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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인터뷰] 한·중 수교 주역 박철언 전 장관이 말하는 ‘중국의 착각’ 

“문제는 북한에 ‘베팅’하는 시진핑”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덩샤오핑의 겸허함 상실한 중국 지도부, 세계 리더 자격 의심 받아”
■“국제사회, 일국(一國) 패권보다 다원화로 가야… 한·중·일 협력 절실”
■“윤 대통령, 격동기 생명 걸고 결단 내린 이승만, 박정희 돌이켜야”


▎박철언 전 정무장관은 6월 15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정부가 ‘중국몽’에 젖어 오만무례하다”고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한때 ‘콘크리트 이념’을 녹여낸 세기의 러브스토리가 동북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적이 있었다. 1989년 12월 ‘자본주의’ 한국과 ‘공산주의’ 중국의 간판 탁구 선수가 오랜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핑퐁 사랑’이 그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던 결합에 성공한 이는 바로 한국의 안재형, 중국의 자오즈민. ‘죽(竹)의 장벽’을 넘어 사랑이 결실을 보게 된 데는 중국 요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결혼 허가를 받아낸 실세 정치인 박철언 당시 정무장관의 지원이 주효했다.

6공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처사촌으로 북방정책을 주도했던 그는 내친김에 한국과 중국의 수교(修交)를 향한 숨 가쁜 물밑 교섭을 진행, 노태우 정부 임기 말인 1992년 8월 국교 수립을 끌어냈다. 박철언 전 정무장관은 5, 6공화국의 대(對)북, 대(對)공산권 밀사 역할을 도맡아 사회주의권 권력의 생리에 비교적 밝은 편이다.

이제 팔순을 넘긴(80) 그가 최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했다. ‘한·중 수교에 열정을 쏟았던 한 사람으로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오만방자한 언행을 통탄한다’라는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날이 섰다. 그는 미국에 베팅하는 한국이 후회할 것이라는 싱 대사의 발언을 ‘망언(妄言)’으로 규정하면서 “중국 정부가 오만한 자세를 버리고 과거를 성찰·반성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6월 15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자리한 개인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그는 30여 년간 공들여 쌓아 올린 한·중 관계가 이렇게 낙하산도 없이 추락하는 듯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 책임은 싱 대사의 발언을 방조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자면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등 외교·안보 책임자들은 중국을 끌어들여 동북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17세기 중국 선불교 승려이자 시인인 승찬 대사는 “말이 많을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이 많을수록 현실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지금 한·중 관계는 현실에서 왠지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경제적, 물량적으로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국민적 신뢰 측면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일본에 사과 요구하면서 중국에는 왜 함구하나”


▎6월 13일 부적절한 발언으로 외교적 논란을 촉발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규탄하는 김종배·김근태· 손정목(왼쪽부터) 예비역 장성들. / 사진:연합뉴스
6월 10일 싱하이밍 대사를 호되게 나무라는 입장문을 냈던데.

“싱 대사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한 발언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치밀게 한다. 우리나라의 외교 정책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대국이 소국에 경고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결례이자 잘못된 발언이다. 대사라는 직분은 두 나라 관계 증진과 친선의 교량 역할을 하는 자리 아닌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사람이 제1 야당 대표를 앉혀 놓고 작심해 준비한 것을 장시간 낭독했다. 누가 봐도 대사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 중국 정부하고 상통한 어떤 목적을 가진 언동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싱 대사의 언행은 외교 관례상 맞지 않고 대사 자체로서 기본 매너가 안 됐다.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알아서 처신하라’는 메시지 아닐까?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의 수뇌부가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즉 비우호적 인물 내지 기피 인물로 선언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 정부에서 싱 대사를 소환하거나 외교관직을 박탈하는 게 타당하다. 중국 정부가 불응할 경우, 한국 정부는 싱 대사의 외교관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면책특권을 박탈하거나 추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너무 극단적이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이사할 수 없는 이웃이기도 하다. 우리는 극단 조치를 피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주성, 정부의 존엄성을 분명히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박 전 장관은 공직 재임 시 활동을 기록한 저서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을 2005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는 1985년 3월 22일 중국 해군 어뢰정이 한국 영해를 침범한 사건이 나온다. 당시 중국은 영해 침공에 대해 사과와 해명의 각서를 보내왔다. 한국 정부도 타이완 망명을 요구하며 어뢰정에서 살인과 난동을 부린 두 명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등 한·중 우호 환경 조성에 정성을 쏟았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으로 이 사건 처리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어뢰정 사건 당시 중국 정부에서 한국을 대한 자세랄까 기조는?

“그 시절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해방 후 한국의 급격한 발전을 존중하면서 겸허하게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 어뢰정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자 덩샤오핑 정부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비밀리에 각서를 보내왔다. 한국 측의 조치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는 지도자가 굉장히 진지한 태도를 보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때의 중국과 지금 중국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에 젖어 오만무례하다. 덩샤오핑 시절과 참 대조적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지금 중국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나?

“1992년 중국과의 수교를 추진하면서 기대한 게 있었다. 당시 중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굉장히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유, 민주, 인권, 평화, 복지 이런 가치 말이다. 하지만 개방되면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는 나라로 바뀌겠거니 기대했다.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 바람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무척 유감스럽다.”

“인류 보편가치 소홀히 하는 중국 미래 안타까워“


▎베이징 거리에 설치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과 ‘중국몽, 인민몽’ 슬로건 홍보물. 박철언 전 장관은 중국이 덩샤오핑 시대의 품위와 미덕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 사진:연합뉴스
입장문에서 ‘중국이 500년 동안 조선에 큰 슬픔을 주고, 6·25 남침 전쟁에 가담해 대한민국에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언급했다.

“우리가 일본에는 36년 식민통치를 당한 것에 대해 줄기차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도 여러 번 이에 대한 사과성 장을 밝혔다. 중국은 어떠한가. 500년 이상 한국을 속국처럼 다뤘다. 왕을 책봉하고 해마다 부녀자를 비롯한 엄청난 조공을 요구한 나라가 중국이다. 6·25 남침 당시에는 북한에 가담해 자유를 지키려는 대한민국에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안겼다. 그런데 중국에 대해서는 사과하라, 배상하라 이런 말을 한마디도 안 한다.”

2017년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진핑 주석이 그런 얘기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시진핑 같은 캐릭터의 지도자가 잘하는 일과 빠져들 수 있는 함정을 짚어본다면?

“중화사상, 중국몽, 동북공정, 이런 것으로 중국을 세계 최강이라고 홍보하면서 중국인들을 뭉치게 하는 데는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미래를 보자면 안타까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큰 꿈은 인류를 위해서 품어야 한다. 중국 같은 국력을 가진 국가의 지도자라면 중국인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해 봉사해야 하지 않겠나.”

그동안 중국을 상대해 온 한국 정부의 자세는 어땠나?

“우리 정부도 수교 후 국가적 자존심과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중국에 할 말은 하고, 지켜야 할 원칙은 지켰어야 했다. 왜 사드가 우리 안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말을 중국에 당당하게 못 했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현실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고, 미국·일본과 연대해서 북한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이슈는 처음에는 갈등으로 증폭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도 이해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싱 대사 발언 이전에도 국내 반중(反中) 정서는 고조됐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관련해 제대로 된 자기주장 같은 게 없었다. 정부가 당당하지 못하니 롯데 등 한국 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큰 피해를 보았다. 중국도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점점 오만방자하게 나오다 보니 싱하이밍 대사의 ‘베팅 발언’ 같은 게 돌출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 마음속에 중국이라는 나라가 좋게 자리 잡을 수 있겠나.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반(反)중국 정서가 엄청 높다. 우리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이런 말을 했다. “히데요시의 침략계획에 대한 중국의 저항과 거의 400년 뒤의 한국전쟁 때 미국에 맞선 중국의 공통점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키신저의 관점이 맞다. 중국에는 중국의 국익이 있는 것이다. 미국 등 연합국이 압록강, 두만강까지 진격하니 중국 자신이 안전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한반도가 친미(親美) 정권으로 통일되면 가뜩이나 국민당 잔당으로 골치 아픈 중국의 안전에 절대 유해하다고 본 것이다. 중국은 중국의 입장, 우리는 우리의 입장이 있다. 우리도 중국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주장할 것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 주한 중국대사가 우리더러 미국에 베팅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중국 정부를 보자. 북한에 베팅하고 있지 않나. 북한은 핵,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엉뚱하게 베팅을 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베팅하는 건 핵과 미사일을 방조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중국이 북핵 위협 제거하면 태평양 진출 용인할 수도”


▎박철언 전 정무장관은 북한을 평화공존 무드로 끌어들이는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국익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려 드는가?

“처음에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였다가 나중에 유소작위(有所作爲,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이뤄낸다)로 바뀌었다. 힘을 키우며 조용히 있겠다는 입장에서 이제 세계의 중요한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식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G1 체제에 도전해 미·중 G2 체제로 가자는 쪽으로 이해된다. 미국에 할 말은 하고 필요하면 투쟁해서 국력을 증진하겠다는 말인데, 동북아에서는 태평양 진출 의지로 표출된다. 미국은 일본-대한민국-대만-호주-인도를 연결하는 ‘C’자형 포위망으로 중국을 제지하고 있다.”

그래서 동북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 같다.

“미국도 힘이 달리다 보니 일본에 군비를 증강하고, 집단 자위권 개념을 확장해 대(對)중국 견제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이는 일본이 호시탐탐 준비했고,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세계가 인류 보편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증진하자면 일국(一國) 패권주의보다는 다원화하는 권력 구조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제 권력정치가 3개 정도의 축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도 중국하고 잘 지내야 한다. 꼭 미국 일변도로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염두에 뒀으면 한다.”

새로운 관점이다. 부연설명을 한다면?

“미국에 대한 채권과 달러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가 중국 아닌가. 중국은 유럽과 아프리카 등에도 영향을 행사하고 있으며, 후발국에 많은 돈을 뿌린다. 제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미국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동아시아에서는 제한적으로 G2 체제를 미국이 인정하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북핵 위협 제거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패키지로 묶자는 얘기인가?

“한·중·일 세 나라가 동북아에서 연대하고, 그걸 미국으로부터 양해를 구하자면 중국이 먼저 변해야 한다. 중국은 늘 조급하다. 예컨대 대만 문제만 해도 평화공존으로 가면 언젠가 대만 주민의 의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시진핑이 조급하게 중국몽을 앞세워 자기 임기 중에 대만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인상이 짙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미국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먼저 중국이 자제하면서 인류 보편의 가치에 지속해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중·일 연대도 가능하다. 지금처럼 오만방자하게 굴면 아시아 지역의 연대는 물 건너간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류의 공동 가치, 공동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자면 세계는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금처럼 세계 권력의 한 축이 되고, 유럽공동체가 또 한 축이 되고, 아시아에서는 한·중·일이 연대해서 아시아적 가치와 이익을 추구하는 그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게 옳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미국을 조용하게 설득하고 치열하게 대화해야 한다. 물론 시진핑 정부와도 담판해야 한다. 사실 한국 입장에서는 확장 억제(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의 억제력을 동맹국에 확장하여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고 불안하다. 차라리 1991년 한국에서 철거한 전술핵을 재배치하든가 아니면 독자적 핵 개발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 이게 안 된다면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양해케 하고, 중국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하겠다.”

“윤 대통령, 미국의 확장억제 넘어서는 비전 가져야”

기존의 한·미·일 정책 기조와 궤를 달리하는 것 같다.

“우리가 미국, 일본과의 연대에만 국한해선 안 된다. 좀 더 크게 미래를 보자. 북한 문제도 그렇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날을 세우는 건 흡수통일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런 접근보다는 평화공존 무드를 공고히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생각해보자. 김정은이 갑자기 유고가 되거나 나라가 무너진다고 해서 북한이 우리에게 흡수될까? 아니다. 만약 김정은이 죽으면 제2의 친중(親中) 정권이 나온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가졌고, 우리는 확장억제에 의존한다. 상대적으로 불안하고, 불리한 건 우리다. 만약 전쟁이라도 나면 남북은 모두 초토화로 간다. 윤석열 대통령도 좀 더 긴 안목에서 민족의 미래를 보고 대(對)북한, 대(對)중국, 대(對)러시아, 대(對)일본 전략을 세웠으면 한다.”

현 정부 외교·안보팀도 기존 접근법이 익숙하지 않을까?

“우리 정부는 그저 친미(親美)로 가거나, 한·미·일이 연대하는 확장억제 같은 얘기만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지켜져 왔는가를 돌이켜보자. 6·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 석방을 지렛대로 미국으로부터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냈다. 이승만은 자기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렇게 베팅해서 안보를 얻었지만, 정전 이후 미국의 미움을 샀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닉슨 미국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하자, 박 대통령은 비밀리에 핵 개발에 들어갔다. 이에 미국이 압력을 넣었고, 박 대통령은 그 반대급부로 한미연합사령부를 받아냈다. 북한이 남침하면 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미국의 사이가 틀어졌다. 박 대통령도 나라를 지키려고 생명을 건 도박을 한 것이다. 이처럼 격동의 시기에는 대통령이 비상한 결의를 해야 한다. 세계정세를 제대로 읽고, 어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윤 대통령도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 시기에 그야말로 잘 대처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중국하고 서로 미워하는 관계로 가선 안 된다. 한국·일본·중국이 다 ‘윈-윈(win-win)’해야 한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7호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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