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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홍재우 인제대 교수가 말하는 부·울·경 메가시티 

“다음 세대에게 복수의 선택권 주고자 했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울산-부산-창원-진주 라인의 도시 연담화에 초점”

▎홍재우 인제대 교수. 문재인 정부 시절 경남도지사와 함께 메가시티의 얼개를 짰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는 행정통합보다는 지자체 간 협력 체계 구축에 방점을 둔 플랜이다. 현재 정치권 핫이슈로 등장한 메가시티 방향성에 하나의 참고점을 제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남연구원장을 지낸 홍재우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와 함께 메가시티의 얼개를 짰다. 홍 교수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다음 세대에 선택권을 주는 문제”라고 말했다.

왜 부·울·경 인가?

“지금은 수도권에 과도한 힘이 쏠려 있다. 이걸 분산할 축이 필요했고 그걸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이 인구 800만 정도의 부·울·경 동남권이었다. 부·울·경은 한때 모두 경남도였기도 하고, 산업·문화적으로 오래 연결돼 있었다. 광역 단위로 분리되고 나서는 지역 간 이동이나 협력에 필요한 물리적·제도적 여건이 많이 미비했다. 교통만 해도 수도권 전철망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미흡하고 불편하다. 뭔가를 도모하자면 단단한 네트워크가 필요했고, 공동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행정통합과는 결이 다른 메가시티 논의였던 것 같은데.

“단번에 통합으로 가기에는 정치적·행정적 문제도 있었다. 더 연습하고 효과를 높이고 문제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당장은 동남권이 사회·경제·문화적으로 규모의 경제, 시너지 효과를 내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부·울·경이 권한을 나누면서 협력하는 특별지방자치 단체를 먼저 출범시켰다, 이게 나중에 행정통합으로 간다면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통합을 우회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행정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행정통합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진짜 필요하고 적절한 상황이 오면 행정통합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통합을 해서 단일한 행정적 경계 안에 다 포함돼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산을 거대 메가시티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울산-부산-창원-진주 라인의 도시를 연담화(連擔化)하는데 목표가 있었다”

부·울·경 메가시티에는 어떤 야망이 있었나?

“개인적으로는 부·울·경 메가시티로 다음 세대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서울, 수도권으로 몰려가 죽자고 경쟁하는 선택밖에 없지 않나.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다른 유형의 라이프 스타일은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뉴욕의 삶과 샌프란시스코의 삶이 다르듯, 한국의 젊은이들도 서울과는 결이 다른 부·울·경에 머무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부·울·경 메가시티와 같은 토털 패키지 말이다. 나아가 부·울·경에 힘이 모이면 일본의 규슈지방, 즉 나가사키, 후쿠오카 등을 묶는 경제권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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