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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한국판 나무를 심은 사람’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 

“청소년 숲 교육, 건강한 인재 키우는 사회공헌입니다”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숲사랑청소년단’ 이끌며 녹색운동 헌신해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30여 년 동안 1만여 그루 나무 심고 가꿔… 선한 영향력 사회 귀감


▎김명전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은 평생 동안 묵묵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헌신해왔다. ‘한국판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한 젊은이가 프랑스 근처 알프스산맥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풀 한 포기 없는 쓸모 없고 메마른 땅을 보면서 탄식한다. 젊은이는 길을 가다 도토리가 가득 담긴 가방을 메고 쇠지팡이로 땅에 구멍을 내어 도토리를 심고 있던 한 노인을 만난다. “내가 심은 도토리가 싹이 나면 이곳은 아름다운 숲으로 변할 것이네.” 하지만 그 젊은이는 무모하고 쓸데없는 일을 그만두라고 그 노인에게 충고해주었다. 25년 후, 우연히 그곳을 다시 방문한 그는 달라진 주위 환경에 깜짝 놀라게 된다. 죽어 있던 그 땅이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숲이 조성되자 죽었던 땅에 개울물이 흐르고 사람이 살만 해져 마을이 들어섰다. 한 노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죽은 땅이 생명의 땅, 축복의 땅으로 변한 것이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황무지에 수십 년 동안 나무를 심어 풍요로운 마을로 만들어낸 한 노인의 이야기는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김명전(68) 사단법인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은 ‘한국판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김 이사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1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좋은 것은 쌀 한 톨이라도 나누듯 묘목을 사서 이웃들에게 나눠주었다. 김 이사장은 10월 18일 ‘산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1988년 ‘한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시작해 1991년 ‘심어서 푸르게, 가꾸어서 깨끗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을 조직, 지난 32년 동안 77만여 명의 그린 레인저(Green Ranger) 대원을 육성한 공로다. 그가 묵묵히 나무사랑, 숲사랑을 펼쳐온 사연이 궁금했다. 10월 26일 한국숲사랑청소년단이 위치한 서울 홍릉숲 나무병원 5층 건물에서 김 이사장과 마주 앉았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결정적 순간’이란 게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나무 심기를 시작하셨나요?

“제가 1980년대 후반에 언론인으로 KBS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독일에 취재를 갔는데, 그때 느낀 게 ‘여기가 파라다이스구나’(웃음). 독일은 80% 이상 인공조림으로 만든 숲의 나라였어요. 베를린 시내를 취재하는데, 보이는 곳마다 잔디와 숲과 나무더라고요. 주말이면 공원에 시민들이 나와서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숲에서 놀던 토끼가 사람들 사이를 막 들락날락하는데, ‘낙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서울에 가면 나무를 심어야겠다!’ 그래서 귀국해서 ‘한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혼자 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무 심기를 권유했지요.”

묘목 구입해 식목일에 탑골공원에서 나눠 주기도


▎김명전 이사장은 지난 10월 18일 ‘산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 사진:한국숲사랑청소년단
80년대 후반의 서울은 지금과는 공기가 많이 달랐지요?

“아침에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면 하루도 지나기 전에 까맣게 돼버려요. 저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서울에서 살려니 숨이 턱턱 막혔어요. 고향에 갔다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톨게이트 들어올 때 하늘을 보면 시커먼 연기가 돔 모양처럼 떠있어요. 그때는 서울에 매연과 공해가 심각했어요.”

그래서 나무를 많이 심어서 서울을 사람이 살 만한 도시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셨군요.

“내가 심은 이 나무가 커서 그 그늘 아래서 누군가가 시원하게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희망이고 기다림입니다.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오늘이 아닌 미래를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나무가 자라서 그늘을 만들어줄 정도가 되려면 20~30년은 자라야 하거든요. 얼마 전에 워런 버핏의 명언을 찾아봤더니 ‘지금 당신이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다면 그 나무는 누군가가 심어서 자란 나무 밑에 당신이 쉬고 있음을 알라’ 그랬더라고요. 저는 80년대 후반에 벌써 그 생각을 하고 실천한 셈이죠(웃음).”

식목일이면 묘목을 구입해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무료로 나눠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전 국민이 한 그루씩 나무를 심으면 전 국토가 푸르러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1989년에 제가 지인들과 후원자들을 모아 만든 단체가 한그루씩 나무를 심자는 뜻의 ‘한그루 녹색회’입니다. 식목일에는 회원들과 함께 탑골공원 앞에서 묘목을 나눠드렸습니다. 산딸나무, 층층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대추나무 등 각종 과수목과 장미나무를 구매해서 길거리에 이름표를 달아 놔두었어요. 사람들이 와서 가지고 가고 싶은 나무를 서로 달라고 하면, 제가 묘목을 드리면서 ‘빈터 아무데나 심어서 잘 가꿔달라’고 말씀드렸죠.”

묘목을 구입하려면 돈이 제법 들어갔을 텐데요.

“우선 제 월급을 아껴서 사고, 지인들에게 십시일반 걷어서 구매했어요. 4~5년 동안 묘목 나눠주기를 하다 보니 제 부담이 너무 커져서 힘이 들더라고요. 마침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 이후 여러 환경단체들이 생겨났어요. 그때 슬로건이 ‘심어서 푸르게 가꿔서 깨끗하게’였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해봤어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돈을 얼마 정도씩 후원해 달라’고 공문을 발송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지는 못 했습니다. 다만 금호아시아나 직원들이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나와서 묘목 나눠주기 할 때 사람을 지원해 준 일은 있었어요(웃음).”

나무 가꾸기 중요성 깨닫고 숲사랑소년단 조직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희망이고 기다림이다.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오늘이 아닌 미래를 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고 있는 김명전 이사장. / 사진:한국숲사랑청소년단
예나 지금이나 봉사활동은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김 이사장이 KBS 기자로 일하던 그 무렵 연말정산 때 600만원 소득세 감면을 신청하자 감사실에 불려갔다고 한다. ‘정말 600만원을 기부했느냐’며 믿지 않더라고 했다. 자신의 월급이 200만원이 채 안 되던 때였다. 김 이사장이 정산해 보니 그해 한그루 녹색회에 1400만원을 기부했더란다. 너무 힘들어서 ‘얼마 동안 더 할 수 있을까’ 그런 갈등의 순간도 몇 차례 있었다고 했다. ‘몇 사람이 주도해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국민적 참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됐다.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말고 사람도 심고 키우기로 했다. 그래서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운동으로 발전시켜 보기로 했단다.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으로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면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시민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푸른세상]이라는 계간지도 그때 발행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늘어나고 운동이 확산될수록 부담도 커져만 갔다. 그때 기적처럼 구세주가 나타났다. 유한킴벌리가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펼치면서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유한킴벌리 후원을 받으며 그의 나무심기 운동은 안정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IMF 구제금융을 겪으며 정부 산림정책이 나무 심기에서 나무 가꾸기로 변화하면서 김 이사장의 나무심기 운동도 변화를 겪게 된다.

김대중 정부는 숲을 경제림으로 바꾸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나무를 심으면서 동시에 가꾸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었어요. 숲에 간벌을 해주면 나무 부피가 더 커지게 됩니다. 그때 산림청이 주도해서 민·관 합동으로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펼쳐졌어요. 이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이 유한킴벌리입니다. 제가 하는 한그루 녹색회의 활동 여건도 나아졌지요.”

정부 산림정책이 변화하면서 이사장님의 나무 사랑이 숲사랑으로, 한그루 녹색회도 숲사랑소년단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숲사랑소년단은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실천적인 녹색운동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 창립된 순수 민간봉사단체입니다. 산림청 도움을 받아 초·중·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도와달라고 했더니 학교에서 대원을 선발해 보내주더군요. 우리 교육 프로그램이 교육부로부터 인증도 받게 됐지요. 일선 학교에 지도교사를 두고 초·중·고등학생 중심의 학교 동아리 활동 형식으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 후에 교육부가 숲사랑소년단과 한그루 녹색회를 하나의 법인으로 묶어서 지금은 한국숲사랑청소년단(KOREA GREEN RANGER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그루 녹색회는 숲사랑청소년단 내부에 녹색운동을 하는 하나의 작은 조직으로 뒀고요. 2000년대부터는 자연환경 녹색운동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자연환경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숲을 가꾸는 데 참여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우리가 2박3일, 3박4일 동안 전국대회를 하면 700~800명까지 모일 때가 있어요.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팀을 구성하는데, 대개 고등학생이 팀장이 돼요. 중학생, 초등학생과 한 팀을 이뤄서 마치 한 가족 같은 위계가 형성됩니다. 서로 도와가며 활동하다 보면 친해져서 형·동생이 되는 거예요. 제가 숲사랑 청소년단 대원을 육성한 것이 벌써 32년째인데, 그동안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어요. 그래서 청소년 숲 교육은 미래의 건강한 인재를 키우는 사회공헌 활동입니다.”

전국 450개 학교에서 숲사랑청소년단 운영


▎숲사랑청소년단원들과 함께 한 김명전 이사장.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청소년기 인격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 사진:한국숲사랑청소년단
32년 세월이면 그때 중·고등학생은 지금 어른이 되어 한 가정을 일구었겠네요.

“고등학교 3학년생 18살 청소년이 지금 40대 후반이 됐죠(웃음). 한국 숲사랑 청소년 대원으로 배출된 사람이 자그마치 77만 명입니다.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활동한 대원이 있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서울 명문대학 조림학과에 입학했어요. 지금은 명예 홍보대사로서 우리를 돕고 있지요. 전국의 대학에 있는 조림학과, 조경학과, 산림학과, 임학과 등 관련 학과에 진학한 학생도 꽤 됩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면 우리 상근자만으로는 부족해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우리를 돕는데, 숲사랑청소년단 대원 출신들이 많아요. 세월이 흐르면서 재미있는 숲사랑 생태계가 만들어졌지요.”

그가 운영한 숲사랑청소년단에서 활동한 젊은이들은 나무를 심고 가꾸며, 숲과 더불어 사는 행복을 맛봤을 것이다. 숲사랑청소년단 안승호 행정부장에 따르면 전국 450개 학교가 숲사랑청소년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도교사와 학생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학부모까지 함께하는 프로그램, 가족 프로그램으로 다양화됐다. 주로 주말과 일요일을 활용하는데, 대원이 사는 고장에서 하기도 하고 청년단 사무실에 신청하면 숲체험을 하는 기관에 예약해주기도 한다. 서울은 서울숲이나 홍릉숲에서, 경기도는 광릉숲이 자주 활용된다. 산림청에서 만든 숲 체험장이 교육장소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글로벌 숲탐방원정대’를 구성해 사막화 문제가 심각한 몽골을 찾아 묘목을 심기도 했다.

평생을 나무 심기와 숲가꾸기 운동을 해오셨는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심고 가꾸셨는지요?

“제가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족히 1만 그루는 넘을 겁니다. 매년 식목일이면 혼자서 700~800그루를 심기도 했어요. 제가 이사 다니며 살았던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에도 빈틈만 있으면 나무를 심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그걸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아파트 단지에 나무를 심었는데, 아내와 내가 삽으로 흙을 파서 나무를 심으면 아이들이 물통을 들고 와서 물을 주었어요. 그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대학교 갈 때까지 살았습니다. 그 뒤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우리 아이들이 가끔 그 아파트 단지에 갔었다며 제게 얘기해 주더라고요. ‘그때 아빠랑 심었던 나무 있지? 그 은행나무 진짜 장난이 아니야. 한 30m 이상 컸어. 그리고 우리 집 앞에 심었던 층층나무 있잖아. 4층까지 올라갔더라. 그 앞에 다른 나무들도 엄청 자라고 완전히 그 아파트 숲이 됐어’. 그 말을 듣고 제가 참 가슴이 뭉클했어요. 우리 집이 1층이었는데, 자기가 어렸을 때 아빠랑 심은 나무가 4층, 5층까지 자란 것을 보는 그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보세요. 그 아이가 지금 미국 연방정부 산하 인권 기관에서 아시아권 여성 이민자들을 돕는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의 그런 경험이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그런 역할을 맡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 숲 가꾸기’ ‘내 나무 갖기 운동’ 제안


▎숲사랑소년단은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실천적인 녹색운동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 창립된 순수 민간봉사단체로 김명전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 사진:한국숲사랑청소년단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이사장님은 나무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우리나라 숲가꾸기와 녹색환경을 위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들을 내놓으신 것으로 압니다.

“제가 일선 학교에 ‘학교 숲 가꾸기’를 제안한 사람입니다. 어떤 발상에서 했느냐?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것과 비슷해요. 관상수는 관상수대로, 열매가 없는 느티나무나 소나무는 연령만큼 나이대가 형성되면서 쭉 커가잖아요. 그래서 인재를 키우듯이 숲을 가꾸자는 의미로 ‘학교 숲 가꾸기’ 운동을 제안했습니다. ‘내 나무 갖기 운동’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 공터에 나무를 심어서 ‘몇 년 4월 5일에 1회 몇 반 누가 이 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이름표를 붙여놓아요. 이 학생이 6년 동안 나무를 가꾸고 졸업하면 그 나무를 같이 가꾸었던 다른 후배가 뒤를 이어서 나무를 가꿔가자는 운동입니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면 인격 함양에 좋지만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한 사람이 오로지 숨 쉬며 살기 위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어느 정도인지 아세요?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배출하는 평균 이산화탄소(CO2) 량이 22.5kg입니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가 한 달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겨우 0.616kg입니다. 내가 한 달에 뱉어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탄소중립(Net-zero CO2)을 이루려면 40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금 우리 80억 지구인이 오직 생존하기 위해 내뱉는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량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 이제라도 국가와 기업, 개인이 각자 할 수 있는 실천을 일상화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저는 한 사람이 40그루씩 나무를 심자는 운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이번에 훈장 받은 기념으로요(웃음).”

최근에 언론에 기고하신 칼럼을 봤는데,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열대화(boiling)로 간다’라는 내용을 주의 깊게 읽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발생시키는 열의 98%를 바다가 식혀줍니다. 그런데 그 바다가 죽어가고 있어요. 수온이 높아지니까 해초들이 살기 어려워져요. 육지의 숲은 나무이듯이, 바다의 숲은 해초예요. 해초가 죽으면 해초가 발생시키는 산소량이 줄어듭니다. 바다의 숲이 없어지면 결국은 우리가 마시는 물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의 근원은 결국 바다니까요. 물, 공기, 땅, 바다가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라는 얘기입니다. 어느 하나가 고장 나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잘 모르고 있을 뿐이죠.”

녹색운동은 이웃과 미래 살리는 생명운동


▎나무가 숲을 형성하듯 성숙한 사람들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김명전 이사장이 그 생생한 사례다.
근래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럴수록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우리에게 닥친 인류의 위기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손으로 직접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보고 가꾸다 보면 어릴 때부터 느끼는 게 많아지게 되고 자연히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갖게 됩니다. 저는 녹색운동이 무슨 거창한 정치 혁명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녹색운동은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미래를 살리는 생명운동입니다.”

김 이사장은 “인생은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인데, 저는 이 땅에 나무를 남기는 것을 의미 있는 일로 여기고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생명이 가득한 숲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주 작은 씨앗인 겨자씨도 자라면 3~4m 되는 큰 나무가 된다. 이웃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가슴에 사랑이라는 큰 뜻을 품고 사는 사람이다. 김명전 이사장에게는 어릴 적 자랐던 아름다운 시골마을이 그 큰 꿈을 키우게 했을지 모른다. 나무를 심고 가꾸다 보면 그 나무를 심는 사람도 커진다. 김명전 이사장이 그 생생한 사례다.

※ 김명전
■ KBS 기자
■성균관대학교 언론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공보비서관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BS 부사장
■삼정KPMG 부회장, EY한영 부회장
■한국숲사랑청소년단 이사장(1989~현재)
■GOODTV 대표이사(2015~현재)

- 글 나권일 월간중앙 편집장 na.kwonil@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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