행사장 내 설치된 대형 LED 포스터와 석탑 형태로 만든 영상 조형물에서 상영한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코리아 나이트에 참석한 밀로 주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 등을 상대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벌였다.

SK그룹 출장길에서도 엑스포 홍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만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최 회장은 SK그룹 수장으로서 글로벌 정·재계 인사와 가진 비즈니스 자리에서도 부산을 적극 알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을 만났다. SK의 4대 핵심 사업군인 그린 비즈니스, 바이오, 디지털, 반도체·첨단소재 등의 기술력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멕시코와의 세부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은 물론 부산엑스포 주제와 의제가 멕시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치 지원을 적극적으로 당부했다.

최 회장은 “SK 회장, 대한상의 회장,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 등 3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기후위기 등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도록 부산엑스포를 기획 중이며 엑스포를 계기로 양국이 장기간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원자재 공급망 강화를 위해 미국을 방문해서도 부산엑스포 현안을 따로 챙겼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과 만나 배터리 분야 핵심 원재료와 관련한 민관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최 회장은 당시 제77차 UN총회 기간 각국 정상이 뉴욕에 모인다는 점을 감안해 워싱턴D.C. 방문에 앞서 뉴욕을 찾아 히칠레마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이끌어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잠비아 구리 광산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원재료를 공급받는 등의 협력방안 추진을 약속하는 한편, 부산엑스포의 강점을 소개하면서 적극적 지지를 요청했다. 최 회장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각국 정상과 따로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병행하기도 했다. 1월 18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을 상대로 부산엑스포 의미를 설명하면서 유치 지원을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다보스 포럼 뒤에는 곧바로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주재 BIE 회원국 대사 등 10여 명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해 10월 3일 폴란드 바르샤바 총리실에서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만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주)LG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해외 사업장 중심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원하는 데 팔을 걷어 올렸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요청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최고경영자(CEO) 피터 베닝크와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은 물론 내친김에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도 벌인 것이다. 이 회장은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한 자리에서 “부산엑스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함께 선도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 중남미 출장 중 각국 정상과 중장기 비즈니스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병행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8일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예방하고 2030년 엑스포가 부산에서 열릴 수 있도록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닷새 뒤에는 파나마시티 대통령궁에서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과 만나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역할을 겸했다.

이재용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 합심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해 6월 4일 롯데 오픈 경기가 열린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롯데 골프단 황유민 선수와 함께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롯데지주
2021년 8월 한국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차원 전담조직인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를 구성한 현대차그룹도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총리와 만나 현대차 체코공장의 전동화 체제 전환 등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이미 아시안게임과 APEC 정상회의 등의 대형 국제행사 개최 경험이 있는 부산의 경쟁력을 알렸다. 정 회장은 “부산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교통과 물류 허브인 동시에 세계적 관광 인프라를 갖춘 K컬처 등의 문화 콘텐트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세계박람회를 위한 최적의 도시”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튿날엔 기아의 유럽 생산 거점이 자리한 슬로바키아로 건너가 에두아르드 헤게르 총리와 마주했다. 정 회장은 슬로바키아 총리에게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요청하는 한편,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광모 LG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도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은 LG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구 회장은 폴란드 총리 면담 자리에서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이자 LG에게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의미가 큰 곳이고, 수많은 한국 기업이 부산에서 태동하고 도약해 오늘날 한국 산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다”며 “세계박람회가 추구하는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소통의 장이 부산에서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20일부터 나흘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홍보 활동을 벌였다. CGF 글로벌 서밋은 아마존, 월마트, 까르푸, 코카콜라, 네슬레, 다농 등 70여 개국 400여 개 소비재 제조·유통사 최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자리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이 행사에 참석한 신 회장은 롯데그룹 부스에서 글로벌 소비재 경영진을 비롯한 포럼 참석자를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병행했다. 글로벌 그룹 CEO와 함께한 별도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세계박람회 개최 최적지로서 부산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