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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 갈등 고조되자…이재명 “여론 수렴하겠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대의원 투표 폐지·공천 룰 변경에 비명계 반발
민주당에 폭탄 던진 혁신위…계파 갈등 고조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혁신안을 놓고 당내 논쟁이 벌어진 데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여론 수렴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혁신안의 골자인 대의원 투표 비중 삭제와 공천 감점 강화 안건에 대한 비명계의 비판이 확산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의원제 (무력화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변화에 대해선 여러 가지 논쟁이 있기 마련”이라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여론 수렴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혁신위 관련해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어디서 반발하더냐”고 묻기도 했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 1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권리당원 1인 1표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권리당원 40%·대의원 30%·여론조사 25%·일반당원 5%)에서 대의원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및 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이자는 게 핵심이다.

전국대의원의 경우 지역위원회 권리당원 총회에서 직접 선출하는 대의원 직선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지역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연례 권리당원 총회를 개최하여 권리당원과 함께 당 활동을 평가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역할을 규정했다.

혁신위는 내년 총선 경선에서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에 대한 공천 감점을 강화하는 ‘공천 룰’ 혁신안도 발표했다. 현재 하위 20%에게 경선 득표의 20% 감산을 적용하는 규정을 하위 10%까지는 40%, 10~20%는 30%, 20~30%는 20%를 감산하자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탈당이나 경선 불복자에 대한 감산은 현행 25%에서 50%까지 상향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내년 공천 규칙 혁신안도 제시했다. 현역 의원 평가에도 ‘공직윤리’ 항목을 신설해 공직자윤리법·이해충돌방지법·부정청탁금지법 등의 공직윤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천 배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재산신고의무 불이행·투기성 자산운용·이해충돌 등 공직윤리 위반 의혹으로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혁신위는 설명했다.

혁신위는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정책 최고위원’ 배정 ▲‘정책대변인’ 직제 신설 ▲정책위 내 '정책대안수립위원회' 설치 ▲18개 정부 부처별 '책임국회의원'을 한 명씩 두는 예비내각(쉐도우캐비넷) 구성 ▲책임국회의원 협의체의 주 1회 정례 브리핑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초저출생·초고령화, 기후 문제 등을 미래 특별의제로 지정하고 전체 국회의원 후보의 20%를 미래 대표성을 갖춘 인물로 구성할 것, 당 사무처 당직자 인원 제한 해제 등도 혁신안에 포함됐다.

그동안 혁신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국회의원 공천 시 페널티 적용’은 최종안에는 빠졌다. 다만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현역 다선 의원들에겐 용퇴를, 출마를 고심 중인 원외 중진들을 향해선 불출마 결단을 압박했다. 그는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시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정치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서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0일 출범한 혁신위는 이날 3차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51일 동안의 활동을 종료했다. 당초 혁신위는 9월까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설화와 가정사 논란 등이 겹치면서 조기에 활동을 마무리했다.

혁신위 발표 직후 당내 지도부끼리 충돌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의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혁신위의 발표 직후 당내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지도부에서 곧바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후폭풍이 일었다. 대의원 투표 비중 삭제와 공천 감점 강화 안건이 쟁점이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대의원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안”이라며 “총선에는 적용 사항이 없고, 오로지 지도부 선출에만 적용되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이런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은숙 최고위원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든다는 점이라는 걸 자각했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단체나 조직을 혁신할 때 반대하고 저항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혁신의 과정은 혼란스러워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민주당의 시스템과 운영은 민주당 이념과 철학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돼야 한다”고 했다.

당내 의원 모임도 잇따라 혁신안을 놓고 목소리를 냈다. 비명계가 주축인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역시 성명서를 내고 “대의원제 자체를 무력화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고, 당 내 가장 많은 의원이 소속된 ‘더좋은미래’도 대의원제 폐지와 관련해 “국민적 관심 사안도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혁신의 핵심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혁신안은 오는 28~29일 의원 워크숍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비명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오는 16일 예정된 당 의원총회가 성토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shineto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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