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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포커스] 기업 문화 개선에 속도 내는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 

사람이 곧 조직의 미래… 취임 5년 만에 임직원수 500명으로 ‘껑충’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인재 블랙홀’ 된 한양증권… 조직 안정성 강화 비결은 ‘소통’
CEO와 모닝 미팅 ‘돌체’ 진행… 셀 단위 조직 구성 돋보여


▎임재택(가운데) 한양증권 사장과 ‘스튜던트 연구원’들이 5월 16일 열린 대학생 싱크탱크 ‘브루킨즈 아카데미’ 1기 발대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양증권
"우리 한양은 참 이상한 증권사입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양에만 오면 성공합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기운이 좋은 증권사가 된 듯합니다. 바라건대 부서의 비전대로 즐겁게 일하면서 최고의 인재들이 선망하는 업계 최강의 팀이 되십시오. 한양증권에서는 그 모든 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이 임직원을 위해 준비한 ‘응원 스피치’ 내용이다. 임 사장이 스피치를 마치자 듣고 있던 부서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양증권의 조직 소통 프로그램 ‘CEO가 보내는 응원가 - 돌체’의 풍경이다.

돌체는 임 사장이 한양증권 임직원을 응원하고자 기획한 조직 소통 신 모델이다. 매일 아침 한 개 부서씩, 모닝커피와 샌드위치를 마주한 채 사장과 감사, 경영지원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이 응원을 전한다. 75개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하루도 쉬지 않아도 장장 5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해 현재진행형이다. 6월 초 기준 총 60여 개 부서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돌체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임 사장은 각 부서의 인원 구성, 업무 현황 등을 분석해 부서의 특성에 맞게 직접 작성한 응원 스피치를 전한다. 그 과정에서 각 부서의 고충을 듣고, 비전을 공유하며, 덕담도 주고받는다. 직원들의 사소한 취미부터 최근에 본 드라마, 각자가 그리는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임 사장 등 경영진이 ‘일일 상담사’로 변신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면 정해진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각 부서에 전하는 CEO의 메시지와 직원들의 참여 후기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돌체(dolce)라는 프로그램 이름은 ‘우아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게 연주하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 음악 기호에서 착안했다. 음악 기호의 뜻처럼 실적에 대한 질책도, 영업에 대한 압박도 없다. 경력직으로 입사해 돌체에 참석한 한 부서장은 “그동안 프로젝트에만 매달리면서 한쪽에 매몰된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었다”며 “한양증권에 입사한 후 맞이한 돌체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가 지닌 끈끈함과 소속감,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재택 사장은 “한양증권에는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유망한 부서들이 많은데, 부서원 한 명 한 명을 CEO가 직접 격려해주면 리더와의 일체감이 형성되고 조직 응집력도 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돌체라는 이름에는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되 우아함, 부드러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그라운드 위에서 플레이해달라는 CEO의 특별한 기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을 50개의 셀(Cell)로 나누고 소통 강화

2018년 취임 이후 2000억원대 자기자본을 5000억원대로 키우며 내실을 다진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이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CEO와의 팀 단위 모닝 미팅 돌체를 비롯해 각 임원이 돌아가며 주재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의 경영 회의 등을 통해서다.

임 사장 취임 이후 한양증권 임직원 수는 기존 200명에서 500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이 곧 조직의 미래’라는 임 사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임 사장은 회사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각 조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임직원과의 소통 강화를 택했다,

임 사장은 최근 10명의 임직원을 하나의 셀(Cell)로 구성하는 이색적인 조직 실험도 단행했다. 500명의 임직원을 50개의 셀에 각각 배치했다. 부서와 직급 등 인위적 조정 없이 랜덤하게 구성했다. 같은 셀에 속한 임직원은 하나의 ‘조직 공동체’로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임 사장은 ‘바다를 끓이려 하지 말라’는 매킨지의 격언에서 조직 실험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닷물 전체를 끓이는 건 불가능하지만, 작은 솥에 조금씩 나눠 끓이는 건 어렵지 않다. 10명 단위의 인포멀 그룹을 통해 응집력과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10명 단위 셀이 진행한 첫째 프로그램은 ‘CEO와의 한 끼 식사’였다.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다. 각 셀에서 별도의 플랜을 구성해 CEO를 초청하는 방식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치유공정’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뜻인 취유공정(炊猶共鼎)에 치유(심력회복)의 의미를 더했다. 임 사장은 “치유공정을 통해 임직원 가슴에 사랑의 마음을 심고, 서로에게 힐링과 축복이 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셀을 조직 경영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자신이 속한 부서 상사와의 수직 소통에 한계를 느끼는 조직 구성원들이 셀을 통해 소통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임 사장의 복안이다.

임 사장은 대학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조직 문화에 반영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학생 싱크탱크 ‘브루킨즈 아카데미’ 1기 구성원 모집을 완료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6명의 대학생이 선발됐다. 대학생들은 6개월간 한양증권의 ‘스튜던트 연구원’ 자격으로 신사업 추진, 비즈니스 전략 등의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한양증권은 외부 전문가 특강, 연구 활동비 지원 등 스튜던트 연구원들을 위한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임 사장은 “한양증권이 짧은 시간에 자본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지도 밖의 행군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라며 “스튜던트 연구원들이 브루킨즈 아카데미를 통해 스스로의 잠재 역량을 깨닫고, 더 큰 재목으로 성장하는 등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7호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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