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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A to Z 

건달에서 그룹 회장까지… 김성태, 10대 기업 넘봤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전주나이트파의 ‘쩐주’… 그림자 운영에 능한 막후 권력자
도박장·대부업 거쳐 인수합병과 기업사냥으로 쌍방울 키워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오른쪽)는 호남의 강성 폭력조직인 전주나이트파의 ‘쩐주’였다. 사진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해외 도피를 하던 중 태국 현지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된 모습. 왼쪽은 함께 검거된 김성태의 사촌형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2월 어느 날 저녁, 서울 강남에서 사채업에 종사하는 이모(41)씨를 만났다. 과거 구치소에서 전주나이트파 조직원과 안면을 텄다는 그를 통해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56)씨의 과거 이력을 수소문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서 소개받은 조직원 J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성태는 실제 건달은 아니고 예전부터 선배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변호사비도 대주고 합의도 봐주고 뒷일도 챙겨주는 전주(錢主)라고 들었다.” 취재 결과 김성태는 경찰의 관리대상 폭력조직원에 등록돼 있지 않았다. 그보다 4살 많은 동명이인이 경기도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만 파악됐다.

1968년생. 학력은 밝혀진 바 없으며, 조폭 출신으로 대기업 회장까지 오른 그는 이른바 ‘건달 세계’에선 입지전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주나이트파와 라이벌 세력인 한 조직원은 “동생들 밥 먹이고 행사장에서 돈 쓰는 형님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반달(반건달)쯤 되겠다. 하지만 재력도 있고 인프라도 갖춘 데다 후배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니 우리로서는 ‘전관예우’를 해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건달 세계에서는 호적이 깨끗한, 다시 말해 계보도에 이름도 없는 사람을 대우할 정도의 위상을 가진 셈이다.

그는 다만 2000년도 초반 김성태가 서울로 상경하기 전까지 살아온 행적에는 침묵했다. 이에 대해선 이씨가 귀띔했다. “호남에는 먹을 게 없다. 돈으로 처세하는 부류는 대다수가 땅 부자들이다. 그러니 ‘쩐주’가 땅 팔아서 서울로 상경하면 돈 따라 형님 따라 동생들이 함께한다.”

5·16 이후 경제 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호남 지역 조폭들은 서울로 대거 진출했다. 쌍방울그룹 내부는 물론, 김성태가 서울에서 불법 도박장을 차리거나 불법 사채업을 운영할 때나 그의 곁을 지키는 ‘동생’들이 있었던 배경이다.

김성태는 2006년 상경해 불법 도박장을 문어발식으로 개설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 골목길마다 2~3군데씩은 눈에 띄던 성인 PC방이다. ‘세븐포커·바둑이·맞고’ 등의 게임을 제공한다며 간판에 고스톱과 카드 그림을 붙여놓은 게 특징이다. 서울 서초구와 경기 구리시에 성인 PC방 직영점 2곳을 냈고, 전주·익산·군산 등 자신의 연고가 있는 호남 등지에 가맹점 11곳을 유치했다. 과거 관련 사업에 종사했던 정보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앉혀두고 월 300만원씩 꼬박꼬박 챙겨줘도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성태가 같은 해 12월 불법 도박장 개장 등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업 자체는 오래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어쨌든 이 시기 김성태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모집하는 총판 역할을 하는 등 공범들은 후일 쌍방울그룹 계열사 임원 등을 맡게 된다. 김성태식 조직 운영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서울 강남에 불법 고리대금업체 차려 돈 벌어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2007년 사채를 빌리려고 김성태의 불법 대부업체인 ‘도쿄에셋’을 방문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성태를 기업가로 변모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진다. / 사진:KH그룹
이듬해 김성태는 강남 청담동으로 옮겨 불법 대부업체를 굴리기 시작한다. 법인 등기상 ‘도쿄에셋’이라는 투자 컨설팅 회사로 둔갑하고 뒤로는 고리(高利)로 막대한 재산을 착복한 것이다. “강남에는 세력화된 조직이 없는 데다가 해 먹기 좋은 호구도 많다. 일단 대부업 허가를 내면 법정 최고 금리(과거 34.9%)에 발목을 잡히는데, 불법으로 굴리면 4000% 이상도 받아낼 수 있다. 어차피 김성태가 쩐주였다고 하지 않았나. 쩐주가 평소에 돈을 잘 쓰면 동생들이 알아서 진상처리(변제 능력이 없는 채무자 문제 해결)를 해준다. 불법 추심은 일도 아닐 테니 손해도 안 봤을 것이다.” 이씨의 설명이다.

이 시기 김성태가 벌어들인 수익은 정확히 가늠되지 않지만 5년간 50차례에 걸쳐 높은 이자를 받고 318억원을 빌려준 사실은 확인된다. 드러난 고객만 해도 재벌과 중견기업 일가,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 주가조작 세력 등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김성태는 사채놀이로 돈의 흐름을 익혀 기업 합병에 관여하거나 유망한 벤처와 주식에 투자하는 3세대 조폭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리고 이 시기 김성태는 훗날 ‘경제 공동체’로 묶이는 KH그룹 회장 배상윤과 엮이게 된다.

배상윤은 1980년대 전남 영광 일대의 군소 조직 ‘난초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에 노출된 것은 1991년 10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조폭 간 칼부림 사건에 개입하면서다. 유흥업소 이권을 놓고 목포파와 광주파가 낫·도끼·생선회칼 등을 동원해 집단 난투극을 벌인 사건이다. 칼부림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쳐 당시 강남 건달 세계가 떠들썩했다고 한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배상윤은 이 사건 이후 조폭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배상윤은 1992년에는 종로 일대 전자 카지노업소 주변에서 업소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지분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1997년 ‘신영광파’ 부두목 신분으로 구속기소되지만 조직폭력배에 해당하는 범죄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정을 받는다. 다만 채무자를 납치한 뒤 끌고 다니며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받아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배상윤은 도박장 운영자금 제공 및 사기 혐의로 두 차례 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상윤은 이후 서울 강남에서 고급 사우나를 운영하면서 주가조작과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기업사냥꾼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배상윤과 고리대금으로 놀던 김성태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도박장 개설·유흥업소·경매 등은 조폭 세계에서 ‘저무는 사업’이었고, 사채를 끌어다 M&A 시장에 뛰어드는 3세대 조폭 전성시대가 열린 참이었다. 사채업자 김성태를 ‘기업가’로 변모시킨 것도 배상윤이었다. “징역을 살고 나온 배상윤은 2000년부터 주가조작이 전문이었다. 그 능력을 김성태한테 가르쳤다.” 이씨의 회고다.

김성태, 배상윤 제안 거절하고 쌍방울 확보


배상윤은 2007년 김성태한테 1억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관계를 이어나갔다. 이후 2009년 배상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던 쌍방울 1대 주주의 지분과 경영권 인수를 시도한다. 당시 배상윤은 자신의 고급 사우나를 담보로 김성태에게 19억원을 빌린다. 그러나 잔금은 물론 계약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쌍방울 인수에 실패한다. 정작 쌍방울 인수권을 차지한 건 김성태였다. 2010년 1월 자신의 도쿄에셋을 ‘레드티그리스’로 바꾼 김성태는 대한전선이 가지고 있던 쌍방울 1대 주주 지분 40.86%를 29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제 인수하는 데 쓴 돈은 70억원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사채로 끌어온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자는 2010년대 초반 쌍방울그룹과 연관됐던 관계자 K씨와 만나 당시 쌍방울 인수와 관련한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과거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됐다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지금도 서울 강남의 기업사냥꾼들과 종종 만나면서 정보를 교환한다고 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레드티그리스의 지분을 30% 차지했던 오택동이라는 이름이 수차례 언급됐다.

“오택동은 건달 출신은 아니다. 나이는 김성태보다 세 살 많지만 김성태 밑에서 일했던 자다. 김성태에게 배상윤을 제치고 쌍방울 경영권을 가지라고 권유했다.”

K씨에 따르면 배상윤은 돈 갚을 여력이 안 되자 김성태에게 조건부 제안을 했다. 김성태가 쌍방울 1대 주주 지분을 인수하면 배상윤 본인이 작전 세력을 동원해 쌍방울 주가를 띄워줄 테니 김성태는 그때 주식을 팔고 쌍방울에서 빠져달라는 부탁이었다. “결국 배상윤이 주가를 확 끌어올린 시점에 김성태가 한 번에 매도를 때려서 거액을 챙겼다.”

실제로 배상윤은 약속이 이행되는 줄 알고 차명계좌 80여 개로 수천 차례 시세를 조종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성태는 가장 매매, 고가·물량 소진매수, 허수 매수 주문 등을 통해 350억원을 시세차익으로 벌어들였다. 그러나 김성태는 당시 오택동의 권유를 따라 배상윤에게 쌍방울을 넘기지 않는다. “배상윤은 그때 한 푼도 못 벌었다고 한다.” K씨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김성태와 배상윤의 관계는 어땠을까? 두 사람은 끝까지 호형호제하면서 의리를 과시했다는데 속내는 틀어지지 않았을까? “건달 세계에서는 돈 실수를 하면 돈을 갚든 뭐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때는 배상윤이 자리를 못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돈에 밀린 관계였다.”

훗날 배상윤은 2016년 조명회사 필룩스를 인수하면서 음지에서 제도권으로 완전히 자리 잡는다.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2019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과 2021년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사까지 사들인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세 사람은 2014년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를 받았다. 김성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배상윤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오택동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쌍방울그룹을 건달 사무실로 만들다”


▎오택동은 쌍방울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권력을 휘둘렀다. 이를 보다 못한 김성태의 수하들이 오택동을 견제하기 위해 최우향을 데려온다. 최우향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와도 친분이 있다. 사진은 2021년 10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를 맞이하러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타난 최우향. / 사진:연합뉴스
복수의 취재원들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는 결코 전면에 나서는 일이 없었다. 인수 뒤 새 대표이사 취임식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물론, 쌍방울이 수차례 인수합병을 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와중에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이사도 맡지 않았다. 마치 전주나이트파 시절 조직의 쩐주로 자리매김하되 계보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막후 권력자’의 방식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는 자신의 가족과 더불어 조폭 세계에 발을 담그면서 유대를 맺은 조직원들이나 불법 도박장과 대부업 등을 운영하면서 수족처럼 부린 측근들을 쌍방울그룹 경영진에 앉히면서 자신만의 왕조 구축에 나섰다.

일례로 사촌형인 양선길은 쌍방울의 대표이사, 친동생은 사내이사였으며, 두 사람은 후일 각각 그룹 회장, 부회장에 오른다. 불법 도박장 개설에 가담했던 매제 김모씨, 레드티그리스 소속의 오택동, 박상민, 최제성 등 역시 각각 부회장, 계열사 사내이사 등을 맡았다. 2011년 쌍방울에 입사해 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방용철도 김성태가 믿던 부하였다. 방용철은 김성태가 전주에 있을 때부터 알던 친구였다고 한다. 한때 재계 순위 51위까지 올랐던 쌍방울이 ‘건달 사무실’이라는 말을 들었던 배경이다.

김성태가 쌍방울을 인수한 뒤 1년 동안은 오택동이 경영 전반을 주무른 것으로 전해진다.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친구였다. 쌍방울그룹이 무자본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나가지 않았나. 그걸 설계한 게 오택동이다. 레드티그리스 때 알게 된 주가조작 세력들에게 자문을 받아가며 움직인 걸로 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다 보니 오택동이 사내에서 실세로 인식되면서 김성태 식구들 눈에 거슬렸던 것 같다. 그들은 김성태에게 ‘오택동이 혼자 다 해 먹고 있다. 이러다 회사 뺏긴다’면서 자극을 줬다. 그래서 견제용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최우향이다.”

1967년생 최우향은 목포 새마을파에서 부두목까지 오른 조폭으로 알려진다. 새마을파는 1999년 전남의 최대 폭력단체로 거듭날 만큼 덩치를 키웠다. 당시 서울로 올라와서는 동향의 조직인 청계파·무안파·해제파·지도파 등을 흡수, ‘연합 새마을파’를 결성했다. 이들은 유흥업소 관리는 물론, 건축·철거 현장 용역사업도 도맡으면서 돈을 벌고 세력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몸담고 있던 조직이 주가조작에 손을 대면서 활동영역을 넓히던 2010년, 부두목 최우향이 쌍방울그룹에 스카우트된 것이다.

최우향은 2013년 쌍방울 대표, 쌍방울그룹 국제총괄 부회장에 잇따라 오르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친분이 더 부각돼 있다. 2021년 10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가 구치소에서 풀려날 당시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타나면서 ‘헬멧남’으로 유명하다. 당시 사진을 보면 비교적 왜소한 체격의 김만배와 대비되는 큰 체격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인수합병으로 사세 키우고 검찰 출신 사외이사 영입


▎김성태의 매제 김모씨는 쌍방울그룹 자금 관리를 담당해왔다. 김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과 800만 달러 불법 대북 송금 등 의혹의 진상을 밝힐 키맨으로 지목된다. / 사진:연합뉴스
김성태와 배상윤은 무자본 M&A로 기업들을 공동 사냥한 뒤 쌍방울과 KH그룹의 덩치를 키워나갔다. 이 과정에서 전환사채(CB)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채를 끌어와 기업을 인수하고 CB를 찍어내 또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 계열사 간의 CB를 서로 사고팔면서 차익도 챙겼다. 호재 타이밍을 아는 특정 세력은 이익을 실현하지만 기업은 서서히 말라 죽고,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김성태는 이를 통해 특수차량 제작 기업 광림, 바이오 기업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속옷 회사 비비안 등 6개 기업을 인수한다. 현재 51개사로 구성된 쌍방울그룹은 상장사 7개(광림·미래산업·쌍방울·비비안·디모아·아이오케이컴퍼니·제이준코스메틱)가 순환출자 구조를 이룬다. 투자조합 4개도 포진해 있다.

이와 동시에 김성태는 전관 법조인을 중심으로 사외이사진을 꾸리면서 자신의 방어 전선을 구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성태는 2010년 쌍방울 인수 이후 7개 계열사에 사외이사 총 51명을 영입했다. 이 가운데 법조인이 22명으로 전체 43.1%를 차지하는데, 검찰 출신만 9명이다. 알려진 인물들로는 송찬엽 전 동부지검장, 양재식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오현철 전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등이다. 심지어 2014년 당시 주가조작 혐의로 자신을 구속기소한 김영현 전 서울남부지검 부부장 검사까지 섭외했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김성태가 일찌감치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출신을 눈독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안호봉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전북경찰청장까지 올랐던 강인철 변호사 등도 눈에 띈다. 관료와 정치권에서 활동한 인사가 13명이나 된다.

쌍방울과 이재명 커넥션 진상? 김성태 입에 달려

현재 김성태는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45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 800만 달러 불법 대북 송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용 대납 등 혐의로 구속됐다. 배상윤도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김성태가 지난 8개월간 해외 도피를 청산하고 국내 송환을 희망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눈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무슨 이유로 김성태가 돌연 입장을 바꿔 귀국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국내 송환 직후에도 “이 대표를 모른다”고 ‘의리’를 지켰던 그다. 그런데 최근 옥중에서 쌍방울그룹의 자금 관리를 담당한 매제에게 전부 증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세계에선 의리라는 게 없다. 옛날에는 동지였는데 그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범행의 중심이 돼버렸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등을 돌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발언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김성태는 2019년 쌍방울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동원해 8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한에 넘겼다. 이후 북한의 희토류 등 광물 사업권을 따내며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는 ‘대북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 급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500만 달러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사업의 대납이었고 30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대선을 위한 방북 추진용”이었다는 게 김성태의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직 운명이 달렸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쌍방울그룹이 변호사비 23억원을 내줬다는 혐의도 김성태의 입이 열리면 크게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CB 편법 발행과 유통 등으로 부당하게 챙긴 이익 중 일부를 이 대표의 변호사비로 낸 것으로 추정한다.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선 잘 안 팔릴 것.” 검찰 수사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이다. “김성태의 대북 송금과 아무 관련이 없다.”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반박이다. 사건의 진실은 김성태만 알고 있다.

월간중앙에 김성태와 쌍방울의 내막을 털어놓은 J씨는 1년 전을 회고하며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 대선 경선 때 김성태는 이재명을, 배상윤은 동향인 다른 후보를 밀었다고 하더라. 그런 두 사람이 대선 전에 했던 얘기가 있다. ‘누구든 우리가 모시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10대 기업으로 올라간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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