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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정치평론가 10명에 물었다, ‘포스트 이재명’은 누구? 

민주당, 비대위 체제 유력… 이낙연·김부겸·김두관 물망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민주당, 계파 막론하고 당 대표 유고 상황 대비한 ‘플랜B’ 마련 부심
“비대위 전환 길목서 총선 공천권 놓고 친명 vs 비명 전쟁 벌어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9월 9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했다. 사법 리스크에 따른 계파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정당 지지율마저 20%대로 추락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진 형국이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전망이 높아지면서 ‘이재명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1년 전 77.7%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대표직에 올랐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에 따른 계파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정당 지지율마저 20%대로 추락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진 형국이다. 분위기 반전 차원에서 당내 혁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대의원제 폐지 등 당내 주류인 친명계의 편을 들어준 뒤 해산하면서 갈등의 골만 더 키웠다.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도 기대만큼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단식 투쟁의 명분으로 정부·여당이 민생 파탄을 내세웠지만 검찰 소환과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염두에 둔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거세지는 비명계의 퇴진 요구에 맞서 내년 4월 총선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만에 하나 영장이 발부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옥중 공천’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구속되면 대표직 사퇴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재건할 후임은 누가 맡게 될까? 월간중앙은 국내 정치평론가 10명에게 ‘포스트 이재명’을 물었다. 이 대표의 유고를 전제로 하는 조사여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한 만큼 다중 응답도 수용했다. 이에 세 번 이상 거론된 후보를 종합한 결과 내년 4월 총선을 이끌어갈 당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4표)와 김두관 의원(3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3표)가 대표적으로 언급됐다. 총선 이후 대권 레이스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4표)가 당을 이끌 적임자라는 전망이 많았다.

계파색 옅은 김두관·김부겸, 비대위원장으로는 무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의 리더십이 붕괴할 경우 내년 총선의 지휘자로 그나마 준비된 인물’이라는 현실론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 사진:연합뉴스
정치평론가 다수는 이 대표가 사퇴할 경우 전당대회 개최보다는 비대위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친명계는 이 대표가 발탁한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울 수 있고, 비명계도 최고위원이 동반 총사퇴해 비대위로 전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우선 정치평론가들은 친명계에서 비대위원장이 나올 시 원내에서는 김두관 의원을 높게 봤다. 무엇보다 계파색이 옅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갈등 국면을 봉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을 지목한 박상병 평론가는 “김두관 의원은 친명과 비명 어느 쪽에서도 반대할 사람이 아니다. 거기다가 내년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PK 출신이다. 스토리도 나쁘지 않다. 시골 이장에서 시작해 군수를 거쳐 경남지사, 국회의원직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현재 구도에서는 양쪽의 대립을 상징하는 인물은 절대 안 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중도 성향을 보이는 김두관 의원이 올라갈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두관 의원이 욕심을 낼 것 같다. 만일 비대위로 간다면 이 대표가 자리를 물려줄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원외 중진으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꼽는 이들이 많았다. 김 총리 또한 중도 확장 문제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휘 교수는 “이 대표는 본인이 핸들링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할 것이다. 원외로 치면 김부겸 전 총리가 적임자다. 친문 쪽에서도 평이 좋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차기 당대표는 대선 후보급 인사가 아니라 정치 경험이 풍부한 중량감 있는 원로급 인사가 적당하다”면서 “안정감, 개혁성, 중도층 견인이 가능한 이미지로는 김부겸 전 총리가 적당하다”고 바라봤다. 반면 최창렬 교수는 “민주당으로선 합리적인 대안이겠지만 김부겸 전 총리가 고사할 것”이라며 “실익이 없다. 어차피 대권에 나갈 수도 없고 총선에서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 인물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정치평론가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귀국 후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제 책임도 있는 것 잘 안다. 제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당권 재도전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현안이 있을 때마다 비판 발언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의 리더십이 붕괴할 경우 내년 총선의 지휘자로 그나마 준비된 인물’이라는 현실론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이 3년 남짓이나 남은 시점에 벌써부터 대권후보로서의 활동을 재개했다. 거기다 비명계로 불리는 친문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최창렬 교수도 “이낙연 전 대표는 극단적이거나 치우친 발언들은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도층에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 전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일할 때도 당시 정무적 판단에 의해 쓴소리를 곧잘 했다. 가장 무난한 인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낙연 전 대표가 연령대가 높긴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에 결핍돼 있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인물로 연륜과 경험이 가장 부각되는 후보”라면서도 “단점은 올드하고 유권자들에 대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 거기다 지난 경선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제한적이다”라고 바라봤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과열돼 제로섬 게임으로 치러질 경우 이낙연계를 주축으로 한 분당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친명계에서 대의원제 폐지 등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당 개편 작업에 나섰기 때문에 이낙연계가 이낙연 전 대표를 내세우든 얼굴마담을 내세우든 친문 세력을 품고 분당할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선거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만일 이낙연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면 이재명 대표가 물러날 생각을 안 할 것이다. 경선 때의 싸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여전히 존재감… 분당 사태 일어날 수도


▎계파색이 옅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내부 갈등을 봉합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인 ‘초금회(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의 금요일 모임)’가 누구를 포스트 이재명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관심사다. 이들은 ‘친문의 정치 세력화’를 부인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의원들이 모이는 것은 민주당의 진로와 연관 지어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런 점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배종찬 소장은 “친문 쪽에서 뭔가 신선하면서도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김 전 지사라고 봐야 한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이어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문제는 드루킹 사태라는 법적인 구멍이 있고, MZ세대와 수도권에 어필할 수 있는 확장성은 뒤떨어지는 게 맹점”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이종훈 평론가는 “김 전 지사는 아직 살아있는 카드다. 드루킹 사태가 약점일 수 있지만 이미 법적으로 끝난 사안”이라고 했다.

한편 유재일 평론가는 민주당에서 혁신의 바람이 불 경우 김해영 의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민주당은 아웃사이더가 구심점 역할을 할 때 가장 힘을 낸다. 예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이기고 바람을 일으켰을 때가 그렇다. 현재 민주당에선 40대인 김해영 의원이 개혁 세력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 특히 당이 처한 도덕성의 위기를 고려하면 신언서판을 갖춘 그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총선 이후 대권 가도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차기 대표로 많이 언급했다. 특히 김 지사는 총선 이후 야권의 새판짜기가 진행될 경우 당 쇄신 차원에서 추대될 공산이 크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이 대표와 단일화를 한 만큼 계파 갈등 구도에서도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아울러 이재명 지도부는 그동안 사법 리스크나 강성 일변도 대여 정책 등으로 외연 확장의 한계를 드러냈는데, 김 지사의 중도적 이미지는 그런 약한 고리를 보완할 수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배종찬 소장은 “김동연 지사는 민주당 기반 외에도 추가로 넓힐 수 있는 중도 성향의 확장성이 있다. 또한 ‘민주당 리스크’라고 할 수 있는 도덕적인 걸림돌이 없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의혹이 될 만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흙수저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엘리트 관료가 즐비한 기획재정부를 거쳐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입지전적인 이력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김 지사와 2년간 근무한 이상휘 교수는 “김동연 지사는 내년 총선 체제에서는 얻을 게 없다”면서 “대권 주자라면 상당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B정부 시절 김 지사가 예산실장을 했는데 수많은 국회의원의 민원을 잡음 하나 없이 처리해 정평이 났던 거로 기억한다. 또 특정 사안에 대해 공과 사에 대한 부분이 명확한 데다, 자기신념이 강해 누구에게 위축되거나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총선 이후 대권 주자로는 김동연 많이 언급

장성철 평론가도 “김 지사가 현실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통이며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신율 교수는 “경쟁력이 충분한 사람이다.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출 사람은 지금 민주당에서 김 지사가 유일하다”고 바라봤다.

반면 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당내 세력이 없는 것은 약점으로 꼽혔다. 아울러 대권 잠룡으로 인식되는 반면 여론전에 취약해 존재감이 옅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배종찬 소장은 “아무래도 민주당의 최대 주주 격인 호남 기반이 없는 데다가 민주당 지지층들을 결집할 만한 결집도가 좀 낮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소장도 “경기도지사로서 성과와 주목을 받는 게 선결과제”라며 “대중을 선동하는 성향의 리더십이 아닌 만큼 절대적인 지지층이 부재하다. 또한 정치인으로서 다소 무미건조해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성품은 아니어서 이런 면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후보 중 한 명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진보 진영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홍성걸 평론가는 “성격이 너무 여리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고 관료를 했던 사람으로서는 절대 정치판의 진흙탕 싸움을 견딜 수가 없다”며 대권 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현재는 시기적으로 김 지사가 나설 때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사직을 수행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으로 당권 도전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친명과 비명 간 계파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봐야 자칫 대권을 그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휘 교수는 “김동연 지사는 내년 총선이라는 과도기적 상황은 건너뛰고, 이낙연 전 대표 반대쪽 세력으로부터 대안이 될 때 등장해야 한다. 그 시점은 본인에 대한 옹립 세력이 모여서 당권이 넘어올 때다. 김동연 지사도 계속해서 물길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그게 어디쯤에 고일지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월간중앙 자문에 응한 정치전문가 10명(가나다순) - 학계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휘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연구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정치평론가 박상병, 유재일, 이종훈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10호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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