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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21세기 명의(名醫) 이야기 8(최종회)] 이승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 

“환자 살려내며 기쁨·감사 체험… 외과 의사는 피를 보면 가슴이 뛴다” 

내년 말이면 수술 9000례 도달… 환자 딱 보면 예상 문제와 해법 떠올라
간 이식 발전 위한 열정, 환자 위하는 책임감은 ‘세계 2등’도 서운할 정도


▎이승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
"성격이 팔자다.” 이 말은 ‘IQ가 팔자다’, ‘수저의 재질이 팔자다’보다는 왠지 희망을 준다. 성격 바꾸기는 좀 만만해 보인다. 성격은 가변(可變)이긴 하지만 난변(難變)에 속한다. ‘노력하는 성격’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성격과 성공의 관계’를 심리학 등 학문분과가 탐구하고 있다. 주목받는 성격 특성으로 ‘컨시엔셔스니스(conscientiousness)’와 ‘그릿(grit)’이 있다. ‘컨시엔셔스니스’는 ‘어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매우 신중함’을 의미한다. ‘컨시엔셔스니스 점수(CS)’가 높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경향이 있다. 책임성·신뢰성·계획성·효율성·목표 지향성·조직성·세심함·시간 엄수·자기 수양…. 컨시엔셔스니스 점수(CS)가 높은 사람들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한다. 사회에 진출한 다음에는 일을 잘한다. 출세하고 축재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앤젤라 더크워스 교수가 정의하는 ‘그릿’은 ‘장기목표를 위한 인내력과 열정의 결합’이다. 더크워스 교수는 IQ나 ‘컨시엔셔스니스 점수(CS)’보다 ‘그릿 점수(GS)’가 성공을 더 잘 예측한다고 주장한다. ‘그릿’이 있는 사람은 실패와 역경에 굴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CS나 GS가 높으면, 점수가 낮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 병에 덜 걸리고, 걸려도 더 쉽게 낫는다. 왜일까. 두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제때에 약 먹기, 운동하기, 음식 가려먹기 등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계획을 귀담아듣고 잘 따르기 때문이다.

간이식 핸드북 <외과 의사 이승규> 펴내


▎이승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는 1년에 460~500례의 수술을 집도한다. 내년에는 9000례를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는 [외과의사 이승규]를 썼다. 일종의 회고록이자 간이식 핸드북이다. 실제 책과 인터뷰를 통해 접한 이승규 교수는 CS·GS가 분명히 높았다.

병마를 이겨낸 그의 환자들 또한 고득점자가 분명했다. 그들은 간이식 수술 후 생존율이 비상하게 높다.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생존율은 98%로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의 이식 생존율을 크게 앞선다. 이러한 경이적인 기록이 나온 것은 2022년 11월 세계 최초로 8000번째 간이식을 달성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환자들의 CS·GS가 원래 높았거나 높아졌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교수가 이끄는 간이식 팀은 다음 유형의 수술을 국내 최초,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소아 생체간이식(1994),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1996), 성인 생체 간이식(1997), 간·신장 동시 이식(1999), 변형 우엽 간이식(1999), 2대 1 생체 간이식(2000), 뇌사자 성인 분할 간이식(2003), 간·심장 동시 이식(2007). 서울아산병원은 미국 미네소타대, 일본 교토대, 독일 함부르크대 등의 의료진에 생체 간이식 수술 기술을 역수출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도 많이 받았다. 제1회 대한의학회 셰링 의학상(2005), 제1회 일송상(2006), 제3회 성산 장기려상(2008), 제3회 아산의학상(2010) 등.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웃라이어>에서 맬컴 글래드웰이 강조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가 성공의 원인을 주로 머리·노력·열정 같은 개인적인 변수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개인 변수 못지않게 사회나 국내외 환경, 시대 같은 비개인적인 배경도 중요하다는 게 <아웃라이어>의 핵심 메시지다.

따라서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 ‘귀인이 팔자다’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귀인,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귀인이 한 말을 듣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 교수의 저서를 보니, 그의 인생을 바꾼 귀인의 말로 다음이 포함된다. “떡대, 너 맘에 든다. 외과 해라!” 서울대 소아외과 김우기 선생님이 한 말. “당신, 개업하면 잘할 것 같지 않아요. 멀리 내다보고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대장항문외과를 개업하려고한 그에게 부인 장유순씨가 단호하게 말리며 한 말. “살아남으려면 남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해야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도록 해.”, “나는 간이식을 못 해봤지만 너는 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못했던 것을 네가 꼭 해내라.” 이 교수가 제일 존경하는 스승인 민병철 원장이 한 말. “당신은 당신 조국에 기여했습니다.” 도쿄 암센터의 마사토시 마구치 교수가 한 말.

‘귀인이 팔자다’는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완치 회복의 비결은 의사라는 귀인을 만나 그의 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과 의문을 품고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 석좌교수를 만났다.

세계와 경쟁하려면 ‘의료 민족주의’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찾아와야 한다. 외국인 환자들이 전혀 불편 없이 내국인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물론이다. 외국인 환자에 대해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 해외 환자들이 언제든지 와서 똑같이 수술받을 수 있다. 국제클리닉이 있고 외국 환자 전담 통·번역가가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고 병원이기에 노랑머리 환자도 있고 히잡 쓴 환자도 보여야 한다. 전체 환자에 비하면 1점 몇 퍼센트밖에 안 된다. 수익 차원과는 별도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이 생체간이식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한다. 작년에 8000례를 넘었다. 9000례는 언제쯤 도달할 것인가.

“1년에 460~500례 정도 한다. 작년에 468례를 했다. 9000례는 내년 12월 정도가 될 것이다.”

레지던트 때 ‘환자 참 열심히 본다’ 말 들어


▎2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알베르토 씨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왼쪽부터 첫 번째가 알베르토 씨의 아내, 세 번째가 이승규 석좌교수, 여섯 번째가 환자의 누나, 여덟 번째가 환자의 막내딸 아니타 이시도라(23세, 기증자). / 사진:서울아산병원
책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을 도와주시는 분들’ 명단을 보니 간이식에 동원되는 사람은 498명이나 된다. 실명으로 명단에 나오는 사람들만 그렇게 많다.

“연말에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회식을 한다. 저희 간이식 팀과 관련된 모든 부서의 의사·간호사 선생님, 테크니션·연구사 선생님 등을 다 모으면 한 250명 정도 된다. 간이식에 참여하는 모든 분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수련의 시절, 새벽 1시, 2시에 소주 반 병을 드시고 주무셨다는데.

“최대가 반병이었다. 더 이상 콜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주량을 늘리려고 그랬다. 예전에는 술 못 먹으면 바보였다(웃음). 반병까지는 먹어도 안 토하게 됐다. 어머니 쪽을 닮아서 원래는 술 한잔도 힘들었다.”

스승·선배의 평판은 어땠는가. 독하다? 기특하다?

“저는 레지던트 때에 환자를 열심히 봤다. 그 당시는 교수님들이 워낙 박봉이라 대개 개인병원을 별도로 운영하셨다. 선생님들이 오후 4시면 전공의들에게 맡기고 퇴근했다. 제가 환자를 열심히 봤기 때문에 교수님들한테도 ‘저놈은 좀 믿을 만하다’, ‘이승규가 환자 참 열심히 본다’는 그런 크레딧을 많이 쌓았다.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집념이 있는 편이다. 포기를 잘 안 한다. 환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으면, 끈질기게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전설적인 야구선수 행크 에런의 성공비결이 책 205 페이지에 나온다. 초인적인 연습 덕분이었다. 에런은 투수가 공을 던지기도 전에 ‘공이 커브냐, 직구냐’를 알 수 있었으며, 날아오는 공이 수박 덩어리처럼 크게 보였다. 이 교수님도 수술 9000례를 향해 가고 있으니, 좀 과장한다면 눈 감고도 하는 경지에 오른 것 아닌가?

“(웃음). 눈 감고가 아니라 정신 바짝 차리고 한다. 환자마다 변수가 매우 많다. 수술 전략도 환자 맞춤형으로 짜야 한다. 난이도도 다르다. 제가 간이식을 시작한 것이 1992년이니까. 31년째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몇십 년 하니까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각 환자에게 맞는 수술 방식이나, 수술에서 예상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할 일이 떠오른다.”

맥락을 벗어난 인용이 문제다. 책에 보니 “외과의사는 피를 보면 가슴이 뛴다”(209페이지)고 했다. 어떤 뜻인지 궁금하다.

“(웃음). ‘중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저희 간이식 하는 의사들은 일의 분량이 매우 많다. 수술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수술 난도가 높다. 중증의 환자들이 사투를 벌인다. 의식도 없고. 배에 물이 차서 산 만큼 부풀었다. 인공호흡기도 달고. 오줌도 한 방울도 안 나와서 인공신장기를 달고 수술장으로 들어간다. 심장이나 폐 기능도 나빠서 에크모(ECMO)라는 인공심폐기도 달고 수술실로 들어간다. 평균 수혈량이 신장은 1~2병, 췌장은 한 5병, 심장은 10병인데 간은 평균 20병이다. 피가 많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간이식 수술의 난도가 높다는 뜻이다. 수술이 성공해 환자들이 회복될 때, 거기서 저희가 느끼는 만족감, 감사함, 기쁨, 성취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것 때문에 중독이 된다. 그것을 ‘외과 의사는 피를 보면 가슴이 뛴다’고 표현한 것이다.”

‘영원한 멘토’ 일본 마사토시 마구치 교수


▎이승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가 이끄는 간이식 팀은 2022년 11월 세계 최초로 8000번째 간이식을 달성했다. / 사진:서울아산병원
한국의 성공비결을 꼽는다면 ‘한국은 일본이 만드는 것은 뭐든지 만든다’가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하는 과정에서 일본에 배운 것도 있을 것이다. 상당수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이 일본의 공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그들은 예컨대 K팝의 뿌리는 J팝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의학 발전사에도 일본이 등장한다. 책에서 ‘영원한 멘토’로 마사토시 마구치 교수를 꼽고 있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이다. 우리나라 의학이 일제강점기에 일본 의학을 많이 따라잡았다. 그 후에 의학은 미국이 주도했다. 한·일 양국은 미국 의학을 많이 수입해서 국내 의학 수준을 업그레이드했다. 각자 나름대로 새로운 것도 개발했다. 일부 분야는 양국이 미국을 앞섰다. 일본은 일본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미국 의학을 수입해 더욱 발전시켰다. J팝을 제가 잘 안 보지만, 우리나라 K팝이 J팝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다. 어차피 서로 다 경쟁하는 사회인데, 옛날에 흘러간 가수는 소용없다. 흘러간 가수는 흘러간 가수다. 현재가 중요하다. J팝은 어색한 데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팝에 소질이 있지 않은가 싶다. DNA가.”

마사토시 마구치 교수를 특별히 존경하게 된 계기는?

“일본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당연하다. 36년 동안이나 강점당했으니까. 제가 보기에 정치하는 사람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다 마찬가지다. 일본에는 좀 과격하고, 또 자기의 두각을 드러내려는 팔색조 같은 정치인이 있다. 일본 지식인들, 의사들은 대부분 점잖고 굉장히 진지하다.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절대 등 돌리는 사람이 없다. 끝까지 한결같다. 우리나라 쪽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끝까지 관계가 유지된다. 마사토시 마구치 선생님은 일본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의사라는 칭송을 받는 분이다. 수술뿐만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접근법도 체계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성격이 굉장히 엄격하다. 칼 같다. 학회에 나가면 서슴지 않고 연구를 비판한다. 그는 제가 일본 학회뿐만 아니라 세계 학회에 나가서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줬다. 그는 일본인이건 외국인이건 자신에게 배운 사람이 각 나라의 의술 발전에 기여하면 아낌없이 칭찬한다. 통이 큰 사람이다. 제가 변형 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했다. 그런데 미국의 마운트시나이병원 의사가 자신이 세계 최초인 것처럼 학회에 나가서 발표하고 다녔다. 마구치 교수가 ‘한국의 프로페서 리가 세계 최초인데 왜 당신이 나서냐’며 그 미국 의사를 신랄하게 비판한 적도 있다.”

“남편과 반주하다 간 망가지는 주부 늘고 있다”


▎이승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가 쓴 [외과의사 이승규]. / 사진:예스24
‘간 때문이야’라는 일종의 ‘간 결정론’에 빠지기 쉽다.

“전반적으로 약들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 사실 간이 좋은 사람은 간장보호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 간이식은 다른 수술에 비해 안전하다. 수술 후 2~3개월 지나면, 전체 간의 90% 이상으로 자란다. 간 기증자는 상처만 있다뿐이지. 모든 면에서 기증 전과 같이 지낼 수 있다.”

간질환 증세는 어떻게 진행하는가.

“가벼운 증세로 시작된다. 처음에는 무기력해진다. 쉽게 피로감이 오고, 입맛이 떨어진다. 다음에 더 나빠지면, 피부나 눈이 노래지고, 벨트가 헐렁했던 것이 꽉 찬다. 물이 차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다리가 붓는다. 그 다음에 간성혼수라고 성격이 괜찮던 사람이 쉽게 화를 막 내고. 잠을 더 많이 잔다든가,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한다. 더 나빠지면 잠을 깊이 많이 잔다. 그다음에는 피를 토하기도 한다. 그런 증세가 단계적으로 나타난다.”

가장 큰 원인이 술인가.

“10여 년에서 한 17년 전까지는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가 많았다. 우리 간이식 환자들의 간경화 원인의 85%를 차지했다. 최근 5~6년 사이에 알코올성 간경화가 50%에 육박할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소주를 매일 하루도 안 거르고 마신다면 10년, 15년이면 치명적으로 간이 망가진다. 요즘 여성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가정주부가 대부분이다. 저녁에 남편과 반주를 즐기면, 남편은 멀쩡한데 부인의 간이 망가진다. 여성이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기 때문이다.”

일본의 병원을 미국식으로 바꾸는 데 공헌한 의사 중에 히노하라 시게아키가 있다. 105세까지 살았다. 별세 몇 달 전까지 환자를 봤고 강연을 했다. 그는 두 번 크게 앓은 적이 있었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는 아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아파 봐야 환자 마음을 안다. 환자 입장에서 치료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환자는 대체로 부모 연세가 많다. 그래서 젊은 의사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네 나이가 아니라 네 부모 나이에 맞춰서 환자를 대하라.’ 또 나이 든 환자는 나이 든 의사가 봐야 한다고 제가 자주 이야기한다. 그래야 환자를 이해할 수 있다.”

히노하라 시게아키가 오래 살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다고 말했다. ‘90살이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는 것이다.

“90은 너무 오래 사는 건데… (웃음).”

의료 내셔널리즘에서 노벨생리학·의학상 수상이라는 목표의 비중이 크다.

“아직까지 노벨상이 못 나왔다. 당연히 못 나온다. 기초의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의사가 1인 3역을 해야 한다. 환자 진료를 해야 하고, 학생들도 가르쳐야 하고, 연구해서 논문도 써야 한다. 사실 연구라는 것이 깊이 있는 주제에 집중해야 좋은 논문 결과가 나온다.”

“외과는 의술이면서 예술이고 과학”

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성실성, 이공계에 필요한 것은 창의성이라는 내용이 책 155페이지에 나온다.

“전교 1, 2등 하는 머리 좋은 사람들은 의대 올 게 아니다. 의대 와서도 1등, 2등이 어떤 전공을 선택하려는지 보면, 인재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못된 것이다. 세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이공계로 가서 우리나라 먹여 살리는 일을 맡아야 한다. 저는 제 아들이 의대에 못 오게 했다. 아들은 장사가 딱 맞았다. 자녀가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다 같이 생각하고 성찰하는 사회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외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외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외과는 단순한 의술이 아니라, 자기가 갈고 닦은 실력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예술이다. 외과에는 손도 중요하지만 머릿속 지식도 중요하다. 외과는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의술이기도 하다. 성실성·집념·책임감, 그게 중요하다.”

※ 김환영 -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중앙일보에 지식전문기자로 입사, 심의실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데일리인베스트에서 지식전문 대기자로 일한다. 지은 책으로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등이 있다.

- 사진 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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