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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자치단체장] 충북을 ‘세계의 중심’으로… 김영환 지사 뚝심 빛났다 

충북을 ‘세계의 중심’으로… 김영환 지사 뚝심 빛났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비결은 출산육아수당 1000만원 지원 등 파격 출산장려 정책
“근로 유학생 통해 일손 부족과 지방대 소멸 위기 동시 극복할 것”


▎김영환 충북지사가 10월 23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버려지는 끝물 고추로 만든 ‘못난이’ 브랜드 농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충청북도청
김영환(68) 충청북도지사가 충북 미래 100년을 이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4선 국회의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지낸 그는 지난해 7월 충북지사 취임 이후 1년 반도 지나지 않아 출생 증가율 전국 1위, 투자 유치 37조원 달성, K-바이오 스퀘어 조성 정부 계획 반영 등의 성과를 거뒀다.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 도심 통과 확정, 2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바이오의약품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등의 결실도 이뤘다. 김 지사는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더 나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도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가장 큰 성과는 ‘중심에 서다’라는 새 이름을 찾은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우리 충북만 가질 수 있는 이름인 중(中)과 심(心)을 합쳐 충(忠)북을 이룬다는 우리 도 고유 정체성을 잘 표현한 이름이다. ‘대한민국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겠다는 충북의 비전과 ‘모든 분야의 중심’으로 우뚝 서겠다는 충북의 목표를 잘 제시했다는 평가가 많다.”

핵심 공약으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충북의 소중한 자원들의 가치를 재인식·재발견하는 과정이다. 특히 기존 자원을 보존하고, 나아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가미해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산업을 구축하는 업사이클링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 실현을 위해 레이크파크, 마운틴파크, 시티파크 3개 분야로 체계화해 진행 중이다. 향후 청주 원도심 근대문화유산을 연계한 도보 관광벨트도 완성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 시행한 ‘의료비 후불제’

세계 최초로 ‘의료비 후불제’를 시행했다. 어떤 사업인가?

“2021년 기준 한국 평균 건강보험보장률이 64.5%다. 의료비 후불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취약계층에게 의료비를 무이자 장기 분할상환 형식으로 융자 지원하는 ‘충북형 신개념 의료복지 제도’다. 1회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원금은 최대 36개월에 걸쳐 상환하면 되고 대출이자는 도가 부담한다. 10월 30일 기준 387명의 도민이 의료비 후불제를 신청했다. 특히 융자금 상환의 경우 당초 걱정과 달리 단 1명만 미납하면서 99.7%의 높은 상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생각한다.”

전국 최초로 ‘스마트응급의료서비스’ 사업도 시작했다.

“구급대원과 119상황실, 병원이 응급환자 상태 등의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 등 수도권 내 대도시와 지방의 의료 격차가 심각하듯, 도내에서도 청주시에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집중되면서 다른 시·군과 의료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접근이 용이한 부분부터 풀어나갈 계획이다. 먼저 필수의료 확충을 통한 의료사각지대 개선에 힘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군 단위 응급실에 공중보건의사를 우선 배치하고, 전담 인력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도민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소아청소년과 진료과목이 전혀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의료원과 연계한 순회 진료 사업도 새롭게 시작했다. 취약지역 산부인과 진료 지원도 기존 4개소에서 5개소로 확대했다. 내년부터는 단양군보건의료원, 충주의료원 심뇌혈관센터, 음성국립소방병원, 충주 충북대병원 등 여러 공공의료 인프라도 구축될 예정이다.”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따라 충북에서도 지역 내 의대생 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강원, 광주, 전북, 대전과 비교했을 때 충북 의대 정원은 최대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정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침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발맞춰 충북지역 의대 정원을 221명 이상 증원하고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의대 졸업 후 의료 인력의 지역 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도 도입도 건의할 예정이다.”

그간 제정을 추진해 온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뭔가?

“한국 경제는 바다와 항구, 해안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해 왔다. 그로 인해 내륙지역은 각종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면서 점차 낙후되고 소멸할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이러한 국토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내륙지역을 강화해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특별법 입법을 추진해왔다. 남은 법사위와 본회의 단계에서도 민·관·정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연내 제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청주국제공항에 민간 전용 활주로를 만들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청주공항은 중부권 거점공항이다. 충청권, 경기남부권 등의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중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약 320만 명이 공항을 이용했고, 올해는 9월까지만 263만 명이 활용했다. 또 국내 항공화물의 99% 이상이 인천공항에 집중된 상황으로, 국가 산업 발전과 수출 증진을 위해서도 수도권에 근접한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청주공항은 민·군 복합공항이라 활주로 1개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군은 F-35A 40기를 이미 배치했고, 2028년까지 20기를 추가 배치하려는 수순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 45년 동안 군 공항 피해를 감내한 도민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없다. 앞으로 민간 전용 활주로 확보를 위해 도민과 함께 전력을 다할 것이다.”

도시 유휴인력, ‘도시농부’로 육성


▎김영환 충북지사가 10월 28일 ‘K-막걸리 & 못난이 김치 축제장’에서 우박 피해를 입은 충북 사과를 판매하고 있다. / 사진:충청북도청
충북은 올해 상반기 출생아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비결이 궁금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충북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 년 동기 대비 출생아 증가율이 2.9%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출생아가 증가한 곳은 충북이 유일하다. 반도체·바이오·배터리 등 첨단기업이 다수 포진한 지리적 이점과 출산육아수당 등 파격적 출산장려정책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출산육아수당은 민선 8기 대표 공약사업이다. 지난 5월부터, 올해 이후 태어난 도내 모든 출생아에게 10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인구 전담부서 신설, 인구위기대응 TF 구성 등을 통해 결혼·임신·출산 등 저출생 대응 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출생아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농촌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기른 농산물을 수확하지 못하는 일마저 생긴다고 들었다.

“충북도는 이와 관련해 도시의 유휴인력을 도시농부로 육성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업 현장에 투입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전국 최초로 추진한 도·농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농촌 일손 부족과 도시 일자리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도시농부를 신청하면 농업·농촌에 대한 소양교육 이수 뒤 자격이 주어져, 바로 영농현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일손이 필요한 농가·농업법인의 채소·과수·버섯 등 농산물 생산·가공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도시농부는 단 4시간 작업으로 고된 육체적 노동에서 해방되고, 농가는 외국인 노동자에 비해 숙련된 노동 인력을 농민 부담 3만6000원의 적은 인건비로 제공받는 중이다.”

귀농·귀촌 인구를 사로잡을 묘안은 없나?

“‘충북인구 200만 달성’을 도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귀농·귀촌을 통한 인구 증가다. 귀농·귀촌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시설과 일자리, 교육, 원주민과의 융화라고 생각한다. 농촌에 방치된 빈집과 폐교 등을 귀농·귀촌인을 위한 주거·체류·교육 시설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어울릴 수 있는 융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마을 이장이 귀농·귀촌인을 집중 케어할 수 있도록 멘토링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청년 귀농·귀촌 유입 확대를 위해 ‘귀촌인 청년 창업활동 지원’, ‘취농 인턴십 지원’ 등 신규 사업도 구상 중이다.”

근로 유학생 1만 명을 유치해 일손 부족 문제와 지방대 소멸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1만 근로유학생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도시농부에서 착안해 한 단계 진화한 새로운 정책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유학생들이 학업과 근로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로 공간과 교육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유학생들의 도내 정착을 유도해 지방대 및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이다. 먼저 도립대를 거점으로 제도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향후 사업을 도내 17개 대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근로 유학생은 도시농부 사업 등을 병행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학업 수행에 무리 없는 주25시간 이내 근로 활동으로, 일손이 부족한 기업과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 톡톡히 기여할 것이다.”

충북은 이른바 김치 의병운동으로도 불리는 ‘못난이 김치’로 유명하다.

“지난해 배추 가격 폭락으로 판로를 찾지 못해 밭에 버려진 배추 재배 농가의 소득 보장과 농업 경영 안정화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배추 가격 급등락과 상관없이 농가와 제조업체, 판매업체 간 계약재배와 직거래를 통해 못난이 김치를 연중 생산·공급할 수 있다. 농가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참여 업체는 공장 가동률 증대를 통한 경영 안정화 사업으로 발전한 상태다. 못난이 김치는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560여 개 외식업소를 대상으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외식업소 50~60%가 수입산 김치를 쓰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못난이 김치를 통해 수입산 김치 확산 저지와 우리 농산물 보호를 위한 김치 의병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못난이 농산물’ 사업 적극 확대”

못난이 사과 등 다른 농산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 감자와 고구마 등 다양한 농산물을 통해 ‘못난이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농업인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가성비 좋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서로에게 이익이어서 시장에서 반응이 뜨겁다. 충북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엔 끝물 고추를 활용한 장아찌, 다진 양념, 부각, 고구마순, 단풍깻잎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등 못난이 농산물의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영상자서전 제작’ 사업은 도민들에게 인기라고 들었다.

“충북을 단숨에 문화 강도(强道)로 도약시킬 사업이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이 살아온 인생을 기록문화유산으로 전승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진솔한 인생기록을 약 10분 분량 영상 콘텐트로 제작해 ‘충북영상자서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시·군 노인복지관, 평생학습관에 신청하면 도민 누구나 무료로 영상을 촬영하고 보존할 수 있다. 영상전문가가 아닌 손자·손녀가 조부모를 촬영하고, 자녀가 부모 삶을 기록하고, 이웃이 서로를 찍어 올리는 전 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중이다. 디지털 영상자서전이 한국을 넘어 세계 기록 문화의 혁신 사례가 되고, 영상 콘텐트·이야기 플랫폼의 효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면.

“충북은 지금까지 산업, 경제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면서 양적 발전을 이룩해왔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자족하고 안주한다면 충북의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충청북도의 무궁한 발전을 소망하는 도민 여러분의 염원이 저를 도지사로 뽑아주셨다고 생각한다. 민선 8기 충북도정이 시도하는 수많은 변화와 개혁이 동력을 잃지 않고, 속도감 있게 추진돼 충북의 번영을 이끄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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