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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와 목민관 대화] 유병로 명예교수와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의 ‘녹색 도시’ 프로젝트 

“2030년 국토 한가운데 노루벌 국가정원 만든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대전 도심에 1600억원 예산 들여 37만 평 생태 공간 조성”
■“하회마을 닮은 대전 서구 노루벌 산세는 내륙 관광 핫 플레이스”
■“서울서 대전 서구까지 1시간30분에 달리는 직통 철도 놓여”
■“CTX 건설되면 대전 서구의 공간 혁신 프로젝트 가속화될 것”


▎9월 4일 ‘구루와 목민관 대화’에 참여한 서철모(왼쪽) 대전 서구청장과 유병로 한밭대 명예교수는 대전 도심을 시민 친화 공간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기술 발달사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고 학계 일각에서는 이를 ‘자연 궤적(natural trajectory)’이라 일컫는다. 지속되는 추세가 마치 거스를 수 없는 밀물처럼 여겨진다 해서 붙여진 용어다. 기계화, 자동화, 정보화, 알고리즘화 같은 기술 분야 메가트렌드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향은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듯한 묘한 압박감을 선사한다고 공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전 서구의 발전사도 일정한 경로로 수렴된다. 일제강점기 비행장이 있던 이곳이 지금은 정부대전청사에다 시청, 교육청, 법원을 아우르는 대전의 정치·행정·교육 중심권을 형성한다. 관내 주민등록인구도 대전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는 기초지자체로 발돋움했다. 이제 서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친환경 ‘녹색 도시’를 지향한다.

서철모 서구청장은 지자체와 생태공원이 조화를 이루는 서구 건설을 꿈꾼다. 서 구청장은 “도시는 숲이 중요하다”면서 “대전 도심의 노루벌 정원은 ‘사람이 모이는 도시’로 가는 결정적 발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으로 활동하는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노루벌 정원은 20~30년 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라며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한다. ‘녹색 도시’ 건설에 뜻을 같이하는 유 명예교수와 서 구청장은 9월 4일 대전 서구청사에서 만나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생태 공간 조성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대전 서구는 도심형 첨단산업 단지와 노루벌 국가정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지요?

서철모 서구청장_ “그렇습니다. 서구는 산업 기반이 단조로운 편입니다. 그래서 방위산업, 첨단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꾀하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노루벌이라는 천혜의 자연 자원을 잘 가꾸어 국내외 관광객이 쉬었다 가는 도시로 변모케 할 것입니다.”

유병로 한밭대 명예교수_ “내륙도시 대전에 절실한 건 친수(親水) 공간입니다. 서구 노루벌은 장태산, 구봉산 숲, 갑천과 연계하여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수변(水邊) 여가 휴식처라고 하겠습니다.”

지역 사회가 노루벌 정원에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된 계기는?

서 구청장_ “대전은 교통의 요지이다 보니 숙박하는, 이른바 ‘체류형 관광’과는 인연이 먼 편이에요. 부산, 여수의 경우 밤바다를 구경하고 하룻밤 쉬어가는 코스지만 대전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 정도로 인식되지요. 대전의 우산 아래 있는 서구도 여건은 같아요. 그런데 서구에는 체험하면서 즐길 아이템이 많거든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유명한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아주 특이한 풍광을 선사합니다. 대전시와 서구가 손잡고 실행하는 노루벌 정원은 ‘사람이 모이는 도시’로 가는 결정적 발판이지요. 저는 도시와 생태공원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 도시를 건설하고자 합니다. 도시에는 숲이 있어야 합니다.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건강과 여유, 힐링을 누릴 수 있어야 주민이 행복하고 살기도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이지요.”

“아기노루가 엄마노루를 쫓아서 뛰는 형상”


유 교수_ “노루벌은 산세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기노루가 엄마노루를 쫓아서 뛰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입니다. 노루가 노는 벌판이라는 뜻이지요. 해발 87m 노루산을 휘감아 흐르는 강에다 숲과 산이 어우러진 노루벌은 안동 하회마을을 닮았다고도 해요. 또 그 옆에는 봉우리가 9개라 해서 붙여진, 대전의 명물 구봉산과 들판이 일대 장관을 이룹니다. 해발 264m로, 기암괴석에다 산봉우리가 아홉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구봉산이라 불리지요. 맑은 날 구봉산에 오르면 노루벌과 대전 도심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습니다.”

서구청은 노루벌에 총 1600억원의 예산을 들여 37만 평(142만㎡) 규모의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노루벌 체험공원, 구봉산 숲, 갑천친수, 대전과학공원, 한밭공원, 환경생태공원 등 6개 주제의 소(小) 정원이 들어선다. 국가정원은 최소 3년 이상 운영된 지방정원에만 지정 신청권이 주어진다. 서구청은 2027년 지방정원을 완성하고, 오는 2030년 국가정원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순천만, 울산 태화강 두 곳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돼 있지요?

서 구청장_ “맞습니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순천 습지를 보전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순천의 경우 국가정원박람회 행사의 주 무대가 시내 쪽으로 차츰 옮아가면서 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어요.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국 각 지자체에서 순천만 성공사례를 롤모델로 하는 지역정원 개발에 나선 상황이기도 해요. 서구청은 노루벌을 내륙형 국가정원으로 조성해 중부권을 대표하는 생태 관광자원으로 내세울 참입니다. 국토 중심부의 핫 플레이스가 등장하는 것이죠.”

유 교수_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오르면 도시민들이 여가를 보낼 자연공원과 같은 녹색 공간을 갈망하게 됩니다. 노루벌 역시 여름철 이 일대를 흐르는 강가를 찾는 시민들로 붐비는 대표적 관광지입니다. 대전시와 서구청은 이런 여망을 받아 노루벌을 생태 보전과 시민 친화 공간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고요.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준비와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으면 해요. 제대로 꾸며진다면 노루벌 공원은 20~30년 후 다음 세대에게 물려 줄 소중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바다를 대신할 내륙의 수변 공간

노루벌 정원 사업에 대전시도 관심이 많군요.

서 구청장_ “제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대전시 행정부시장으로 일할 때 이 노루벌을 눈여겨보게 됐어요. 국가정원은 10만 평은 돼야 지정이 가능한데, 노루벌에는 벌써 7만 평 정도의 생태 숲이 울창한 거예요. 여기에 3만 평만 더 보태면 규모 면에서 국가정원 자격을 얻게 되겠더라고요. 이곳에 정원을 만들면 그 풍광은 어디 비할 데가 없을 겁니다. 민선 8기 대전 서구청장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국가정원 조성을 공약으로 내건 배경입니다. 이후 부지 추가 매입 비용을 구청이 혼자 감당하기 벅차고, 규모도 더 키우는 게 바람직해 아예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와 손잡고 37만 평 규모로 사업을 확장,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 교수_ “노루벌이 지척에 있는 갑천 줄기도 눈여겨봐 주세요. 대전 도심을 흐르는 이 갑천이 지난해 환경부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어요. 습지 면적이 축구장 126개 크기와 맞먹어요. 갑천습지는 숲이 깊고,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해 생태적 가치도 뛰어납니다. 노루벌 공원은 갑천습지와 어우러져 다양성의 보고(寶庫)로 각광받으리라 기대합니다.”

내륙의 대전 시민들에게는 더없이 요긴한 수변 공간으로 쓰이겠군요?

유 교수_ “그럼요. 여름철은 바다와 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지요. 대전 시민들이 바다로 가는 데 2시간은 족히 걸려요. 그리고 갈 곳이 마땅치도 않고요. 노루벌은 잘 가꿔져 있고, 놀기도 좋아 지금도 많은 분들이 찾거든요. 도심에 있는 수변 공간이라는 점에서 아주 귀한 자연환경이라고 하겠습니다.”

서 구청장_ “우리가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대한민국은 산지가 많고 평지가 좁아 쓸모없는 땅이 많다고 배웠잖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산지 60% 이상이라는 현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서울만 해도 도시 주변에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불암산, 관악산 등 온통 산지로 둘러싸여 있지요. 이곳 대전도 마찬가지고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전거로 내달릴 수 있는 거리에 숲과 나무가 무성해요. 현대 지식정보 사회에 딱 맞는 공간구조를 가진 나라가 대한민국 아니겠어요. 제가 알기로는 30~40곳 정도의 전국 지자체가 이 같은 정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공간의 이점을 잘 활용하는 정책이죠.”

비단 노루벌 정원뿐만 아니라 광역시 내의 구청 행정은 시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 교수_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대전시와 서구청은 손발이 척척 맞는 것 같아요. 이장우 시장도 구청장을 역임했기에 구정(區政)을 잘 이해하고 있고, 또 서철모 구청장도 부시장을 경험해서 협력적 행정관계를 잘 이끌어 가겠죠. 물론 같은 정당 소속이니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리라 봅니다. 서구는 대전에서 인구도 가장 많고, 행정·문화·상업의 중심 기능을 수행하며 여론을 주도하는 지역입니다. 역할 면에서 보면 기초자치단체는 국가 또는 광역자치단체의 위임사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서로 긴밀한 소통 없이는 성공할 수 없어요. 이게 시청과 구청의 호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서 구청장_ “시청과 구청의 관계는 정치·행정적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대전시는 과학기술·경제·대규모 인프라와 같은 광역 행정을, 서구는 환경·민원·공원 조성 등 생활 행정을 주로 처리하지요. 규모나 인적 자원 측면에서 시가 더 크기 때문에, 서구청은 대전시와 보조를 맞추어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시청과 구청은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전시가 추진하는 사업들을 구청이 잘 뒷받침하면 시정 운영에도 안정감이 더해지지요. 제가 보기에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시 전체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큰 틀에서 중요한 결정을 잘 내리는 것 같습니다.”

“2034년 CTX 개통시 노루벌 접근성 극대화”


▎안동 하회마을을 연상케하는 대전 서구의 노루벌 전경. / 사진:대전 서구청
노루벌 정원의 활용성을 높이자면 서울 등 타지(他地)의 접근이 용이해야 할 텐데요?

서 구청장_ “교통편은 문제없습니다. 일명 CTX로 불리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가 개설되면 서울에서 바로 대전 서구로 올 수 있습니다. CTX는 대전 서구의 정부대전청사역을 출발해 정부세종청사, 조치원을 거쳐 서울로 직결되거든요.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까지 환승 없이 1시간30분 만에 닿는 획기적인 교통망이 구축됩니다.”

유 교수_ ”CTX는 지난 1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지방에도 수도권과 유사한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가시화됐습니다. 충청의 경우 충청의 영문 이니셜 ‘C’를 붙여 CTX로 부르지요. 제 기억으로는 서 구청장과 총선 후보들이 대전정부청사를 시발점으로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해 관철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TX는 수도권 GTX 개념을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에 투영한 프로젝트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4조5000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총 67.8㎞에 달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를 추진 중이다. 공공과 민간이 50%씩 투자하는 혼합형 민자 사업인 CTX는 2029년 착공, 2034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에 대한 적격성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검토 중이다.

대전역에는 이미 KTX가 정차하지 않나요?

서 구청장_ “대전에는 대전역과 서대전역이 있어요. 서대전역은 호남선, 대전역은 경부선이 지납니다. 철도 교통량으로 볼 때 서대전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대전역이 핵심 역할을 하지요. 지금까지 대전 서구 주민들도 KTX를 이용하려고 동구 중앙로에 있는 대전역까지 지하철로 20~30분 정도 타고 가서 환승하고 있어요. CTX가 생기면 서구 주민들은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대전정부청사역에서 바로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게 됩니다. 대전 시민들이 세종청사로 가는 교통편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걸리는 대전~세종 간 이동시간이 CTX가 개통되면 15분 만에 주파하게 됩니다. 시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겠어요. 지방공항 중 드물게 흑자를 내는 청주공항 소요 시간도 CTX를 타면 50분으로 단축됩니다. 버스나 자가용에 의존하던 공항 이용객들의 편의도 한층 증대되는 등 CTX는 충청 주민들의 삶의 질과 속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결절점입니다.”

충청권 메가시티의 심장, 대전 둔산권


▎대전 서구청 인근에 자리한 보라매공원. 가운데 멀리 보이는 두 개의 큰 건물이 정부대전청사. / 사진:대전 서구청
유 교수_ “나아가 CTX는 충청권을 하나의 경제권, 생활권으로 묶어내는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이 될 것입니다. 충청권 메가시티는 인구 규모나 상업 기능 측면에서 대전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되는데, CTX 출발점인 서구 둔산이 그 심장이 되는 것이죠. 충청권에서 대전으로 오는 유동 인구를 편리하게 운송할 수 있는 시내 교통시스템도 잘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서 구청장_ “CTX는 도시철도 3·4·5호선과 연계되는 등 서구는 교통의 메카로 주목받을 겁니다. 이 일대 상권도 활성화하겠지요. 현재 서구는 원도심권, 둔산권, 가수원·기성권, 신도심권으로 나눠 맞춤형 세부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전 서구의 공간 혁신 프로젝트입니다. 서구청의 공간 혁신 프로젝트는 단순한 주거지 조성을 넘어 복합 커뮤니티 공간 창출을 목표로 합니다. 수영장·도서관·청소년 창의 혁신 공간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공공시설을 추가해, 주민들이 다양한 생활편의 시설을 누리게 할 겁니다.”

대전 서구 인구는 7월 말 현재 46만 명으로 대전시 전체 인구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서구가 이렇게 많은 인구를 품게 된 배경이라도 있나요?

서 구청장_ “대전 서구의 역사는 둔산권 개발과 궤를 같이합니다. 행정구역이 서구인 둔산 지역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공군 비행장과 부대가 있던 곳입니다. 1985년 이후 비행장은 진주와 청주시 등으로 기능을 이전했지요. 대전 서구청에서도 보이는 보라매공원은 원래 비행장 자리입니다. 1990년대 들어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직주근접(職住近接)형 주거단지와 공원, 문화시설이 들어섰습니다. 또 대전 구도심(중구 은행동과 선화동 일대)에 있던 행정 기능이 서구 둔산 신도시로 옮겨왔습니다. 시청·교육청·법원·검찰·특허법원 등 대전·충청권의 주요 공공기관이 포진한 서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룹니다. 정부대전청사도 관내에 있으니 서구는 행정과 주거, 문화의 거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유 교수_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래 충청권은 수도권 인구 분산의 대안(代案)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역대 정부는 이곳에 중앙정부 행정기관을 이전하고, 과학 관련 교육기관과 설비를 세웠어요. 특히 대전을 과학의 메카로 키웠지요. 한밭수목원,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대전시립미술관 등이 갑천변에 자리하고 있어 서구는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최근 탄방 지구, 용문 지구, 도마·변동 지구 등 도심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서구 인구는 더 증가하리라 예상합니다.”

“5개 다극 체제 발전 전략 유효한가”


▎대전 시민이 자주 찾는 서구 장태산 휴양림.
서 구청장_ “CTX가 출발하는 둔산권 지구단위계획은 수립된 지 40년이 지나다 보니 달라진 현실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여러 논란을 낳았어요. 제가 민선 8기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층수 제한 완화와 인센티브 도입 등 재건축·재개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약을 제시한 배경입니다. 지난 4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CTX 기점이 대전정부청사역으로 확정되면서 둔산권의 리모델링 비전도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유 교수_ “시민의 입장에서 봐도 둔산은 리모델링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간 재개발은 사업 비용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견해차로 인해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했지요. 이번에 관련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용적률과 층고(層高) 제한이 일부 완화되면서 둔산 지역도 재개발의 물꼬가 트이게 됐습니다. 나아가 곧 착수하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교통 낙후지역인 서구진잠, 가수원, 도마변동, 문화동의 대중교통 편의를 크게 진작할 것입니다.”

충청권의 시각에서 대한민국 지역균형발전 정책 방향에 관해 제언한다면?

유 교수_ “기존 대한민국 도시계획은 수도권, 대전·충청권, 대구·경북권, 광주·호남권, 부산·경남권 등 5개 다극 체제를 기본 틀로 합니다. 이를 통해 권역과 권역이 연결되는 연담화(連擔化)를 막고 각기 자기완결적인 기능을 하도록 하는 구상이 중심이었죠.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도권은 이제 1극에 가까운 쪽에 가 있습니다. 충청권에는 수도권에서 흘러넘친 기업들이 각 시·군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어요. 충북 음성군에만 2500개가 넘는 기업이 밀집해 있어요. 광역교통망이 발달하면서 충청권은 서울과 동일한 출퇴근 생활권으로 가고 있습니다. 대전까지 포함한 충청권이 수도권과 하나로 묶이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수도·충청권, 영남, 호남 등 3극 체제로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 구청장_ “현대 산업은 과거의 자동차·화학·석유화학·조선과 같은 중후장대형 장치 산업에서 정보통신·반도체·바이오와 같은 경소박약형 기술 산업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도권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고, 그 결과 서울과 수도권의 경제 규모는 더욱 커졌습니다.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이런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공공기관의 이전과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제공을 통해 지방의 발전을 도모하는 쪽에 방점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회 발전 특구’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지요.”

민주화 이후 균형발전 퇴색한 이유


▎유병로(왼쪽) 한밭대 명예교수와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은 지자체별 특성에 맞는 균형발전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도권을 억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공장 총량제라는 규제 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재고하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만.

서 구청장_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좋은 가치가 작동되려면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시대적 환경이나 리더십이 필요한데요. 지금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갈수록 서울 등 수도권 국회의원 의석이 늘어나는 데 반해 영·호남 의석은 감소하는 추세이지요. 대통령선거의 향배도 수도권 표심이 좌우하기도 해요. 수도권 소재 지자체의 장들도 자기 지역 투자 유치에 열심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균형발전이라는 취지가 제한을 받기도 합니다. 플라톤이 말한 ‘철인정치’가 아니라면 균형발전도 어렵지 않을까요.”

유 교수_ “비수도권에도 수도권과 똑같은 공장 설비를 지어달라는 요구가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여건 아닌가요? 이제는 각자의 특성에 맞는 발전과 성장 해법을 찾고 실행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나아가 충청권 메가시티 등 행정 통합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대전에서 산업 용지를 확보하려면 평당 약 500만원은 듭니다. 금산군이 약 40만원, 공주시가 약 50만원 등 대전 주변 지역과 견줘 10배 이상 비싸죠. 또 금강을 사이에 두고 불과 5분 거리의 신탄진과 현도 산업단지는 임금이 1.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설비를 확장하고,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죠. 행정 통합과 행정 체제 개편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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