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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특집 | 한국경제 위협하는 글로벌 경제 7大 변수 - 춤추는 환율과 유가 세계경제에 ‘노란불’ 

미국의 强달러 정책, 일본과 유로존의 양적완화, 油價 변동, 선진국 간 통화정책 불협화음 등으로 새해에도 이머징마켓에 불안감 해소되지 않아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1987년 가을 발생한 사상 최악의 증시 폭락사태인 ‘블랙 먼데이’는 선진국 간의 환율전쟁이 야기한 충격이었다. 최근 선진국들이 자국 내수 부양을 위해 벌이고 있는 환율전쟁이 제2의 블랙 먼데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새해 세계경제의 키워드는 ‘변동성’이다. 미국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할 전망이고, 유로존은 양적완화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가속페달을 밟을 태세다.

한쪽은 조이고 반대쪽은 풀어헤치는 상반된 통화정책 기조는 필연적으로 환율을 들썩이게 한다. 주요국들의 화폐가치가 제각각의 방향으로 내달리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우리 수출에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낮아져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그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 수출과 수입, 경제활동 모두가 위축된다. 세계 최고의 무역의존도를 갖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힘겨운 한 해가 되기 십상이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폭락세가 자원수출에 의존해온 이머징마켓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새해에는 그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외채가 많은 이머징 국가들에 이중의 압박이다. 이머징 불안으로 불확실성과 변동성 위험은 더욱 커진다.

일본과 유로존이 주도하고 있는 작금의 환율전쟁이 선진국들 간의 불협화음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환율전쟁과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유가 폭락세는 우리 같은 산업생산국들에는 큰 도움을 주겠지만, 이에 수반되는 디플레이션 압력과 지정학적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세계경제가 이러한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더욱 노출될수록 한국은 국내 사정에 초점을 맞춘 독자적인 재정, 통화정책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국제경제와 정세 변동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 미국의 ‘强 달러’ 정책 - “환율시장에 급격한 변동 부를 수도”


▎12월 9일 한때 달러-엔 환율이 1년반 만에 최저치인 118엔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루 전날 원-엔 환율은 장중 한때 100엔당 919.7원을 기록하며 2008년 3월 6일 915.01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2월 8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환전상에 달러와 엔화 환전거래 지수가 표시돼 있다.
지난 12월 9일, 중국 증시 대표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가 5% 넘게 급락했다. 2009년 이후로 이렇게 주가가 많이 빠진 적은 없었다. 중국 정부가 회사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행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 탓이다. 몇 시간 뒤 그리스 증시는 13% 넘게 폭락했다. 지난 1987년 이래 최악의 폭락사태였다. 그리스 정부가 대통령 선출 일정을 전격적으로 앞당기면서 정치 불안 우려가 고조된 것이다. 지난 2012년 그리스사태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에도 주가가 이렇게 많이 빠지지는 않았다.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지역으로 숨으려는 거래가 대대적으로 발생했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18엔선 아래로 곤두박질치기까지 했다. 이렇게 환율이 많이 떨어진 것은 1년 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22엔 선에 근접했던 환율은 단 이틀만에 3% 넘게 급락했다. 이날 JP모건의 환율변동성지수는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솟아 올랐다.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향해 치닫던 달러화는 이날 대대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달러화 강세는 새해에도 계속되리라는 게 금융시장의 확신에 가까운 전망이다.

미국의 환율정책이 ‘강한 달러’로 선회했다는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가을에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수출을 어렵게 하고 저물가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래서 여차하면 금리인상을 미뤄서라도 달러 강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그러나 연말 들어서 미국의 환율정책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경제의 상대적인 호조를 반영한 달러화 강세라면 자연스럽게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달러가 강해지더라도 그 덕에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경제에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셰일오일 혁명으로 미국의 무역수지가 대폭 개선된 점도 달러화 강세를 용인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강한 달러 정책으로의 선회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달러 강세 기대심리를 더욱더 조장했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듯이 시장의 과열은 큰 폭의 조정을 수시로 야기할 수밖에 없다. 엔화의 흐름에 연동해 움직여온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도 큰 변동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2 아베노믹스 VS 아베겟돈 - “달러-엔 환율의 무질서한 상승 여파는?”

지난 10월말 일본은행이 전격적으로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유가 폭락세로 다시 고개를 드는 디플레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 뒤로 달러-엔 환율 상승세에 날개가 달렸다. 110엔과 120엔선이 저항도 거의 없이 차례로 무너졌다. 2012년 가을부터 시작된 상승세는 달러-엔 환율을 50%나 끌어올려 놓았다. 환율 움직임에 거침이 없자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도 경쟁적으로 높여졌다.

이런 와중에 시장 주변에서는 다시 ‘아베겟돈’ 시나리오가 회자됐다. 최후의 결전, 종말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을 아베노믹스와 합성한 말이다. 즉, 엔화가 폭락하고 일본경제가 붕괴 한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의 핵심 고리는 일본의 부실한 재정이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엔화평가절하가 야기한 인플레이션은 일본의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국채가격은 대폭 떨어질 위험에 처한다. 그러면 외국인을 시작으로 일본국채 매도가 일어나고 일본 국민도 동요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은행은 더 많은 국채를 매입하고 더 많은 통화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엔화를 더 약하게 만들어 인플레와 금리상승을 가속화할 것이다. 일본은행은 무제한의 발권력으로 국채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지만, 이는 엔화의 무제한 발행과 무제한 평가절하를 의미한다. 즉, 붕괴는 외환위기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 것이 ‘아베겟돈’의 서사구조다. 최근의 소비세 인상 연기는 일본의 재정개선 기대감을 무산시켜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일본은 미국과 통화스왑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달러-엔 환율이 무질서하게 뛰어오를 위험을 역설 하기에 충분하다. 우리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시킬 잠재성이 있다. 일본 당국은 아직은 그 위험을 낮게 보는 듯하다. 환율상승에 따르는 부작용도 있지만 일본경제 전체에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주장하며 시장을 부추기고 있다.

3 유로존 양적완화의 두 얼굴 - “넘쳐나는 유로화 내수부양으로 이어질까”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앞으로 전차가 지나가고 있다. ECB는 2014년 10월, 17억 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 매입을 시작으로 양적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11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신속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가능한 신속하게”라는 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드라기 총재는 미국식 양적완화가 유로존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가능한 신속하게 양적완화가 단행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이 발언으로 유로화는 더 떨어졌다. 유로존이 양적완화에 나서면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처럼 유로화가 금융시장에 넘쳐나게 된다. 그러면 자연히 유로화의 가치는 떨어진다. 원화는 달러와 엔화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한 절상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유로존은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반면, 유로존은 여전히 대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가 평가절하된다면 유로존의 무역흑자는 더욱 불어날 수 있다. 미국이 이를 못마땅해 하는 이유다. 미국은 재정지출을 확대해 내수를 부양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독일이 주된 타깃이다. 재정수지와 무역수지 모두가 흑자여서 투자를 늘리고 수입을 확대할 여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ECB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미국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수를 부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는 조건하에서만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ECB는 일본과 달리 드러내놓고 유로화의 평가절하를 몰고 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ECB의 양적완화로 유로존 경제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면 유로화는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와 제3차 양적완화도 상반된 결과를 낳았었다. 물가상승을 목표로 했던 QE2는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증시와 주택시장 부양을 꾀했던 QE3는 달러화 가치를 끌어 올렸다.

ECB 양적완화의 이런 양면성은 새해 외환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잠재성을 갖는다. ECB는 새해 1분기 중에 양적완화를 결정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4 미국 연준의 긴축 - “이머징마켓의 유동성 흡수 가능성”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2월 1일 미국의 하루짜리 연방기금금리가 0.13%로 뛰어올랐다. 연방기금금리란 은행들이 여윳돈을 빌려주고 받는데 적용하는 이자율이다. 0.13%라는 절대 수준은 미미하지만, 이날 형성된 금리는 1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하루 사이에 금리가 0.05% 포인트나 뛰어오른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가 있었다. 연준은 역레포(逆Repo)라고 하는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을 시행하는데 이때 제공하는 금리를 0.10%로 인상한 것이다.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고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니 은행간의 거래에서는 더 높은 금리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연준의 유동성 흡수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루짜리 역레포뿐 아니라 일주일짜리 예금이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주일짜리 역레포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10일 현재 연준이 흡수해놓은 유동성은 총 5574억 달러로 늘어났다. 월간 850억 달러 규모의 제3차 양적완화 6.6개월치에 해당하는 자금이 회수됐다. 그 결과 미국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해둔 초과 지급준비금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연준은 가시적으로 긴축에 돌입해 있다.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과 단기자금 시장 금리를 인상하는 질적긴축을 병행하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본격화되고 있는 연준의 긴축은 글로벌 달러 유동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화로 빚을 많이 낸 이머징마켓이 특히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고 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적인 달러화 강세가 이머징마켓의 외채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S에 따르면 현재 이머징마켓이 발행해 놓은 외화채권은 총 2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4분의3이 달러화로 돼 있다.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차입한 대출금도 3조1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대출의 대부분도 역시 달러화 표시다. 연준이 내년에 금리까지 인상하면 이머징마켓의 금융환경은 양적·질적으로 긴축된다. 만기가 된 외채를 갚는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인 추세를 종합해서 보여주는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져 있다. 원유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들도 가격이 함께 하락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원자재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줄어든데다,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수요 역시 둔화된 탓이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이머징국가들이 특히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머징의 불안이 옥석 구분 없이 전개된다면 우리 경제와 금융환경 역시도 큰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국내 내수경기 상황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5 춤추는 유가(油價) - “통화정책과 환율,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


▎지난 12월 11일 경기도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 당 1498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제 유가의 폭락은 주요국들의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환율전쟁을 불러왔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확대를 촉발한 계기는 유가의 폭락세였다.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수입물가 상승 부담이 완화되고 환율 상승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진정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본은행은 돈을 더 풀어 환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유가 폭락세는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를 압박한 측면도 강하다. 돈을 풀고 환율을 올려 애써 물가를 살려놨는데 유가가 대폭 떨어짐에 따라 그 동안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일본은행은 불가피하게 돈을 더 풀어야만 했다.

이에 따라 이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은 유가변동에 좌우 될 수밖에 없게 됐다. ECB가 결국 미국식 양적완화 검토에 착수한 것도 유가 폭락세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 유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장기간 떨어질 전망이라면 미국 역시 강한 달러 용인 정책을 접고 물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 그러면 새해 중간쯤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뒤로 미뤄질 수 있다. 첫 금리인상 이후의 정상화 속도 역시 늦춰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은 불확실하다. 유가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유동성 흐름과 금리 및 환율 움직임 모두가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유가의 폭락세는 산유국들에는 엄청난 고통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의 통화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외자이탈과 물가급등을 막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새해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할 전망이다. 이런 사정은 원유수출에 의존해 온 여타 국가에도 마찬가지다. 일부 국가는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중동 같은 원유생산 지역 인근에서 분쟁이 발생한다면 유가는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 산유국들에는 분쟁을 조장할 유인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은 분쟁이라 하더라도 유가는 지정학적 위험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과 환율도 지정학적 위험에 극도로 노출돼 있다. 유가가 예기치 않은 충격에 의해 다시 뛰어오르면 일본은 화폐증발, 엔화 평가절하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다. 오히려 감속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로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 ‘이머징 차별화’의 위험성 - “‘안전한 투자처’ 한국의 환율 등락 부를 수도”

2013년 여름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큰 홍역을 겪었다.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 결국 종료할 것이라고 예고한 탓이다. 달러화가 급등하고 전 세계 시장금리가 뛰어 올랐다. 이머징마켓이 특히 요동을 쳤다. 화들짝 놀란 연준이 시장을 다독거리고 나서자 이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머징 국가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전개되면서 우리나라로 자본이 몰려들었다. 한국은 국가부채가 적고 경상수지가 흑자이며 외환도 넉넉하게 보유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달러-원 환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껑충 뛰어오른 달러-엔 환율과는 정반대의 추세가 형성됐다. 핵심 수출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리란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러한 옥석 가리기가 새해에도 다시 전개될 수 있다. 일본과 유로존이 통화증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머징마켓 위험을 감안한 연준이 온건하고 예측 가능한 출구전략을 위해 노력한다면 넘치는 글로벌 자금은 ‘안전한 이머징마켓’으로 다시 몰려갈 수 있다. 새해 우리나라의 환율은 대폭 상승할 위험과 동시에 대폭 하락할 가능성에도 함께 노출돼 있다. 이 경우 우리는 금리를 더 내려서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 국내 환율과 시장금리를 예측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환경이다.

7 선진국 간의 불협화음 - “각국의 화폐발행 증가로 환율전쟁 가능성”


▎지난 11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유로화의 양적완화 방침을 시사하자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 유로존의 내수 부양을 위한 조치다.
지난 1987년 가을에 발생한 사상 최악의 증시 폭락사태 ‘블랙 먼데이’는 선진국 간의 갈등이 야기한 충격이었다. 그해 초 주요 선진국들은 2년 전 플라자합의(달러화 평가절하를 위한 공동 시장개입)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새로운 합의를 했다. 이른바 루브르합의다. 미국은 재정긴축을 통해 적자를 줄임으로써 더 이상의 달러화 하락을 막고, 일본과 독일은 내수부양을 통해 흑자를 줄임으로써 엔화 및 마르크화의 상승을 차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미국은 재정건전화 노력을 회피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내수부양에 소극적이던 독일은 미국의 태도에 반발해 금리를 인상해버렸다. 그 결과 달러화가 급격히 하락하자 연준도 따라서 금리를 인상했다. 그 직후 전 세계 주식시장은 붕괴해버렸다.

이러한 위험은 지금도 존재한다. 지난 8월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연한 재정정책이 지원된다면 ECB 통화부양책의 효과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긴축 완화, 지출 확대를 점잖게 요청했다. 미국 정부도 독일에 대한 내수부양 요구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독일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5년 균형재정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9월 호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러우지웨이 중국 재무장관도 “중국이 극적으로 경제정책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위기 직후에 실시했던 대대적인 부양책의 폐해를 일일이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경제는 서로 상대방의 지출확대, 내수 부양만 요구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펼치고 있는 화폐증발 정책은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빼앗아 오려는 환율전쟁으로만 비쳐졌다. 실질적인 총수요 진작정책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금융시장은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 들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은 급락사태를 빚었다. 지난 1987년 블랙 먼데이 당시를 빗대어 ‘미니 플래시 크래시(주식시장이 영문 모르게 폭락하는 현상)’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 후로도 미국은 독일에 대한 내수부양 압박을 계속하고있다. 그러나 독일의 입장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그 와중에 주요국 주식시장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화폐발행에 기대어 다시 솟아올랐다. 새해 금융시장의 변동성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근원이다

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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