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화제 자치단체장] 우범기 전주시장의 ‘다시 잘사는 전주’ 만들기 

“일자리와 관광, 양 날개로 전주의 영광 되찾을 것”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경제산업 비전 2030’ 내걸고 종합경기장 부지 개발 착수, 완주군과 통합 작업도 추진
‘왕의궁원 프로젝트’ 등 관광 콘텐트 발굴에 총력… 아중호수 관광 케이블카 설치 병행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방소멸의 시대’에 전주의 생존을 넘어 번영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 사진:전주시
우범기 전주시장은 정계 입문 아홉 달 만에 전주시장으로 당선됐다. 두 차례(광주광역시 경제부시장, 전라북도 정무부지사)에 걸쳐 호남 지역 ‘경제 사령탑’을 맡은 역량을 전주 시민들이 인정해준 덕분이다. 전주 해성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우 시장은 행정고시로 등용된 기재부 경제관료 출신이다. 실제 우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개발과 규제 완화 깃발을 내걸었다. 그리고 2022년 6월 1일, 우 시장은 전라북도 최대 도시인 전주의 제40대 수장으로 선출됐다. 정책이 가장 세게 탄력받을 수 있는 취임 초기의 성과와 과제에 관해 우 시장은 어떻게 자평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규제 완화에 기반한 전주 개조 프로젝트


▎전주시는 세계적 관광 명소인 한옥마을을 품고 있다. 향후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다양하고 촘촘하게 관광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 사진:전주시
2022년 7월 1일 취임 후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본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전주를 만들기 위해 계속 바쁘게 달려왔다. 산업·관광 등 다양한 면에서 전주의 해묵은 숙제를 풀 기반을 착실히 다지는 시간이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20~30년 후를 내다보고 천 년 전주의 위상을 되찾아가겠다.”

시정을 운영하며 어디에 중점을 뒀나?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 왕조의 본원이며 호남부터 제주도까지 관할한 전라감영이 위치한 조선시대 3대 도시 중 하나였다. 그랬던 전주의 위상이 내려가게 된 것은 산업화에 뒤처져 경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강한 경제력이 있어야 지역에 힘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야 청년들이 모여든다. 강한 경제는 행정의 힘만으로 만들 수 없다. 행정은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민간 투자를 마중물 삼아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이다. 전주는 지금까지 지나치게 보존과 안정에 치우쳐 있었다. 전주가 가진 문화·역사·예술·관광 등 매력 자산을 활용해 산업화하고, 강한 경제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어 가겠다.”

전주의 숙원이던 종합경기장 개발에 빠르게 착수했다.

“종합경기장 부지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시컨벤션산업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점점 대형화·국제화·전문화되는 산업 트렌드에 맞춰 대폭 확대된 규모의 컨벤션센터와 그에 걸맞은 5성급 이상 고급호텔, 백화점 등 인프라를 조성하려 한다. 전주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재탄생시켜 ‘100만 광역도시’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사업 진행을 보면, 올해 2월 종합경기장 부지 내 야구장 철거에 착수했다. 육상경기장 또한 내년 철거공사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이전 건립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7월 ‘전주시 경제산업 비전 2030’을 선언했다.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역이 힘을 길러 ‘진정한 지방화’를 이뤄야 한다. 스스로 강해져 내부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우선 산업단지 내 유휴부지를 기업이 새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도시의 틀을 바꿀 계획이다. 아울러 탄소산업 생태계 활성화, 수소저장용기 특화도시 조성 등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을 발굴해 전주의 미래를 앞당길 것이다. 또한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맞춤형 지원을 통해 사람이 모이는 활기찬 ‘전주의 기적’을 이뤄내도록 하겠다.”

전주가 광역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완주군과의 통합이 절실하다.

“완주·전주 통합은 일제강점기에 강제 분리된 행정구역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통합을 통해 광역도시로 가는 기반을 다져 두 지역이 함께 살아나고, 전북특별자치도의 큰 축이 돼 전북 발전에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 본다. 완주·전주 통합을 위해선 양 지역이 같은 생활권이고 뿌리가 하나였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지난 통합 추진 과정의 실패를 거울삼아 두 지역이 함께 상생·발전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전북도, 완주군과 상생협력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경제·관광·교통·문화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공덕세천 정비, 공공급식분야 농산물 상호공급 확대, 도서관 문화 협력, 전주풍남학사 입사생 자격 완주군민 확대 등을 추진했다.”

“한옥마을 이상의 관광 자원 제공할 것”


▎전주시의 야심작인 왕의궁원 프로젝트. 향후 20년간 1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 사진:전주시
전주의 주력인 관광산업에도 변화가 목격된다. 관광산업의 방향은?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한옥마을이 있다. 올해 한옥마을 방문자가 15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을 떠나서 전주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부족하다. 관광객들이 당일치기로 한옥마을만 둘러보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1박 이상 머물면서 전주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도시로 발돋움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우시장은 ‘왕의궁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구도심과 아중호수, 건지산, 덕진공원 등에 산재한 역사·문화·관광자원을 활성화시켜서 차별화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한옥마을에 국한된 관광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전주 각지의 관광자원 개발을 꾀하고 있다. 도심 속 친수공간인 덕진공원과 아중호수를 관광명소로 재창조해 중부권·동부권 관광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호남제일문을 포함한 월드컵경기장 일원을 복합스포츠타운으로 조성해 북부권까지 관광권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주를 찾는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전주역을 전주의 얼굴에 걸맞은 모습으로 새롭게 바꿀 계획이다. 아울러 다양한 야간관광 콘텐트 사업을 추진해 낮과 밤이 각기 다른, 매력 넘치는 전주를 기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왕의궁원 프로젝트’가 가장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

“‘왕의궁원 프로젝트’는 향후 20년 동안 1조5000억원을 투입해 후백제부터 조선 왕조까지 전주 곳곳에 자리한 유·무형 역사문화 자원을 하나로 엮어 관광적 가치를 높이고, 현대적 의미로 재창조해 관광지대를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구도심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는 ‘왕의 궁’, 여가 활동을 즐기기에 좋은 ‘왕의 정원’,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왕의 숲’ 등 3가지 테마를 갖고 진행 중이다. 이 과정을 거쳐 역사·문화에 힐링을 더한 친생태적 관광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후백제의 궁성과 도성을 발굴·복원하는 후백제 고도 복원과 전주 지방정원·아중호수와 연계한 전주관광 케이블카, 과학관·해양문화시설·온실식물원 등으로 이뤄진 궁원생태 테마파크 등이 핵심 사업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전주의 역사·문화 자원은 단순 보존에 치중했고 각지에 흩어져 서로 연계되지 않았다. ‘왕의궁원 프로젝트’를 통해 전주의 관광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한옥마을에 집중된 관광콘텐트를 전주시 전역으로 확대해 지역 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일각에서 ‘왕의궁원 프로젝트’의 고도(古都) 지정이 도시개발과 상충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왕의궁원 프로젝트’와 전주 고도 지정은 전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전주의 대도약을 향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고도 지정이 되면 후백제 왕도이자 조선왕조 발원지로서 전주의 정체성을 되찾고, 고도 복원을 위한 국비를 확보할 근거를 마련해 ‘왕의궁원 프로젝트’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고도로 지정된 경주, 부여, 공주, 익산 등은 적게는 35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확보해 복원 정비, 역사경관 형성, 문화관광 기반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주가 고도로 지정되면 ‘왕의궁원 프로젝트’ 세부 사업 중 일부는 고도 지정 후 복원 정비사업이나 문화관광 기반 구축, 역사경관 형성사업, 주민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고도 복원에 현대적 스토리를 입히고 그걸 다시 관광 자원화하는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아중호수 관광 케이블카 설치는 어떻게 되고 있나?

“한옥마을을 잇는 관광명소로서 전주 동부권에 자리한 아중호수를 전주의 문화와 역사,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기차가 끊긴 후 방치됐던 터널을 별자리 등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테마 코스로 채워진 바람터널로 새롭게 조성하고,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호동골 양묘장 일대를 정원과 휴식 및 문화공간을 간직한 지방정원으로 탈바꿈시킨다. 또 감성·전시·공연·휴식을 즐길 수 있는 호수 위 힐링공간인 아중호수 도서관 건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기린봉, 아중호수를 지나 호동골 지방정원으로 이어지는 약 3㎞ 구간에 전주관광 케이블카를 설치해 아중호수 일대부터 한옥마을까지 관광벨트를 연결, 한옥마을에 집중된 관광객을 전주 동부권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 지방정원 인근에 케이블카 승강장과 대형 주차장을 함께 조성해 한옥마을 일대 주차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류형 관광거점 만들 방침”

최근 전주 북부권에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을 발표했다.

“호남제일문 일대에 기존 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야구장, 육상경기장, 실내체육관, 드론스포츠센터 등 총 8개 체육시설을 한 곳으로 모을 계획이다. 또 호남제일문 인근 기린대로를 지하화해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항상 열리는 문화광장을 만들고, 조촌천을 활용한 친수 여가 공간과 복합리조트, 익스트림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관광타운도 조성해 새로운 체류형 관광거점을 만들 방침이다. 호남제일문 복합스포츠타운이 완성되면 남부권 한옥마을, 동부권 아중호수, 중부권 덕진공원, 서부권 서부신시가지에 이어 북부권에도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지구가 생기게 된다.”

전주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올해 초 35개 동을 방문해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전주가 가진 수많은 자산을 활용해 강한 경제를 이룩하고 후손들이 대대손손 일자리를 갖고 살아갈 때, 전주가 전라도의 수도로 우뚝 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실패와 부작용을 두려워해서 해보지도 않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꿔서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 시민들께서 항상 응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신다면 전주 대변혁의 길이 더 빨라질 것으로 믿는다. 다시 잘사는 전주를 만들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고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며 계속 직진하겠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