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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이트해커의 아버지’ 유준상 KITRI(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BoB(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 출신 이미 세계 최고, 사이버 보안 최강국 꿈 아냐”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4선 국회의원 출신, 헌정회서도 사이버안보특위 위원장 맡아
“멘토-교육생 교류 강화 위해 BoB센터 강남으로 이전해야”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이 11월 8일 월간중앙에 “BoB와 인연을 맺어온 여러 해외 인사들을 초청해 우리 인재들과 연결시키는 ‘사이버 보안 동맹(Cyber Security Alliance)’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이하 키트리) 원장은 ‘화이트해커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부터 ‘사이버 보안 인력 10만 양병설’을 주창해 왔으며,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 ‘BoB(Best of the Best)’를 통한 보안 인력 육성에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11월 8일 서울 금천구 키트리 BoB센터에서 유원장과 ‘사이버 강병론’을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복도가 학생들로 북적인다.

“BoB 교육 과정을 체험하러 온 싱가포르 학생들이다. 그들은 우리 교육생들과 같이 일주일 동안 교육을 받을 거다.”

BoB 1기는 2012년 출범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화이트해커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1세대 해커들을 만나 논의하고, 관련 서적을 읽고 해서 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정책위의장을 찾아가 설명하고 설득했다. 화이트해커 양성의 필요성을 국회의원들에게 이해시키는 게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어떤 반응이었나?

“그분들 중에는 ‘우리도 모르는 분야를 선배님은 어떻게 이리 잘 아십니까’라고 놀라는 반응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내가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다고 의심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자들에게 ‘나는 정치 안 한다. 정말 국가가 필요한 게 이거 아니냐. 나는 사명감을 갖고 하는 거다’라고 말했더니 그제야 의심을 거두더라. 내가 호의호식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면 이 자리를 지금까지 지탱해왔겠나? 여생을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 하는 거다.”

‘10만 사이버 보안 인재 양성’ 주창자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이 11월 8일 서울 금천구 연구원을 찾은 싱가포르 학생들과 BoB 교육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화이트해커 10만 양병설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우리가 정보통신기술(IT) 강국이라고 하지만 보안에 취약점이 많다. IT 보안 전문가에 대한 대우도 좋지 않아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디도스 공격 등 북한의 해킹이 날로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율곡 선생이 국가가 위험할 때 ‘10만 양병설’을 들고나온 것에 착안해 ‘10만 사이버 보안 인재를 양성해야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도 화이트해커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BoB 얘기를 처음 꺼냈다. 윤 대통령도 ‘사이버 보안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사이버 보안 인력 10만 양성이 대통령 인수위원회 어젠다였다.”

윤 대통령의 관심은 어느 정도였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청와대 영빈관에서 ‘청년 화이트해커와의 대화’라는 오찬 자리를 만든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영국을 국빈 방문해서도 사이버 보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윤 대통령이 그 정도로 사이버 보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오찬은 ‘해킹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데프콘(DEFCON) 국제해킹방어대회’에서 1위를 수상한 우리 청년 화이트해커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보보안 업계 관계자들과도 만나 사이버 인재 양성과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우리 화이트해커의 세계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데프콘 대회에서는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올해 데프콘 대회에서도 1위, 2위, 4위, 8위를 휩쓸었다. 과거 2015, 2018년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대통령이 직접 청년 화이트해커와 2시간여 동안 진지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 기세를 이어가야 할 텐데.

“2027년쯤 되면 우리나라 정보 산업 시장 규모가 5위까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이 앞장서 세계 네트워킹을 강화해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 사명감과 애국심을 가진 우수한 사이버 보안 인력을 꾸준히 양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심정이다.”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현재 BoB센터 위치는 멘토가 찾아오기에 접근성이 좋지 않다. 사이버 보안 인력은 보통 직장이 강남 쪽에 몰려 있다. 이들이 본업을 제쳐두고 여기까지 오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래서 센터를 강남, 마포 등지로 이전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예산이 부족하다면 한강에 가건물이라도 지어줬으면 한다.”

‘사이버 영토’도 헌법 조항에 넣어야

센터 접근성이 왜 중요한가?

“화이트해커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멘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생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멘토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정보보안 기술과 노하우가 교육생에게 전수돼야 한다. 그런데 멘토들 직장에서 센터까지 이동하려면 1시간 넘게 걸린다. 그러니 센터를 멘토들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야 교육생이 멘토로 성장했을 때 선순환 구조가 극대화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교육생들도 여기서 먹고 자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런데 교육생을 수용할 기숙사가 없어서 대학교 기숙사를 빌려 훈련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이어서 개선되길 바란다.”

전남 보성 출생인 유 원장은 광주고, 고려대 경제학 학사, 같은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경제학 석사, 건국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제11·12·13·14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현재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사이버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4선 의원 출신으로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이 바보들아 문제는 정치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야 할지, 정치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상상하면서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앞으로 AI가 세상을 지배할 날이 올 것이다. 이럴 때 잘 대비해야 AI와 우리가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 것 아닌가. 물론 미래 청년세대가 주축이 돼 AI 시대를 이끌어가겠지만, 정치인들도 이해하고 있어야 그들을 지원할 수 있다. 정치인도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상식 수준의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도태된다.”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일은?

“11월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사이버 영토 마라톤 대회’를 연다. 아마 1만 명 이상이 대회에 참가할 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3만~4만 명을 채울 수 있는 국제 마라톤 대회로 키울 생각이다. 국제 마라톤 대회를 기획하는 이유는 그동안 BoB와 인연을 맺어온 여러 해외 인사들을 초청해 우리 인재들과 연결시키는 ‘사이버 보안 동맹(Cyber Security Alliance)’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여러 매체에서 헌법 개정의 필요성도 주장해왔다.

“헌법 3조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다’를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부속 도서 및 사이버 영토로 한다’로 개정하는 게 내 꿈이다. 이게 이뤄지면 사이버 영토를 헌법에 넣는 세계 최초의 국가로서 사이버 중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윤 대통령에게 이 얘기를 전달했고, 양당 지도부에도 매일 강조하고 있다.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사이버 영토는 헌법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하루빨리 행동에 옮겨야 한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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