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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이선균 사건’으로 드러난 강남 유흥업소 마약 커넥션 

“일프로 업소 ‘약 마담’이 VIP 관리… 단골 마약상·의사로부터 자급자족”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이선균 사건 연관된 유흥업소 접대부는 ‘풀뱀’… 골프실력도 수준급”
“피부과·성형외과 의사, 단골 고객인 접대부 영업 차원에서 마약 유통”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 씨가 10월 28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배우 이선균 씨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의 최초 제보자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였다. 이씨가 해당 업소를 다니면서 여실장과 친해졌고 이후 관계가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조사에서 여실장이 자택에서 뭔가를 건넸는데 그게 마약이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장과 성명불상자에게서 마약 투약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실장에게 3억5000만원을 ‘입막음 비용’으로 쥐여줬다는 해명이다.

기자가 만난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씨가 이번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과 관련해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들은 여실장이 이씨를 상대로 협박한 내용에 주목했다. “접대부가 업소 마담에게 빌린 ‘마이킹(선수금)’을 갚고자 큰 손님에게 ‘공사’치는 일은 업계 관행이다. 김씨가 실장이긴 했지만 대마담 관리를 받는 접대부 출신이란 점에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마이킹은 접대부가 마담에게 무이자로 빌리는 대출금이고, 공사는 손님에게 돈을 뜯어낼 빌미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일당을 챙겨주는 마담이 제대로 정산해주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접대부가 미리 마담에게 마이킹을 받고 갚아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접대부 입장에선 재력가 손님을 찾아 스폰서로 잡는 게 최선이지만, 다른 방도가 없을 때 돈을 억지로 빼내고자 공사를 친다는 것이다.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이런 공사에도 종류가 있다. 통상적으로는 유부남 손님을 꼬드겨 두 집 살림을 차린 뒤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방식이 동원된다. 하지만 이씨 사건에선 그보다 “마약이 협박 용도로 사용된 것 같다”는 업계의 추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김씨를 관리하는 대마담이 마약을 공수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선수금 갚으려 손님을 함정에 넣는 접대부들


▎배우 이선균 씨가 들른 G 업소(좌측)는 최근 인근으로 장소를 옮겨 영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사진:안덕관 기자
“유흥업소에는 마약을 제공하는 ‘약 마담’이 있다. 그런 마담이 관리하는 룸을 ‘약 방’이라고 한다. 이선균 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여실장의 상사가 약 마담이라는 소문이 예전부터 돌았다.” 이씨 사건의 발단이 된 강남 유흥업소 G의 관계자 K씨의 말이다. 기자는 해당 업소 관계자를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K씨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강남 논현동이나 학동사거리 일대의 유흥업소에 약 마담이 다수 존재하며, 이는 새로운 사실도 아니라고 했다. 유흥업소에 텔레그램 마약상이나 피부과·성형외과 의사들이 자주 드나들어 사실상 자급자족을 한다는 것이다.

우선 텔레그램 마약상은 약 마담에게 대마나 필로폰 등을 공수해 술값이나 TC(Table Charge·봉사료)를 깎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마약으로 하루 술값을 전부 퉁치기도 한다. “마약상들이 유흥업소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면 자연히 마담과 정보 공유를 하게 된다. 그러면 마약상은 본인이 다루는 마약류를, 마담은 단골 연예인이나 고위급 인사 등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역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보험을 든다.”

반면 의사들은 영업 차원에서 유흥업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매달 피부관리 등 건강 관리비로 수백만원을 쓰는 접대부들은 사실상 연예인급으로, 의사들에게 최고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씨 사건에서도 경찰은 마약 공급책으로 현직 의사를 지목해 병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게 수사 중이다. “룸에서 그냥 (마약 주사를) 놔달라면 놔주는 의사도 있다. 보통은 안에서 친해지고 밖에서 ‘합법적인 절차’로 프로포폴이나 케타민 등 마약류를 처방받는다. 이렇게 아는 의사들이 많아지면 병원 여러 군데를 돌면서 ‘마약 쇼핑’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MZ조폭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산 ‘롤스로이스남’ 신모(29) 씨나 ‘람보르기니남’ 홍모(31) 씨도 유흥업소에서 마약을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또 다른 소문이 있는데, G 업소가 이른바 ‘일프로’ 업소라는 것이다. 일프로는 세간에 상위 10%의 접대부들만 관리한다는 ‘텐프로’보다 상위 개념이다. 테이블 세팅비만 1000만원에 이르며, 지인 추천으로 신원이 확실한 손님만 받는 회원제라는 ‘썰’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G 업소는 연예인이나 고위급 인사들이 주 고객층이어서 신원 보호를 위해 출입 전부터 가면을 받는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주차장을 통과하는 순간 직원에게 가면을 받는다. 차에서 내린 뒤 룸으로 들어가기까지 신원보호 차원에서 가면을 쓰고 들어간다. ‘프라이빗하게 놀라’는 의미”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K씨는 “G 업소가 일프로인 건 맞다. 하지만 회원제는 아니다. 돈 있고 업소 마담 연락처만 알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가면 착용은 인근의 경쟁 업소 얘기”라고 했다.

G 업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한 제보자는 접대부의 ‘수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소위 말하는 텐프로나 점오보다 연령대는 높지만 화술이 능란하고 고객 응대가 접대부 몸에 배어 있다. 자신이 최전성기일 때 스폰서를 잡으려는 부류가 대다수다. 이런 애들은 과거 ‘꽃뱀’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해서 ‘풀뱀’이라고 부른다. 어려서부터 빈번히 접대를 다닌 탓에 골프도 웬만큼 잘 친다”고 설명했다.

G 업소처럼 일프로에서 마약 등 불법행위가 관리되지 않는 것은 마담의 권한이 다른 업소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수도권 유흥업소 주인은 “강남에서 유흥업소를 차리려면 1종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지자체에서 잘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 운영하려면 기존 유흥업소 사장에게 권리금을 주고 매장을 인수할 수밖에 없다. 그게 최소 40억원이다.”

‘약 마담’이 돈 더 벌려고 손님에게 ‘기량’ 펼쳐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는 2019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막대한 권리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돈 있는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건 불가피하다. 결국 권리금이 센 강남의 유흥업소일수록 운영에 지식이 없는 지분 사장이 많아 접대부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마담의 개인플레이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일프로 업소의 경우 업소당 마담은 8~10명이 일반적인데 G 업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양주가 원가 10만원이면 100만원에 팔든 200만원에 팔든 마담 마음이다. 마담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챙겨가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돈을 더 벌려고 약 마담이 ‘기량을 펼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G 업소는 서울 중구의 한 ‘조직’이 수십억원을 투자했지만 마약 건은 전혀 관리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조직의 중간급은 사건이 터지자 주변에 “이씨가 여실장과 사귄다는 건 들었는데 거기서 마약이 도는 건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조직’이 유흥업소 운영에 개입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큰 사고가 안 나게끔 진상을 만나도 적당히 돌려보내는 정도로만 관리할 뿐, 실제 운영에 관여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일프로 업소가 보안이 확실하다는 소문도 사실과 달랐다. 일프로에선 로케이션 제도가 선호된다. 손님 취향에 맞는 접대부를 룸에 넣은 뒤 잘 통한다 싶으면 일부러 다른 룸에다 보내고 새 접대부를 들인다. 손님이 마음에 드는 접대부를 계속 앉히려면 다시 마담을 불러 ‘묶음 비’를 TC로 200만원가량 내야 한다. 신원을 감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당초 이씨 사건도 여실장 김씨가 다른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플리바겐(유죄 협상제도)으로 털어놨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흥업소 종사자 대다수가 불법에 연루돼 있다. 이들에게는 이름값이 높은 손님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수사기관에 팔아치울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게 이 바닥의 생존논리라는 것이다. 지드래곤(본명 권지용)도 G 업소에 방문한 사실이 경찰에 전달되면서 마약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권지용 씨의 마약 혐의를 특정했다고 하지만 권씨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마약 소굴이 된 유흥업소를 왜 끊지 못할까? K씨는 “유흥업소에서 만난 연예인들 하는 소리가 다들 ‘외롭다’는 말이다. 돈도 벌 만큼 벌었고 고급 주택이며 외제 차에 아무리 돈을 써봐야 그들에겐 자유가 없다는 얘기다.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온갖 감시에 시달리다 보니 밤 문화로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연예인 마약사건엔 어김없이 화류계 스캔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얼굴을 좀 알리려면 신인 시절부터 기획사 대표와 함께 방송국 PD나 투자자를 유흥업소에서 만나는 게 필수 코스가 돼 있다. 그런데 어디 뒷거래가 술값만으로 되나? 접대가 동원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영업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일찍이 그런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스타덤에 올라서도 찾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끝내 향락의 종착지인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는 것이다. 특히 연예인 중에 ‘독고다이’는 거의 없다는 속설이 있다. 마약을 하면 동료 연예인을 끌어들이지 혼자는 안 한다는 얘기다. 연예인 마약 수사가 피의자 한 명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다. 가수 남태현 씨는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3에 출연한 서민재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수사를 받게 된 케이스다.

과거 연예인 마약 문제는 예술가의 창작 영역을 확대하거나 인기 유지를 위한 부담과 스트레스 해소 차원이었다는 변명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1983년부터 1989년까지 전인권, 김태원, 이승철, 김현식, 신해철 등 당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대마초 흡연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1990년대에도 배우 박중훈, 가수 이현우, 현진영, 개그맨 신동엽 등이 마약 사건에 연루됐으나 대다수가 업계에 복귀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유흥업소와 결부된 화류계 스캔들로 비화하기 시작했다. 가수에서 배우로의 변신에 성공한 박유천 씨가 2019년 클럽 버닝썬 사건에 연루되면서 재벌 3세인 황하나 씨와 마약을 투약한 것이 드러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올해 6월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의 주변인 중에도 유흥업소 종사자가 있었다. 접대부를 공급하는 보도방 업주는 김민수 씨에게 필로폰을 사다 주고 함께 투약했다. 이 외에도 판결문에는 그가 접대부와 함께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배우 주지훈 씨의 2009년 마약 투약 사건도 경찰이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수사하던 중 첩보를 얻어 밝혀졌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대중들은 더 이상 연예인의 마약 사건을 관대하게 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마약 사건이 화류계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면서 이미지 회복은 불가능하게 됐다. 아마 이번에 이씨 사건으로 언론 동향을 주시하며 반쯤 잠적한 연예인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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